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시스템을 공학적으로 분석·설계하고 운영하는 '공대의 경영학과'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⑦ - 산업공학과
산업공학은 '산업'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에 비유된다.

지휘자가 특정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것처럼 산업공학 엔지니어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각종 공학기술과 그 제품을 유통 · 판매하는 데 필요한 경영학 원리 등을 조율하고 정리해 전체 과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한다.

여러 악기의 소리가 아름다운 연주가 되도록 이끄는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휘자로서 산업공학 엔지니어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한다.

자동차회사를 예로 들어보자.이 회사의 대리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의 종류와 선택사양을 골라 주문을 내면,공장의 생산능력과 다른 주문량 등을 감안해 언제쯤 차를 받을 수 있는지가 자동으로 확인된다.

이를 위해선 공장의 가동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부품업체들에 필요한 부품의 양과 납품시기를 알려 제때 공급받아야 한다.

또 생산된 자동차가 최적의 경로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산업공학 엔지니어가 맡는다.

산업공학 엔지니어는 자동차 기계 조선 중공업 철강 전자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력 제조산업과 통신서비스 물류 유통 정보시스템 컨설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교통 국방 행정 등에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교육 내용

산업공학과에서는 산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분석 · 설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대표적인 게 '운용과학'(operation research)이다.

운용과학은 주문 생산 물류 등 전체 과정을 설계하고 운용할 때 각각의 단계별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내는 기법이다.

'산업경영'을 통해선 생산 · 서비스 · 관리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설계 ·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이와 함께

△제품을 설계 · 개발 · 제조하는 과정을 체계화 · 자동화하고 첨단 컴퓨터 기술을 응용하는 '제조시스템공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품질관리와 공정설계 등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통계적 기법을 익히는 '응용통계'

△사람의 육체적 특성과 심리적 · 인지적 · 감성적 특성에 맞는 제품설계에 대해 배우는 '인간공학'

△기업의 복잡한 업무처리과정과 거래과정을 혁신하고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통합하는 기술인 '정보시스템' 등을 공부한다.

이런 과목들을 통해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종합적인 안목과 체계적이고 시스템적 사고,합리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다.

산업공학과는 흔히 '공대의 경영학과'로 불린다. 경영학에서도 기업의 관리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두 학문이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학이 주로 마케팅 조직 회계 재무 금융 전략 등에 치중하는 데 비해 산업공학은 공학지식을 바탕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설계 · 개발,생산,물류 등에 집중한다.

정보시스템에 큰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전산학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산학은 컴퓨터 운영체제,프로그래밍 언어,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산업공학은 전산학의 지식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적성 및 흥미

산업공학과에 진학하면 공학적 바탕위에서 관리시스템 기술을 익혀야 하므로 기본적인 공학적 · 과학적 소양과 함께 수리능력을 갖추고 컴퓨터 활용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적합하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개선과 혁신에 관심이 많고 합리성을 추구하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해결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환영받는다.

예를 들어 내가 할 일을 어떤 순서로 하는 게 좋겠는지,학교까지 어떻게 가면 가장 빨리 갈 수 있겠는지,친척집 몇 곳에 선물을 전달할 때 어떤 순서로 방문하면 효율적일지 등을 따져보는 일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새 집을 사야 할지 당분간 전세로 지내고 남는 돈을 투자해야 할지,새 차와 중고차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순위를 공개하지 않는 수능시험의 순위를 어떻게 추정할 수 있을지 등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라면 산업공학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산업공학과에 진학하려면 과학과 공학은 물론 경영 경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며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산업공학과를 선택하려는 고교생은 과학 분야의 교양도서와 함께 경영 경제 분야의 책도 흥미를 갖고 틈틈이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취업과 진로

산업공학과 졸업생은 산업계,정부출연연구소,대학,정부기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전자 화학 운송 물류 유통 통신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취업한다.

특히 정보기술(IT)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와 컨설팅업체로 산업공학과 졸업생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기업 내에선 생산계획 및 관리,제품개발 및 기획,경영혁신,품질관리,정보시스템,프로젝트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산업공학 특유의 시스템적 사고,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문제접근,기획 및 계획 능력,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문제해결 능력,IT 활용능력 등은 산업공학과 졸업생들의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의 특정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지식만 이해하고 나면,산업공학과 졸업생들은 다른 학문 전공자들에 비해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산업공학의 주요 분야별로 심도 있는 이론을 배우고,프로젝트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더욱 키우게 된다.

대학원을 마치면 독자적인 문제 발굴과 해결 능력이 한층 향상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갈수록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인 만큼 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관리자나 경영자가 되기는 어려워진다.

또 공학의 개별 전공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공학적 바탕 위에 과학적 관리시스템을 교육받은 사업공학 전공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