[Cover Story] "GDP가 늘어야 국민도 행복하다"
"국내총생산(GDP)은 우리 자녀들의 건강,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생활의 건강함,우리의 용기나 지혜,국가에 대한 헌신도 반영하지 않는다.

요컨대 GDP에는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들이 포함돼 있다. "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1968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이 같은 연설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GDP가 국민의 행복과 꼭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또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는 방글라데시 등 후진국이 더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곤 한다. 과연 그럴까.

⊙ "부(富)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

예를 들어 평균수명을 살펴보자.

명목 GDP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DP가 4만6442달러(2009년 기준)인 미국의 경우 평균수명은 78.5세다.

일본(3만9573달러)은 82.5세로 최장수국이며 독일(3만9442달러)은 79.1세다.

1인당 GDP(1만7074달러) 기준 세계 54위인 한국의 평균수명도 79세에 달한다. 반면 행복지수가 높다는 방글라데시(559달러)는 63.2세,역시 빈국인 파키스탄(1016달러)과 나이지리아(1089달러)는 각각 64.1세,47.8세에 그친다.

국민소득이 많은 부국 국민의 평균수명이 빈국보다 최대 30년 가까이 더 사는 셈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70대까지 생존하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또 국민의 5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반면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50~60대이고 인구의 절반 정도만 글을 읽을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는 별로 없다.

국민소득이 적은 나라일수록 영아와 산모 사망률이 높으며,어린이 영양실조가 많고,TV 전화 전기 도로 보급률이 낮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바로 GDP가 클수록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GDP에는 아이들의 건강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GDP가 큰 나라일수록 어린이들의 건강을 더 잘 보살필 수 있다.

GDP가 시의 아름다움을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GDP가 큰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시를 읽고 즐길 수 있다.

GDP는 용기라든가 지혜,정직성,자연과의 조화,국가에 대한 헌신 등 삶의 가치를 나타내주고 있지 않지만

GDP가 클수록,다시 말해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에 대한 걱정이 없을수록 사람들은 이러한 덕성을 보다 쉽게 높일 수 있다.

이는 "항산(恒産 ·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항심(恒心 · 흔들리지 않는 굳은 마음)이 있다"는 맹자의 말과도 통한다.

먹고 사는 게 충족돼야 비로소 예절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는 "25년 전만 해도 한국과 자메이카의 국민소득은 비슷했으나 고속성장 결과 지금은 한국이 자메이카의 5배에 육박한다"며 "이는 두 나라 간 생활 수준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GDP 지표에도 한계는 있다.

여가나 환경의 질 같이 사람들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는 포함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1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면 국민소득은 늘겠지만 더 행복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이 오염물질을 마구 쏟아내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공장을 돌리면 GDP는 증가하겠지만 역시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아질 것이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GDP는 경제적 후생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지표다.

GDP는 국민들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이며,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엔 틀림없다.

⊙ 생산성이 높아져야 국부가 늘어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1인당 평균소득은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후진국 평균소득의 10배가 넘는다. 이러한 소득격차는 삶의 질 격차로 나타난다.

과거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도 후진국에 속해 있었으나 지난 몇십 년 동안 매년 6~7%의 고속 성장을 해온 덕분에 한 세대라는 짧은 기간 안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변했다.

하지만 차드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등은 국민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다. 10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아르헨티나보다 못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평균소득이 아르헨티나의 2배가 넘는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 해답은 바로 성장률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 간 성장률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소득 순위도 바뀌는 것이다.

성장률이 높아야 소득이 늘고 생활 수준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성장률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한마디로 생산성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생산성은 단위 시간당 국민 한 사람이 창출해 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양으로 △물적자본 △근로자들의 지식과 기술 수준(인적자본) △자연자원 △기술지식 등에 좌우된다.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무역 등 정부 정책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게 바로 재산권 보장이다.

재산권은 경쟁과 함께 시장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이다.

국민의 재산권을 적극 보호하는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커져 열심히 일할 유인을 제공한다.

하지만 소유권 보장에 필요한 사법기능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나라도 적지 않다.

경제적 계약이 준수되지 않거나 사기가 묵인되는 경우도 있고,정부 자체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공산국가의 경우 국민들의 재산권을 박탈,나라가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저축이나 투자를 하거나 창업해 땀 흘려 일할 이유가 없게 된다.

옛 소련이나 동유럽,쿠바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의 국민 삶의 질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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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과 행복 수준은 정비례 하지 않는다?··· 깨진 '이스털린 역설'

소득과 행복의 관계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주요 관심사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소득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소득이 높아야,즉 경제가 성장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경제 성장과 행복 수준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스털린은 당시 여러 국가의 설문조사를 통해 바누아투 부탄 방글라데시 같은 빈곤 국가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반면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쉽게 말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은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로 불렸다.

하지만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 교수는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