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치 높이려선수·구단 모두 힘써··· 시장원리 작동하는 산업
[Cover Story] 프로 스포츠는 사람을 사고 파는 부도덕한 시장?
전 세계 프로축구 선수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릴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잉글랜드 출신으로 이탈리아 AC밀란에서 뛰는 데이비드 베컴이 지난해 4000만달러(약 490억원)를 벌어 1위에 올랐다.

이어 스페인 레알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3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스페인 FC바르셀로나)는 2000만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축구뿐 아니라 야구 농구 등 프로 스포츠의 스타 선수들은 몸값이 수백억원에 달한다.

소속 구단에서 받는 연봉 외에도 글로벌 기업들과 후원 계약을 맺고 받는 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명 구단들은 스타 플레이어를 끌어오기 위해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도 하고,거액을 주고 일정 기간 유명 선수를 임대하기도 한다.

사람의 몸값을 정하고 물건처럼 임대한다니 일견 부도덕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산업이고,선수는 이 시장의 상품이다.

사람이 상품이라고 해서 마구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품가치를 올리기 위해 선수를 더욱 보호한다.

이 점이 시장원리의 묘미이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

[Cover Story] 프로 스포츠는 사람을 사고 파는 부도덕한 시장?
먼저 스포츠의 역사를 살펴보자.스포츠는 18~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근대 종목을 지칭하는 말이다.

초기에는 축구 육상경기 테니스 야구 등 경쟁적인 종목을 가리키다 점차 그 개념이 확장됐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각 지역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클럽이 스포츠 활동의 중심을 이루는 '지역사회 주도형'으로 발전했다.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세계 대회 상위 성적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 체육이 '국가 주도형'으로 발전했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철저히 '민간 주도형'으로 스포츠 발전이 이뤄졌다.

민간 주도 아래 자연스럽게 스포츠에서 시장원리가 작동했고,이에 따라 미국이 프로 스포츠의 발상지가 됐다.

초기 미국의 프로구단은 요즘처럼 '스포츠 리그'가 아닌 지방을 순회하며 경기를 벌여 수입을 올리는 흥행단체와 유사한 형태였다.

일회성 이벤트에 의존했던 만큼 수입이 불규칙해 도산하는 구단이 많았다.

이에 프로구단들은 하나의 연합체를 만들고 그 연합체가 회원 구단 간 경기를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개최해 우승팀을 가리게 하는 스포츠 리그를 탄생시켰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경기를 지속적으로 주최하고 그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 리그(NFL · 미식축구,NBA · 농구,NHL · 아이스하키,MLB · 야구)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선 1981년과 1983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리그가 각각 창설됐다.

이어 1997년 프로농구,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했다. 프로야구는 일본 프로야구의 모습을 본받았고 현재까지 운영 체제 및 방식이 일본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

프로축구는 유럽 축구리그와 유사한 형태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미국 NBA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TV 중계권료가 프로 스포츠 성장 기반

스포츠 리그는 비영리 단체로 설립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회원 구단은 대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한다.

구단의 수입원은 스폰서 수입,경기장 입장료,캐릭터 상품 판매,TV 중계권료 등이다.

이 중 TV 중계권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NFL의 경우 TV 중계권료가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NFL 구단의 연간 총 수입에서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메이저리그 야구팀들도 이 비중이 30%에 달한다.

이처럼 TV 중계권료는 미국 프로 스포츠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흥미로운 볼거리를 원하는 대중에게 방송사들이 프로 스포츠 경기를 보여주고,그 대가로 프로구단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급해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

방송사들은 중계권료를 TV 광고료로 충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만큼 광고료도 거액이다.

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의 경우 매년 높은 광고료가 화제가 된다.

올해 초 제44회 슈퍼볼 중계방송을 맡은 미국 CBS방송은 30초짜리 일부 광고의 광고료로 300만달러(약 35억원)를 넘게 받았다.

초당 1억1700만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세계 1억명의 시청자에게 생중계하는 슈퍼볼에서 선보이는 광고는 다른 행사에 비해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앞다퉈 슈퍼볼 광고를 따내려 한다.

한국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슈퍼볼에서 30초짜리 TV광고 6편을 내보냈다.

⊙ 드래프트제 등 경쟁제한 제도 발달

프로 스포츠가 계속해서 인기를 모으려면 재미있는 경기가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 간 경기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경기력이 크게 차이나면 싱거운 경기가 되기 때문이다.

구단 간 경기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 스포츠에선 드래프트 제도와 선수계약 갱신 제도 등 경쟁제한 제도가 발달했다.

드래프트 제도는 각 구단이 리그의 규정에 의해 정해진 순서대로 드래프트 대상인 신인선수 중 한 선수를 지명하고,그 선수와 독점적인 교섭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신인선수는 그 리그에서 뛰려면 구단을 선택할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리그에 따라서는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하는 신인선수의 보수와 계약기간까지 리그의 규정에 정하는 경우도 있다.

드래프트 제도는 미국의 4대 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우리나라의 모든 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다.

유럽 축구 리그에선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선수계약 갱신 제도는 계약 기간은 단기로 하면서 구단이 원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갱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보류제도라고도 부른다.

이 제도를 통해 구단에 의해 보류선수로 지정되면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다른 구단으로 자유롭게 이적하지 못한다.

이런 경쟁제한 제도는 선수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