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물환 거래 규제 나선 까닭은?
[Cover Story] 외화자금 밀물·썰물 반복···환율 급등락에 경제 '몸살'
외환거래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기사를 읽는 데도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알고 나면 매우 재미있는 것이 금융기사이기도 합니다.

국제화 시대를 살면서 환율을 모를 수는 없습니다.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 봅시다.


2007년 10월31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원 · 달러 환율이 899원60전으로 하락,1997년 8월 이후 무려 10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원 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한다는 말은 1달러를 교환하는 데 우리 돈 원화를 그만큼 적게 주어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원화 강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009년 3월6일 이번에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97원까지 치솟았다.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어나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높아져 수익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1년6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한번은 환율이 너무 낮아서,또 한번은 환율이 너무 높아서 몸살을 앓았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거렸던 것이다.

환율이 급등락하게 되면 기업이나 해외송금이 필요한 사람 등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된다.

기업들로서는 수출입 활동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여행객들도 여행경비 책정 등에서 혼란을 겪는다.

⊙ 환율 급등락이 문제

정부가 은행의 선물환 거래 제한을 비롯한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기업과 가계가 고통받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내릴 경우 경제주체들의 피해가 커진다.

경제주체 간의 이익과 손실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급격한 변화는 투기꾼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큰 혼란을 안긴다.

환율 변동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문제다.

환율이 급변하면 외국인 투자자나 외국 언론들이 한국 경제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거나 이로 인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환율이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피드백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64원50전이던 원 · 달러 환율은 불과 열흘 만인 1월 중순 1119원80전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세로 전환,2월 초에는 1170원대로 올랐다.

3월 들어서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어 4월 말 11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5월부터는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5일에는 한때 1277원까지 솟구쳤다.

이날 하루 환율 변동폭만 53원이었고 올 들어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174원40전에 달한다.

⊙ 경제상황 따라 자본 유 · 출입 극과 극

원 · 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외화자금이 급격하게 들어왔다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외화자금이 들어올 때는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달러의 가치,즉 환율이 하락한다.

반면 자금이 나갈 때는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감소하고 환율이 상승한다.

한국은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 · 자본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있어 외국 자금이 드나드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투자 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 · 달러 환율이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세계 경제도 안정돼 있을 때는 대체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보다 국내로 들어오는 돈이 많다.

외국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1998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는 국내로 들어오는 돈이 많았다. 이 기간 외국인 자금 순유입액(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금액)은 2219억달러였다.

이에 따라 원 · 달러 환율도 꾸준히 하락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해지거나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은 다시 빠져나간다.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 자금은 695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이전 10년간 외국인 자금 순유입액의 30%가 넘는 금액이 불과 넉 달 사이에 도로 빠져나간 것이다.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발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다른 나라에 투자했던 돈을 거둬들인 탓이다.

이 때문에 원 · 달러 환율은 1100원대 중반에서 1400원대 후반까지 급등했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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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환 거래는 환율 변동 따른 손실 회피가 목적
[Cover Story] 외화자금 밀물·썰물 반복···환율 급등락에 경제 '몸살'
선물환거래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래 어느 시점의 환율이 지금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더라도 특정 환율로 외화를 사고 팔기로 하는 거래다.

예를 들어 국내 조선업체가 해외 선사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서 대금은 모두 1년 후에 받기로 했다고 하자.

계약 당시 원 · 달러 환율은 1230원이나 A사는 1년 후 환율을 알 수 없으므로 선박 대금을 미리 고정시켜 둘 필요가 있다.

A사는 선물환을 취급하는 B은행을 찾아가 1년 후에 10억달러가 들어오면 123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 거래로 A사는 환율 변동 위험에서 해방된다.

반면 1년 후 A사로부터 10억달러를 받게 되는 B은행은 1년 후 환율이 1230원보다 하락할 경우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따라 B은행은 1년 후에 받게 될 10억달러를 담보로 외국은행으로부터 당장 10억달러를 빌려와 외환시장에서 1조2300억원으로 바꿔 채권에 투자하거나 기업들에 대출해 준다.

1년이 지나면 이러한 일련의 거래가 모두 청산(반대거래)된다.

국내 A조선업체는 외국 선주로부터 10억달러를 받아 B은행에 주고 달러당 1230원을 적용해 1조2300억원을 받는다.

B은행은 채권을 팔거나 기업에 대출해 준 자금을 회수해 1조2300억원을 마련한다.

은행은 또 A사에서 받은 10억달러와 채권 투자 또는 대출로 받은 이자를 활용해 외국 은행에 1년 전 빌린 10억달러와 이자를 상환한다.

물론 해외에서 빌린 10억달러에 대한 이자보다 국내 채권 투자나 대출에서 받는 이자가 높으면 은행은 돈을 벌게 된다.

이처럼 수출기업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이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와 외환시장에서 내다 팔게 되므로 외채가 늘어나고 환율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면 외화가 실제로 국내로 들어오는 1년 후에는 외채를 갚게 되므로 외환보유액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실제 원 · 달러 환율이 2008년 초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이후 급등한 것은 선물환 거래의 영향이 컸다.

2008년 중반까지도 수출 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환을 매도하기 바빴다.

이에 따라 2~3년 후에 받을 달러까지 외환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원 · 달러 환율은 하락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2008년 들어 공교롭게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환율이 상승하자 기업들은 선물환 매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부족해졌다.

더욱이 주식시장에 들어온 단기 투자자금까지 빠져나가자 환율 변동폭은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