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규제에 나서고 세계 각국이 토빈세와 은행 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것은 글로벌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경제위기 이전만 해도 금융은 고 성장산업의 하나로 인식됐다.
세계의 금융중심지로 첨단금융 상품을 쏟아내는 미국의 월스트리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월가는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살찐 고양이’ 쯤으로 간주 되고있다.
금융社들은 "금융 규제는 포퓰리즘 정책" 반발
⊙ 토빈세 이어 은행세까지…잇따르는 규제
최근 세계경제의 특징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는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자본 또한 고수익을 좇아 신흥국으로 활발히 이동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자금 이동에 따라 각국 증시와 부동산 · 원자재 시장은 춤추고 이는 곧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금융거래 제한에 반대해왔던 유럽 국가들조차 토빈세와 유사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금융거래세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겨냥한 것이라면 은행세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산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인 50여개 금융사에 대해 은행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금융사의 예금을 제외한 부채에 0.15%의 세금을 물려 향후 12년 동안 1170억달러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오바마의 뒤를 따라 일제히 은행세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가지 방안을 주요 20개국(G20)에 권고했다.
첫째는 금융안정분담금(Financial Stability Contribution)으로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해 각국별로 GDP(국내총생산)의 2~4% 규모에 달하는 금융안정기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경우 사용된다.
또 하나는 금융활동세(Financial Activities Tax)로 금융사들의 이익과 보수 총액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금융사들의 과도한 보너스를 막으려는 의도다.
G20 정상들은 오는 6월 캐나다 회의를 거쳐 11월 서울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부터 각국별로 은행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 "은행은 공공성 강해…본연의 업무에 힘써야"
은행세 부과는 기본적으로 은행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TBTF)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적 성격이 큰 은행의 과도한 팽창을 방지,개별 금융사가 파산하더라도 전체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에 큰 영향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외부로부터 돈을 빌려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공격적인 차입 투자로 인해 2008년 9월 파산,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을 많이 낸 곳이 아니라 외부 차입이 많은 금융사에 대해 은행세가 부과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HSBC 도이체방크 등 50여개의 금융사(SIFI ·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해 왔다.
특히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베어스턴스 등 투자은행들은 외부로부터 자기자본의 30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
경기가 한창 좋을 때 하이 리스크 상품에 투자해 번 돈을 보너스로 펑펑 나눠 쓰더니 경기가 나빠지면서 거액의 손실이 나자 국민 세금(구제금융)에 손을 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들이 무리한 투자로 시장 불안을 키우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예금과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에 대해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커룰(Volker Rule)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볼커는 레이건 행정부 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백악관의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은행은 크게 예금 및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과 주식 · 채권투자,기업공개,인수합병(M&A) 주선 등을 주로 하는 투자은행으로 나뉜다.
미국은 대공황 당시인 1933년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의 겸업에 있다고 판단, 모든 은행이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 업무 중 하나만 할 수 있도록 한 글래스-스티걸법을 만들었다.
이후 이 법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1999년.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자 금융사들은 저마다 고수익상품 투자에 뛰어들었으며 이게 2008년 경제위기를 야기한 한 요인이 됐다.
세계 금융산업은 금융자산 축적과 파생상품 등 첨단 금융상품 개발 등에 힘입어 실물경제 발전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금융자산 규모는 2008년 현재 178조달러로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또 외환거래 규모는 세계 GDP의 16배 이상이다.
세계 주요국은 이처럼 과도하게 팽창한 금융부문을 규제하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언제든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위기는 정부실패 때문…금융사 규제는 포퓰리즘"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세금 부과는 정부의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한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거품은 중앙은행의 저금리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금융사들에 묻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칼 멩거,미제스 등에 따르면 모든 경기변동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연유한다.
이들은 정부가 통화량을 증가시켜 시중금리를 낮게 유지하도록 규제하면 붐과 버스트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는 주장한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는 "모든 경제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였다"며 "2000년대 초반 그린스펀 FRB 의장의 저금리 정책이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은행세는 사실상 보험료로 금융사의 머니게임만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네덜란드 탈부르그대 소스턴 벡 교수와 세계은행 금융시스템 전문가인 토머스 로제-뭘러는 은행세와 토빈세 자체에 리스크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에 따르면 금융거래마다 리스크가 제각각인데,과세 당국이 리스크 수준에 맞춰 세금을 물리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은행이 고수익을 좇아 고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또 세금으로는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제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거래를 줄여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금융거래가 모두 투기적이지는 않다.
또 은행이 세금을 내는 일은 일종의 보험에 드는 셈이 돼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
세금을 낸 대가로 여차하면 정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모든 나라들이 토빈세를 물려 자본이동을 규제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토빈세를 물리면 국경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투자에 비용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는 해외 투자를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1980년 이후 세계는 해외 투자를 자유롭게 한 덕분에 경제 활력을 높였다.
모든 나라가 토빈세를 부과하면 더이상 그런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국의 경우 2006년 외국인 자본 규제를 실시했다가 증시 급락 등으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며 "금융거래세 도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경제위기 이전만 해도 금융은 고 성장산업의 하나로 인식됐다.
