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치열한 경쟁원리·고객 찾아가는 마케팅 등이 성공요인
월드컵의 열기는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이들이 뛰는 프로축구 리그도 더욱 주목받는다.
프로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차원을 넘어 프로 구단은 하나의 기업,프로축구 리그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기도 한다.
성공한 프로 구단과 프로축구 리그는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가장 성공한 프로축구 리그는 어디일까.
영국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nglish Premier League)가 첫손에 꼽힌다.
이탈리아의 세리에 A(Serie A)와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도 세계 3대 축구 리그로 불리지만,프리미어 리그가 단연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통한다.
전세계 팬이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으론 '맨유'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맨유는 2005년 7월 박지성 선수가 입단해 더욱 인기가 높다.
프리미어 리그가 성공을 거둔 배경과 그 성공의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자.
⊙ 프리미어 리그,개방 등 혁신을 통해 성공
잉글랜드는 1888년 세계 최초로 프로축구 리그를 창설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는 1980년대 들어 훌리건(hooligan ·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의 폭력사태가 심각해지고 스타 선수들이 높은 몸값을 받으며 주변 국가의 리그로 이적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위기를 인식한 잉글랜드축구협회는 22개 팀을 모아 1992년 새롭게 프리미어 리그를 출범시켰다.
이후 프리미어 리그는 시장 개방,치열한 경쟁원리 도입,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적 프로축구 리그로 도약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첫 번째 혁신은 시장을 활짝 연 것이다.
축구 종가를 자부하던 잉글랜드는 그전까지는 폐쇄적이었다.
그 결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벌이는 바람에 경기 내용이 점점 지루하고 단순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미어 리그는 선수와 감독,심지어 구단주까지 국적을 불문하고 경쟁력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물론 외국선수들을 스카우트하면서 그나라의 축구팬을 프리미어 리그의 팬으로 끌어들이게 되고 이를 통해 선구 몸값의 몇 배나 되는 TV 중계권료 등을 챙기자는 숨은 이유도 크다.
이 같은 개혁에 힘입어 1992년 20.8%에 불과했던 외국인 선수 비중은 2007년엔 60.2%로 급증했다.
첼시(Chelsea)는 1999년 선발선수 전원을 외국인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감독도 1996년 프랑스 출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이 아스날(Arsenal)에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감독을 둔 팀이 절반을 넘어섰다.
구단주도 외국인에게 개방해 절반 가까운 팀이 외국인 구단주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원리도 도입했다.
시즌마다 하위 3개 팀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바로 아래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된다.
반대로 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좋은 팀은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떨어지면 TV 중계권료 스폰서십 등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각 팀들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경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프리미어 리그의 경기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고 당연히 팬들이 몰려든다.
프리미어 리그의 각 구단은 대부분 자체 경기장을 갖고 있다.
이 경기장을 팀의 테마파크처럼 활용하고 원정 응원을 오는 서포터즈를 위해선 구단 버스와 여행자 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리그 경기가 없는 때는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고객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 프리미어 리그 감독은 리더이자 관리자
프리미어 리그의 성공은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명문 구단일수록 감독의 위상이 절대적이란 점을 들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은 경기 운영뿐 아니라 선수 선발과 계약,유소년 클럽 운영 및 훈련 과정 등 구단의 중요한 일에 모두 관여한다.
그래서 감독을 가리켜 두목이란 의미의 'Gaff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유럽의 다른 나라 축구 감독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선수 선발과 유소년 클럽 운영은 풋볼에디터가 책임지며 감독은 골라준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훈련시키며 어떤 전술을 개발해 실행할지 등 경기장 안의 일에만 집중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은 '지구방위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감독은 선수 선발 권한이 없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 등 스카우트 대상 선수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은 절대적인 위상을 기반으로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수시로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전체 상황을 살핀 후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리더의 역할과,팀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작업 계획을 세우고 일꾼의 교체를 지시하는 관리자의 몫을 함께 실행하는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이처럼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한동안 리더로서의 CEO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관리자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기도 했지만,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된 스타 선수를 거액을 주고 영입하기보다는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해왔다.
유망주 발굴의 귀재로 불리는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나는 젊은 재능이 자라는 것을 항상 선호해왔다"고 강조한다.
기업에서도 이미 성공한 외부 인재는 과거 경험에 얽매이거나 성과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한 시도를 하기 쉽다.
하지만 오랜 기간 조직 내에서 육성된 인재는 높은 로열티나 조직 가치관의 수용도가 높아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프리미어 리그에선 아무리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팀의 색깔과 감독의 전술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는 지론을 내세운다.
스타 선수 한두 명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은 최고 선수라면 무조건 사들인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에 비해 성적이 부진하다.
