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선물환거래 무슨 문제 있길래 규제할까?
2007년 8월.

국내 굴지의 A 조선회사는 그리스 선주로부터 컨테이너선 두 척을 10억달러에 수주했다.

수주 계약 당시 원 · 달러 환율은 1230원.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2300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A사는 선박 건조 자금을 배를 짓는 2년 동안 10회에 걸쳐 나눠 받기로 했다.

따라서 10억달러의 선박 건조 대금은 우리 돈으로 정확히 계산하면 달러당 1230원을 적용한 1조2300억원이 아니라 향후 원 · 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환율이 1230원에서 앞으로 평균 1100원으로 하락한다면 A사는 나머지 9억달러를 우리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당 130원씩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럴 경우 A사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없을까.

미래에 들어올 달러에 적용할 환율을 지금 고정시켜 놓으면 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거래를 선물환거래라고 한다.

즉 A사의 경우 앞으로 들어올 9억달러에 대해 은행과 선물환계약을 맺어, 예를 들어 달러당 1230원에 은행에 팔 수 있는 계약을 미리 해놓는 것이다.

이때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 역시 환율변동 위험을 없애기 위해 선물환계약과 동시에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오게 된다.

선물환거래는 수출업체에 유용하지만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 오는 셈이다(자세한 과정은 5면을 참조하자).

문제는 이 같은 선물환거래를 하는 거래 당사자 중에는 수출업체들뿐 아니라 환율변동으로 인한 차익을 노리는 투기거래자도 있다는 점이다.

이들 투기거래자는 사모펀드 등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단기 펀드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최근 이들 단기 펀드를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선물환거래를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은행들을 대상으로 선물환거래와 해외에서 빌리는 달러자금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1980년대 이후 줄곧 추진해오던 외환거래 자유화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단기 투기자금(핫머니) 규제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국가 간 단기자금의 이동 규제는 1978년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제임스 토빈이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는 핫머니가 한 나라의 통화가치(환율)를 급등락시켜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경을 넘나드는 모든 금융거래에 일정한 벌금(이른바 '토빈세')을 매기면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을 방지,시장 불안요인을 없애고 글로벌 자본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30년간 토빈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를 부활시켰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토빈세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이 선물환거래 규제 방침을 내놓고 세계 각국이 토빈세와 은행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금융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선물환거래란 무엇이고 토빈세와 은행세는 왜 부과하려는 것인지 등에 대해 4,5면에서 알아보자.

다소 어려운 주제지만 중요한 이슈이므로 찬찬히 읽으며 공부해 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