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월드컵의 경제학···축구공 하나가 수백조원 창출
월드컵의 계절이다.

뉴스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가전에서 골을 넣는 장면은 수십 번 전파를 탄다.

광고도 붉은 물결이 점령했다.

한국팀을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광고 속 응원단이 2002년 한 · 일 월드컵 때처럼 한번 더 타오를 것을 부추긴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축구에 살고 죽는 남미와 유럽 국가들도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월드컵의 주인공은 32개국 대표팀 선수들이다.

하지만 선수들 이상으로 가슴을 졸이며 월드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글로벌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이다.

이번 월드컵을 소속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게 이들의 목적이다.

기업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반적인 마케팅이나 광고와는 다른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언어의 장벽을 쉽게 뛰어넘는 만국 공통어다.

경기장 안에서는 이념이나 문화 차이도 의미가 없어진다. 스타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경기 결과에 대해 관중들은 쉽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특히 월드컵은 기업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 개의 종목으로 이뤄져 있어 집중력이 높은 데다 대회 기간도 올림픽의 두 배인 30일에 달해 기업 브랜드를 알릴 시간이 넉넉하다.

11개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스폰서)들이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해 마케팅에 쓰는 돈은 20조원 선.스폰서가 아닌 기업들의 마케팅 예산을 합치면 100조원가량이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포츠용품 판매,방송중계권 거래,월드컵 관련 도박산업 등을 합하면 이 숫자는 150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축구공 하나가 전 세계 TV시장 규모(연간 약 120조원)를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 셈이다.

기업들은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투자 금액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2002년 한 · 일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이 회사는 당시 최소 60억달러(약 7조300억원)의 광고 효과를 봤다고 설명한다.

213개국에 중계된 월드컵 경기에서 현대자동차 광고가 게임당 평균 12분 노출된 것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로,투입한 금액의 10배가 넘는다.

실제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는 월드컵 이후 6개월 동안 10%가량 상승했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기업들의 열기는 2002년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FIFA 후원사인 현대차 외에 삼성전자,KT 등 13개 대한축구협회 스폰서 업체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후원 계약이 없는 기업들도 다양한 축구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다.

실은 스포츠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다.

프로축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그 자체로 초대형 흥행 산업이다.

한국의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를 둘러싼 산업 생태계를 한번 들여다보자.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