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월드컵은 글로벌 기업들이 군침 흘리는 '빅 스포츠 이벤트'
기업들이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각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만들고 현지 방송과 신문에 싣는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들까요.

비용으로보나 가용 인원으로보나 불가능한 일 입니다.

기업들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같은 고민을 단숨에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후원 하는 한국 내 대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면 각국 미디어들이 스포츠중계를 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기업 브랜드를 노출 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마케팅이 가능 하다는 의미다.

⊙ 글로벌 기업들의 '월드컵 전쟁'

실제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는 월드컵 전 경기에서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 공식 축구공인 '지블라니'(남아공 말로 축하한다는 뜻)도 이 회사가 공급한다.

출전국 가운데 독일 남아공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일본 덴마크 슬로바키아 그리스 멕시코 파라과이 등 가장 많은 12개 국가 대표팀을 후원한다.

개별 구단 후원 비용만 연간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에 달한다.

'월드컵=아디다스'라는 이미지를 심어 올해 17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또 다른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225일간 13만4017㎞에 달하는 84개국을 순방하는 마케팅을 준비했다.

소말리아 출신 힙합가수 케이난(K'Naan)을 기용해 월드컵 주제곡을 만들었고 축구팬들이 자신만의 골 세리머니를 촬영해 웹사이트에 올리면 온라인 투표로 최종 승자를 뽑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TV 광고에는 리오넬 메시,티에리 앙리 등 세계적인 축구선수 8명을 출연시킨다.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월드컵 마케팅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2002년 한 · 일 월드컵 때부터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활동 중인 현대 · 기아자동차는 6000대가량의 차량을 전 세계에 깔 계획이다.

일부는 대회 의전 차량으로,일부는 마케팅용으로 활용한다.

마케팅 슬로건은 '어게인 2002'다. 2002년 한 · 일 월드컵의 거리 응원을 26개국 36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것.

현대차는 서울 시청 앞 광장과 똑같은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전 세계 36개 도시에 대형 스크린과 응원석 등으로 이뤄진 세트장을 차린다.

일부 후원사들은 경쟁사가 공식 후원사가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경쟁사의 마케팅을 방해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같은 기업은 '슬리핑 파트너(sleeping parter)'로 불린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 중에서는 일본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매복 마케팅' 활발

FIFA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도 월드컵을 자사의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非)후원사들이 진행하는 스포츠 마케팅은 '매복 마케팅'으로 분류된다.

현대 · 기아차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 6개 FIFA 파트너와 버드와이저 맥도날드 등 6개 남아공 월드컵 후원사를 제외한 모든 기업의 월드컵 마케팅은 '매복'에 해당한다.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광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매복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으로 아디다스의 라이벌인 나이키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브라질 네덜란드 미국 포르투갈 한국 호주 뉴질랜드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 9개국을 후원하고 있다.

마케팅은 철저히 게릴라식으로 진행한다.

구글과 함께 축구팬을 위한 첫 소셜 네트워크 'Joga.com'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

이 서비스를 통해 축구팬끼리 좋아하는 선수와 팀에 관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비디오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140개국에서 14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국내 기업들도 월드컵 매복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면서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와 함께 마케팅을 펴는 KT가 대표적인 예다.

SK는 월드컵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월드컵 응원'을 주제로 한 광고로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FIFA는 매복 마케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규정 위반으로 600여건을 제소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다.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경우 매복 마케팅을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일반 소비자들은 매복 마케팅을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월드컵 개최국도 경제 효과 '짭짤'

월드컵은 개최국에도 큰 이익을 안겨준다. 경기장과 편의시설 공사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기업들의 월드컵 관련 투자가 늘어나고 소비도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국가 경제 전체가 튼튼해진다.

우리 정부가 펴낸 '2002년 경제백서'는 한 · 일 월드컵이 4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드컵 관련 투자와 소비지출이 대폭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국가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7조7000억원),국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인(14조7600억원) 간접적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모두 26조46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다.

2010년 월드컵 개최지 남아공은 월드컵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50억랜드(약 7500억원) 선으로 추정했다.

프라빈 고단 남아공 재무장관은 올해 초 "월드컵 개최로 2010년 국내총생산(GDP)이 0.5% 증가할 것"이라며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만 1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이 2.3%에 달해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1.8%)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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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수능 성적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절대 불리하다?"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한창 입시 공부를 해야 할 고 3학년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드컵 TV 중계를 시청해야 하느냐,아니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느냐를 놓고 벌써 씨름 중에 있는 것이다.

특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남학생들이 훨씬 높아 월드컵에만 집착할 경우 남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여학생보다 더 떨어질 염려가 있다고 한다.

실제 일선 학교 교사들은 남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하지만 2002년 한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기간에서는 학생들의 요구가 커 아예 단축수업을 한 학교도 있었다.

실제 한 온라인 교육업체가 월드컵 기간동안 회원 접속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학생 비율이 78%로 남학생 22%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사정은 월드컵 경기만이 아니다. 올림픽 시즌에도 이러한 열병은 일어난다.

이러한 외부자극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자신을 이겨내는 극기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입시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