기업에선 한때 화려한 학벌과 경력이 핵심 인재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이제는 조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재가 핵심 인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월드컵의 열기는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이들이 뛰는 프로축구 리그도 더욱 주목받는다.
프로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차원을 넘어 프로 구단은 하나의 기업,프로축구 리그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기도 한다.
성공한 프로 구단과 프로축구 리그는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가장 성공한 프로축구 리그는 어디일까.
영국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nglish Premier League)가 첫손에 꼽힌다.
이탈리아의 세리에 A(Serie A)와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도 세계 3대 축구 리그로 불리지만,프리미어 리그가 단연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통한다.
전세계 팬이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으론 '맨유'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맨유는 2005년 7월 박지성 선수가 입단해 더욱 인기가 높다.
프리미어 리그가 성공을 거둔 배경과 그 성공의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자.
⊙ 프리미어 리그,개방 등 혁신을 통해 성공
잉글랜드는 1888년 세계 최초로 프로축구 리그를 창설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는 1980년대 들어 훌리건(hooligan ·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의 폭력사태가 심각해지고 스타 선수들이 높은 몸값을 받으며 주변 국가의 리그로 이적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위기를 인식한 잉글랜드축구협회는 22개 팀을 모아 1992년 새롭게 프리미어 리그를 출범시켰다.
이후 프리미어 리그는 시장 개방,치열한 경쟁원리 도입,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적 프로축구 리그로 도약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첫 번째 혁신은 시장을 활짝 연 것이다.
축구 종가를 자부하던 잉글랜드는 그전까지는 폐쇄적이었다.
그 결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벌이는 바람에 경기 내용이 점점 지루하고 단순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미어 리그는 선수와 감독,심지어 구단주까지 국적을 불문하고 경쟁력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물론 외국선수들을 스카우트하면서 그나라의 축구팬을 프리미어 리그의 팬으로 끌어들이게 되고 이를 통해 선구 몸값의 몇 배나 되는 TV 중계권료 등을 챙기자는 숨은 이유도 크다.
이 같은 개혁에 힘입어 1992년 20.8%에 불과했던 외국인 선수 비중은 2007년엔 60.2%로 급증했다.
첼시(Chelsea)는 1999년 선발선수 전원을 외국인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감독도 1996년 프랑스 출신의 아르센 웽거 감독이 아스날(Arsenal)에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감독을 둔 팀이 절반을 넘어섰다.
구단주도 외국인에게 개방해 절반 가까운 팀이 외국인 구단주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원리도 도입했다.
시즌마다 하위 3개 팀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바로 아래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된다.
반대로 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좋은 팀은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떨어지면 TV 중계권료 스폰서십 등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각 팀들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경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프리미어 리그의 경기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고 당연히 팬들이 몰려든다.
프리미어 리그의 각 구단은 대부분 자체 경기장을 갖고 있다.
이 경기장을 팀의 테마파크처럼 활용하고 원정 응원을 오는 서포터즈를 위해선 구단 버스와 여행자 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리그 경기가 없는 때는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고객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 프리미어 리그 감독은 리더이자 관리자
프리미어 리그의 성공은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명문 구단일수록 감독의 위상이 절대적이란 점을 들 수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은 경기 운영뿐 아니라 선수 선발과 계약,유소년 클럽 운영 및 훈련 과정 등 구단의 중요한 일에 모두 관여한다.
그래서 감독을 가리켜 두목이란 의미의 'Gaff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유럽의 다른 나라 축구 감독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선수 선발과 유소년 클럽 운영은 풋볼에디터가 책임지며 감독은 골라준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훈련시키며 어떤 전술을 개발해 실행할지 등 경기장 안의 일에만 집중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은 '지구방위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감독은 선수 선발 권한이 없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 등 스카우트 대상 선수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감독은 절대적인 위상을 기반으로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수시로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전체 상황을 살핀 후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리더의 역할과,팀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작업 계획을 세우고 일꾼의 교체를 지시하는 관리자의 몫을 함께 실행하는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이처럼 리더와 관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한동안 리더로서의 CEO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관리자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기도 했지만,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된 스타 선수를 거액을 주고 영입하기보다는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해왔다.
유망주 발굴의 귀재로 불리는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나는 젊은 재능이 자라는 것을 항상 선호해왔다"고 강조한다.
기업에서도 이미 성공한 외부 인재는 과거 경험에 얽매이거나 성과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한 시도를 하기 쉽다.
하지만 오랜 기간 조직 내에서 육성된 인재는 높은 로열티나 조직 가치관의 수용도가 높아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프리미어 리그에선 아무리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팀의 색깔과 감독의 전술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는 지론을 내세운다.
스타 선수 한두 명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은 최고 선수라면 무조건 사들인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에 비해 성적이 부진하다.
기업에선 한때 화려한 학벌과 경력이 핵심 인재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이제는 조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재가 핵심 인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