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YFF 경쟁부문 진출한 고교생 영화감독 이정길군/인터뷰

"어렵고 난해한 영화,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영화, 뭘 놓친 거지?

라는 찜찜함을 느끼는 영화보다는 그 순간 보고 관객들이 바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소재도 일상을 좀 재밌게 약간 과장해서 표현했죠."

지난 14일 폐막한 제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12th Seoul International Youth Film Festival · 이하 SIYFF)에서 기자들과 만난 <화끈한 동영상>의 이정길 감독이 말했다.

영화 <펄프 픽션>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인 그는 "내 영화가 너무 어렵다고 하는데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는 타란티노 감독의 말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생 감독임에도 영화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그 솔직함이 기자들에게 전달되어 웃음을 유발하는 듯했다.

이정길 감독은 현재 계원예술고등학교 3학년으로, SIYFF의 경쟁부문인 '발칙한 시선- 청소년 부문'에 <화끈한 동영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출한 <쌍둥이 남매>라는 작품으로 2009년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 본상, 중앙대학교 청소년 영화제 Shift U 대상,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가족상, 제9회 성남시 청소년창작영상제 장려상, 부천청소년영화제에서 장려상을 받은 실력파 감독이다.

그는 "1학년 겨울방학 때 열린 학교 워크숍에서 본격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영화에 관심 정도만 있었던 그는 워크숍에서 자신이 쓴 글이 선생님들에게 칭찬 받은 것을 시발점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촬영현장도 재밌었고, 촬영하는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를 알아서 들어온 게 아니라 배우다 보니 매력을 알고 빠진 거죠" 라고 말했다.

이때 나온 작품이 바로 <쌍둥이 남매>이다.

두 번째 연출작인 <화끈한 동영상>은 주인공 '재규'가 친구가 준 야한 동영상을 PMP에 담고 그 PMP를 미모의 여학생에게 빌려주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낸 7분짜리 단편 영화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이 영화의 코미디성을 살려줘 마무리가 유쾌하다.

특히 촬영 중의 에피소드로 영화에 나오는 야한 동영상의 사운드를 스태프들과 실제로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녹음했다는 후문이다.

촬영 팀 중 홍일점인 기획스태프의 영화 촬영이 늦어진다는 잔소리에도 동영상을 꿋꿋이 봤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SIYFF가 그에게 있어서 '성취'라고 표현했다.

2년 전 SIYFF에서 <쌍둥이 남매>로 본선 진출에 실패한 그는 "SIYFF 본선 진출로 목표 중 하나를 이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청소년영화제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점점 커지는 거 같다"며 청소년 영화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 느껴진다고 얘기했다.

"학생이 만든 게 다 그렇지"와 같은 편견, 학생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차기작은 스릴러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고, 진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의 재치있는 위트가 또다시 스크린에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윤다여 생글기자(청심국제고 2년) dianatheone@naver.com

이동진 생글기자(경상고 2년) ndwor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