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회서 마구 찍어낸다고 法 아니다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 불린다. 의원 개개인이 법률안을 새로 만들거나(제정) 개정안을 발의하고 표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임무는 '법을 만드는 것'으로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착각은 법을 많이 만들거나 개정하는 의원이 곧 '일 잘하는 의원'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만들었다.

국회의원 자신들도 스스로 어떤 법안이 정말 필요한 것이지,또 그 내용은 충실한지를 세밀하게 따지기보다는 그저 새로운 법을 생산하기에 바쁘다.

한국경제신문이 18대 국회 2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입법안을 분석한 결과 의원들의 법안발의 건수는 모두 7195건에 달했다.

이는 직전 국회였던 17대 국회 4년간 전체 건수(6387건)를 웃도는 역대 최대기록이다.

지난 14대엔 321건,15대 1144건이던 것이 16대 1912건,17대 6387건으로 점차 그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법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인가. 아니다. 아주 나쁠 수도 있다.

법이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이렇게 할 것, 혹은 저렇게 할 것 등의 규제를 가하거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많다.

학칙이 복잡해지고 많아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랏돈을 이렇게 쓰자 저렇게 쓰자는 자기 멋대로의 선심성 법안들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많이 만들어 낸 법을 살펴보면 그런 것들이 많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특정집단에 세금을 덜 내는 혜택을 주거나, 자기를 뽑아준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라살림의 규칙을 제멋대로 바꾸려는 내용의 법안이 대부분이다.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입법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18대에 접수된 법안 중 가장 많이 발의된 개정안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으로 접수건수만 200건에 달한다.

2위 공직선거법(124건)과 3위 국회법(114건)과도 차이가 크다. 6위와 7위를 기록한 소득세법(75건)과 지방세법(73건)을 합치면 상위 10개 법안 중 세제 관련 개정안만 40% 가까이 된다.

세금은 결국 국민들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국민의 저금통장에서 마음대로 돈을 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법률이 잘못되었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하는 건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도 실은 그런 증거의 하나다.

2003년 1000건을 돌파한 헌법소원은 2005년 1500건에 육박했고 2007년에는 1742건을 기록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해 일시적으로 1100건으로 뚝 떨어졌지만 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이 엉터리라는 주장을 하는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