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⑥ 최수명 효성기술원 상무 (서울대 섬유공학과)
최수명 효성기술원 상용화연구소 상무(56)는 타이어의 재료인 타이어코드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1위로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1980년 효성에 입사한 그는 효성이 세계 최초로 라이오셀타이어코드를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골격을 이루고 형태를 지지하는 보강재로 차량의 무게와 충격 및 진동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라이오셀 타이어코드는 공해 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레이온에 비해 공정이 간단하고 친환경적이며,내열성과 형태안정성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최 상무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 한국경제신문이 수여하는 다산 기술대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으며,같은 해 한국 섬유공학회 기술상도 수상했다.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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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섬유 신소재 연구 · 개발에 도전할 젊은 인재들 많았으면···"

▶섬유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때 화학 선생님이 섬유산업의 중요성과 발전에 대해서 강조하시면서 섬유공학과로 진로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수학 선생님이 섬유공학과 출신이셨던 영향도 많이 받았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섬유회사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은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

▶섬유공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섬유공학과에서는 나노섬유,광섬유,고기능섬유,방탄섬유 등 우리가 입는 옷이나 침구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섬유에서부터 산업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섬유소재 및 공정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공부합니다.

섬유 재료분야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된다고 할 만큼 응용범위가 광범위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합성섬유 산업뿐 아니라 전자산업,기계산업,정보통신산업,에너지 · 환경산업,항공우주산업 등의 다양한 산업과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졸업 후 진출분야도 넓은 편입니다.

실제 섬유공학과 출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섬유공학과의 장점을 든다면.

"섬유공학은 섬유산업 발전과 더불어 성장해온 전통이 오랜 분야로 고기능성을 갖춘 의류용 섬유소재와 첨단분야에 적용되는 산업용 섬유소재의 제조와 응용에 필수적인 지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유기신소재 섬유산업을 포함해 최첨단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응용도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즉 섬유 재료가 첨단산업의 바탕이 되는 것이죠."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보람을 느끼신 때는 언제입니까.

"1980년 효성연구소에 입사한 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험에 의존하던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원사 제조 공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기억에 납니다.

생산기술과 이론을 접목시킨 공로로 1983년엔 연구소 내에서 개발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신소재 타이어코드를 개발한 성과가 인정받아 2008년 한국경제신문에서 수여하는 다산 기술대상을 수상했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중공섬유 UF 멤브레인을 적용한 정수기를 개발했을 때나 라이오셀 타이어코드를 개발한 것도 잊을 수 없습니다. "

▶섬유공학을 공부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섬유 소재 및 재료는 산업적 응용이라는 공학적 측면뿐 아니라 원리적인 이해라는 기초과학적 측면이 결합된 분야입니다.

화학,물리,수학 등의 과목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에게 유리한 전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각종 실험,실습을 하는 과정이 많으므로 분석적 사고력이 요구됩니다. "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중국과 후발개도국의 진출로 범용 합성섬유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도와 탄성 등을 높인 아라미드섬유,탄소섬유와 같은 슈퍼 섬유 및 고기능성 섬유 등은 정보통신,토목건축,건강,스포츠 ·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면서 섬유산업의 부활을 이끌고 있습니다.

효성은 지난해 상업 생산을 시작한 아라미드섬유를 비롯해 탄소섬유 등 초고성능 섬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섬유공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섬유재료는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공학기술(BT) 등 각종 산업분야와 융 · 복합을 이뤄내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섬유공학도로서 전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섬유소재 개발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연구 · 개발(R&D)이 힘에 부칠 때마다 과학 문명을 100년 앞당긴 교류 전기기술 개발자 니콜라 테슬라의 실패와 성공 스토리를 떠올렸습니다.

여러분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의 섬유산업을 이끄는 인재로 커가길 바랍니다. "

조재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joyj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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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나노 · BT와 만나 '첨단 산업의 쌀'로 부상

섬유산업 발전 어디까지 ···

최근 섬유산업은 나노기술(NT),생명기술(BT),정보기술(IT) 등과 융합하면서 반도체처럼 모든 산업에 두루 쓰이는 '산업의 쌀'로 부상하고 있다.

나노섬유(nano fiber)가 대표적인 예다.

나노섬유는 섬유의 굵기가 나노미터(nm, 1nm는 10의 마이너스 9승m) 단위인 섬유다.

실을 만드는 방사(紡絲) 기술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섬유의 최소 굵기는 약 60nm.4.2g으로 지구에서 38만4400㎞ 떨어진 달까지 닿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전기방사(electrospinning · 전하 차이를 이용해 섬유를 제조하는 기술)법을 이용하면 직경 15nm 이하의 섬유도 제조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방사로 만들어진 나노섬유는 강한 표면 흡착성,물질에 대한 선택적 투과성 등을 지닌다.

부피를 줄이고,보다 가벼우면서도 넓은 표면적을 가릴 수 있는 특성도 나노섬유의 큰 장점이다.

BT와 섬유의 만남의 사례론 옥수수섬유,거미줄섬유,콩섬유 등을 들 수 있다.

옥수수섬유는 옥수수나 밀 등으로부터 폴리락틱 애시드(polylactic acid)를 합성해 이를 섬유로 만든 것으로 현재 화학섬유의 주종인 폴리에스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미줄섬유는 포유동물 세포에 진짜 거미줄 섬유 유전자를 집어넣어 유전공학적으로 제조해냈다.

강도가 우수해 차세대 방탄복이나 극세 수술용 실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소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방탄용 옷이나 헬멧 등에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철강 대신 건축물 뼈대에 사용할 수 있는 섬유,1㎟로 1000㎏의 자동차를 지탱할 수 있는 초극한 강도 섬유도 개발되고 있다.

구리선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광(光)섬유는 이미 상용화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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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패션 컨소시엄간 기술·상품 공동 개발 지원

섬유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

섬유는 여전히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중 하나다. 지난 한해 수출액은 110억달러 이상에 달했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는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의 연구 · 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섬유패션스트림간 협력기술개발사업이다.

2007년부터 이 사업은 섬유 컨소시엄간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생산 기술이나 일류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 회사 대신 원료-원사-직물-염색-봉제-패션 등 스트림(산업 공정)간 협력 컨소시엄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식경제부는 기업들이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해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이렇게 선정된 과제는 모두 46건으로 316개사에 총 285억원이 지원된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를 함유한 전도성 섬유와 이를 적용한 오염 및 정전기 방지 기능이 향상된 자동차용 시트 개발,레이온 복합소재를 이용한 고감성 니트,연약지반 보강용 하이브리드형 진공배수제,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한 내열성 난연 제품,군인과 경찰용 특수 피복 · 크루즈 요트용 슈퍼섬유 소재 등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853억원을 투입,93건의 기술개발을 지원했거나 지원하고 있다.

기술개발 결과 183건의 특허가 출원되거나 등록되고 348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지식경제부는 이 기술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2017년까지 연간 2조7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10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200여건의 지적재산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