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까지 낙마시킨 자원세 논쟁··· 야당은 완전 폐지 주장
[Global Issue] 광산업체들이 당락 좌우하는 호주 총선
호주 연방의회 총선거가 다음 달 21일 실시된다.

152명의 연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의 핵심은 올해 선거를 치렀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호주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인 자유당 간에 경제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호주 광산업체들이 당락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 최대 쟁점이 광산업체들에 부과하는 '자원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원세 방침에 따라 정당별 지지율도 왔다갔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9일 "여야 간 자원세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호주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자원세가 여전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총리까지 낙마시킨 자원세 논쟁

자원세 공방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6% 이상 순익을 올리는 호주의 모든 광산업체들에 40%의 세금을 물리는 자원세를 놓고 집권 노동당 정부와 호주 광산업계 및 야당은 이때부터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이 세금을 통해 120억호주달러 규모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해 2013년엔 재정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드 전 총리는 무리하게 자원세를 추진하다가 광산업계를 비롯한 여론의 역풍을 받았다.

그는 지지율이 급락하자 결국 총리직을 포기해야만 했다. 후임 줄리아 길러드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자원세에 대해 타협이 가능하다"며 광산업계에 유화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그는 결국 지난 2일 광산업체들과 종전의 '자원세'를 대폭 완화한 '광물자원임대세(MRRT)'에 합의했다.

이 수정법안은 40%로 추진돼 왔던 철광석과 석탄 개발 이익에 대한 세율을 30%로 10%포인트 낮추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자원세 부과 대상을 철광석 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천연자원 생산업종에서 철광석과 석탄 업종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과세대상 기업은 2500개에서 320개로 8분의 1로 줄었다. 사실상 정부가 광산업체들게 양보한 것이다.

⊙ 양보 후 급상승한 여당 지지율

자원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해외 기업들이 호주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한국전력과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도 이번 달 초 호주 광산 인수를 발표했다.

중국과 홍콩 기업들도 호주의 자원업체들을 인수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언스트앤드영의 마이크 앨리엇은 "자원세 논쟁이 한창이던 두 달 동안 해외 기업들의 호주 자원 투자가 전면 보류됐다"며 "이제부터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의 광산 개발도 재개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의 석탄업체인 엑스트라타는 6일 퀸즈랜드에 있는 60억호주달러 규모의 완도안 광산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BHP빌리턴 리오틴토 등 호주의 대형 광산업체들도 자원세에 대한 항의로 한동안 유보했던 수십억달러 규모의 광산 투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외국자본 유치' 등의 성과로 인해 여당의 지지율도 급상승하고 있다.

러드 전 총리가 물러났던 직후 노동당의 지지율은 35%였다. 한때 7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반토막나 버린 것이다.

그러나 길러드 신임 총리가 취임하자 상황은 역전됐다.

여론조사 결과 30%대까지 하락했던 노동당 지지율은 다시 50%대를 넘어서면서 급반등세를 보였다.

길러드 총리가 광산업체들에 한발 물러서면서 화해한 뒤 여론이 신임 총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원래 올해 말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총선을 길러드 총리가 다음 달로 앞당긴 이유도 자원세 문제와 관련해 지지율을 회복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노동당 정부의 전략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는 광산업체

급해진 건 야당인 자유당이다. 자원세 논쟁이 빚어지기 전 30%대에 머물던 자유당 지지율은 지난달 말 40%을 넘어서면서 노동당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러드 총리와 광산업체의 화해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40% 후반대의 지지율로 노동당에 5~7%포인트 뒤져 있다.

이에 따라 자유당은 관련 세금 완전철폐 카드로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니 애보트 자유당 대표는 이날 "기존 자원세를 수정한 MRRT 역시 호주의 대표기업들에겐 형벌(punishment)과 다름없다"며 "총리가 되면 MRRT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광산업체를 의식하는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총리까지 낙마시키고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일간인 브리즈번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호주 광산업체들이 자원세에 반대하기 위해 펼쳤던 정부 비방 광고가 노동당의 지지율 하락과 러드 전 총리의 낙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광산업계는 호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마리우스 클로퍼스 BHP 최고경영자(CEO)는 자원세 도입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세금이 도입되면 현재 43%인 세금부담률이 2013년엔 57%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이 부과되면 호주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투자가 줄어들게 되며 호주인들의 부와 생활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도 기존 자원세 세율이 부과되면 BHP 빌리톤의 순이익이 19%,리오틴토는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처럼 호주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광산업체에 정부가 무거운 세금을 물리려고 하자 여론이 돌아서 버린 것이다.

호주 광산업체들은 정부의 수정안에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샘 월시 리오틴토 철광석 부문 대표는 "광산업계에 매기는 세금은 여전히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불평했다.

리오틴토는 자원세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자원세와 같은 무거운 세금 부과가 계속된다면 호주 국내업체와 해외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