세계의 금융중심지로 첨단금융 상품을 쏟아내는 미국의 월스트리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월가는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살찐 고양이’ 쯤으로 간주 되고있다.
금융社들은 "금융 규제는 포퓰리즘 정책" 반발
⊙ 토빈세 이어 은행세까지…잇따르는 규제
최근 세계경제의 특징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는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자본 또한 고수익을 좇아 신흥국으로 활발히 이동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자금 이동에 따라 각국 증시와 부동산 · 원자재 시장은 춤추고 이는 곧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금융거래 제한에 반대해왔던 유럽 국가들조차 토빈세와 유사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금융거래세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겨냥한 것이라면 은행세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산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인 50여개 금융사에 대해 은행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금융사의 예금을 제외한 부채에 0.15%의 세금을 물려 향후 12년 동안 1170억달러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오바마의 뒤를 따라 일제히 은행세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가지 방안을 주요 20개국(G20)에 권고했다.
첫째는 금융안정분담금(Financial Stability Contribution)으로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해 각국별로 GDP(국내총생산)의 2~4% 규모에 달하는 금융안정기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경우 사용된다.
또 하나는 금융활동세(Financial Activities Tax)로 금융사들의 이익과 보수 총액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금융사들의 과도한 보너스를 막으려는 의도다.
G20 정상들은 오는 6월 캐나다 회의를 거쳐 11월 서울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부터 각국별로 은행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 "은행은 공공성 강해…본연의 업무에 힘써야"
은행세 부과는 기본적으로 은행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TBTF)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적 성격이 큰 은행의 과도한 팽창을 방지,개별 금융사가 파산하더라도 전체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에 큰 영향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외부로부터 돈을 빌려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공격적인 차입 투자로 인해 2008년 9월 파산,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을 많이 낸 곳이 아니라 외부 차입이 많은 금융사에 대해 은행세가 부과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HSBC 도이체방크 등 50여개의 금융사(SIFI ·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해 왔다.
특히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베어스턴스 등 투자은행들은 외부로부터 자기자본의 30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
경기가 한창 좋을 때 하이 리스크 상품에 투자해 번 돈을 보너스로 펑펑 나눠 쓰더니 경기가 나빠지면서 거액의 손실이 나자 국민 세금(구제금융)에 손을 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들이 무리한 투자로 시장 불안을 키우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예금과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에 대해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커룰(Volker Rule)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볼커는 레이건 행정부 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백악관의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은행은 크게 예금 및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과 주식 · 채권투자,기업공개,인수합병(M&A) 주선 등을 주로 하는 투자은행으로 나뉜다.
미국은 대공황 당시인 1933년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의 겸업에 있다고 판단, 모든 은행이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 업무 중 하나만 할 수 있도록 한 글래스-스티걸법을 만들었다.
이후 이 법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1999년.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자 금융사들은 저마다 고수익상품 투자에 뛰어들었으며 이게 2008년 경제위기를 야기한 한 요인이 됐다.
세계 금융산업은 금융자산 축적과 파생상품 등 첨단 금융상품 개발 등에 힘입어 실물경제 발전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금융자산 규모는 2008년 현재 178조달러로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또 외환거래 규모는 세계 GDP의 16배 이상이다.
세계 주요국은 이처럼 과도하게 팽창한 금융부문을 규제하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언제든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위기는 정부실패 때문…금융사 규제는 포퓰리즘"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세금 부과는 정부의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한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거품은 중앙은행의 저금리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금융사들에 묻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칼 멩거,미제스 등에 따르면 모든 경기변동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연유한다.
이들은 정부가 통화량을 증가시켜 시중금리를 낮게 유지하도록 규제하면 붐과 버스트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는 주장한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는 "모든 경제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였다"며 "2000년대 초반 그린스펀 FRB 의장의 저금리 정책이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은행세는 사실상 보험료로 금융사의 머니게임만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네덜란드 탈부르그대 소스턴 벡 교수와 세계은행 금융시스템 전문가인 토머스 로제-뭘러는 은행세와 토빈세 자체에 리스크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에 따르면 금융거래마다 리스크가 제각각인데,과세 당국이 리스크 수준에 맞춰 세금을 물리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은행이 고수익을 좇아 고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또 세금으로는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제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거래를 줄여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금융거래가 모두 투기적이지는 않다.
또 은행이 세금을 내는 일은 일종의 보험에 드는 셈이 돼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
세금을 낸 대가로 여차하면 정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는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모든 나라들이 토빈세를 물려 자본이동을 규제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토빈세를 물리면 국경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투자에 비용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는 해외 투자를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1980년 이후 세계는 해외 투자를 자유롭게 한 덕분에 경제 활력을 높였다.
모든 나라가 토빈세를 부과하면 더이상 그런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국의 경우 2006년 외국인 자본 규제를 실시했다가 증시 급락 등으로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며 "금융거래세 도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