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경찰관의 직무수행 위한 최소한의 수단”

반 "영장주의 위반···기본권 침해 가능성높아”

경찰관의 불심검문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법 개정안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경찰관의 불심검문 때 소지품 검사나 신원 확인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을 최근 의결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으며 6월 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일본식 표기인 '불심검문'이라는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바꾸고,소지품 및 차량 등의 적재물 검사와 신원 확인 규정 등을 신설했다.

또 신설한 소지품 관련 규정은 직무질문 때 소지품 검사의 범위를 현재 '흉기'에서 '무기,흉기,그 밖의 위험한 물건'으로 확대했다.

또 범인 검거에 필요한 경우 '차량에 무기 · 흉기 · 마약 등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이 실려 있는지' 여부를 경찰관이 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에 없는 신원확인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경찰관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고,동의를 얻어 지문 확인까지도 할 수 있다. 현재 경찰은 범인 체포 등을 위해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주민등록법 제26조를 불심검문 때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아예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명기한 것이다.

불심검문 강화를 골자로 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정상적인 집무 수행 위한 최소한의 수단"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부 근거 규정이 불명확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조항을 신설해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며 "소지품이나 차량 검색,신원 확인 등 모든 절차는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에 없던 조치를 추가로 신설했다기보다는 어차피 단속 현장에서 이뤄지던 것을 근거법을 명확하게 하고 정리한 것이라는 얘기다.

법 개정 찬성론자들은 또 그렇지 않아도 경찰의 권위가 떨어져 일반적인 직무 집행은 물론 범인 검거에도 점점 애로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불심검문 때 이 정도의 조치는 경찰이 정상적인 직무 집행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예로 술에 만취한 사람이 지구대 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집기를 부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경찰관을 폭행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사람들을 제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격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은 직무 집행상 편의는 물론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일이 터지면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비난은 쉽게 하면서 실제로 경찰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고나 범죄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경찰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 반대 측,"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러나 상임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불심검문권 강화안이 인권 침해 요소가 많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의견을 최근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인권위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검문 대상자의 가방이나 차량,선박을 수색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주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명시되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조항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냈다.

또 "정지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빠져 있어 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 없이 연행도 가능하고 실질적인 체포,구금,수색으로도 이어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마음대로 불심검문을 할 수 있어 법적으로 보장한 집회 · 시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인권위의 해석은 한마디로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국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소지품이나 차량의 검사 범위가 '그 밖의 위험한 물건'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 포괄적으로 규정하고,신원 확인 권한이 강화돼 집회 · 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필요한 권한까지 과도하게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며 "인권 침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권력 회복과 기본권 보장 간의 조화점 찾아야

현재 경찰의 직무 집행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커다란 이슈가 있다.

하나는 공권력 경시 풍조 만연 문제이고 또 하나는 경찰의 직무 집행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다.

우리나라 경찰만큼 일반 시민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폭언과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는 사례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다는 얘기로 그만큼 직무 집행에 어려움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경찰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적지 않다.

과거 공권력이 정치적 목적에서 국민들의 정상적인 의견 표출 행위를 과잉 진압하는 데 종종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런 일이 현재도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경찰관의 불심검문 요건은 좀 더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관련법에서 명기할 필요가 있다.

애매하고 포괄적인 규정으로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 언제든지 상존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병행해 정상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한 방해에는 좀 더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도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불심검문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죄를 범했거나 또는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졌거나 행해지려고 하는 범죄에 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주로 통행인에 대해 우발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범인의 체포 또는 범죄의 예방,혹은 수사의 단서가 되는 정보의 수집,증인 확보 등의 목적으로 행하는 대인적 강제 작용이다.

불심검문이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을 방해한다고 인정되는 때는 인근 경찰관서까지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나,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동행하거나 답변을 강요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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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5월 26일자 보도 기사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불심검문 때 소지품 검사나 신원 확인 등의 권한을 경찰관한테 부여하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수정 ·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상임위원회를 거쳐 해당 개정안이 영장주의 ·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작성해 전날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인권위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불심검문 관련 규정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인권위법 제19조 제1호를 검토해 이런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경찰이 검문 대상자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에 대상자의 거부권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주요 인권 침해 요소로 꼽았다.

또 흉기 이외에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범인 검거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밖의 위험한 물건'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으로 대상물 범위를 대폭 확대한 점도 우려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대상자의 가방이나 차량,선박을 수색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주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명시되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조항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지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빠지면서 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 없이 연행도 가능하고 실질적인 체포,구금,수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찰관이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자동차 내부,트렁크,적재물 등을 아무런 제한 없이 검색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