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회주의는 반드시 망한다"…하이에크의 계획경제 붕괴 예언
"인간은 완전한 지식을 가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가지고 있다고 자만한다.

이런 자만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는 역사가 또렷하게 보여준다.

사회주의의 몰락,복지국가의 몰락은 자만의 단적인 증거다.

"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사회주의,공산주의가 기초로 하는 이성에 대한 광신이 자만과 독선으로 이어지고,이는 결국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인간 이성의 문제는 조금 어려운 철학적 얘기지만 북한이 왜 저런 열악한 국가가 되었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 천천히 읽어보자.)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일찍이 저서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사회주의와 같은 반자유주의의 기본 출발점은 인간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다.

이성에 대한 믿음은 얼핏 인간 사회를 더 합리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인간의 이성을 통해 지상의 천국을 만들 수 있다는 사회주의는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을 필두로 결국 종언을 고하고 말았다.

사회주의는 사회를 이상적인 방향으로 계획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지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하이에크는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라고 불렀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할(만들어내는) 수 있는 지식, 다시 말해 계획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질 수 없는데도 그런 능력이 있다거나 그런 지식을 전부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자만한다.

인간 이성은 구조적으로 무지하다.

인간들이 구조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사는 사회는 완전하지 않다.

인간을 좀 더 합리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자유사회와 시장경제 덕분이다.

자유사회와 시장경제는 인간의 구조적 무지(constitutional ignorance)를 완화시켜 각자가 이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준다.

인간 이성은 자유사회와 자유시장을 통해서 비로소 개발된다.

그리고 이런 발전된 이성을 통해서 사회와 경제도 발전한다. 이것이 바로 이성과 사회의 공진화(coevolution · 공동 발전)이다.

사실 이 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 탈북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국가가 직업을 마련해주지도 않고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도 않는데 어떻게 사람들은 직장을 찾고 생활을 유지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국가가 무언가를 약속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가 국민에게 무언가를 명령해야 하고 결국에는 독재국가가 된다.

경제도 점차 돌아가지 않고 결국 서서히 멈추어 버린다.

일종의 거대한 병영처럼 되는 것이다. 개인의 취미도 기호도 장기도 없이 오로지 명령에 따라 싫은 일을 해야 하고 국가에 줄을 대고 있는 공산당 간부들만 출세하는 그런 국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북한도 서서히 경제가 멈추어 결국에는 거의 완전히 멈추어 버린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하이에크와 동시대 사람으로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철학자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저서 '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에서 '열린 사회'야말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열린 사회는 전체주의의 대립 개념인 개인주의 사회이자 혁명 아닌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그런 사회다.

지금 북한은 완전히 닫힌 사회이다.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이유는 김정일 개인의 독재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서다.

북한 주민들은 그 볼모가 되어 있다. 국가는 그 어떤 지식(이성)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돌릴 힘도 능력도 없다.

국민들이 자유롭게 제각기 살아가도록 하면 지식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만 김정일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래서 질 나쁜 이성으로 도박에 가까운 군사 전략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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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실체 보여준 천안함 사건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북한은 오랜 분단 기간을 거치면서 독재 왕권국가로 변모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세습이 이어지면서 기본 토대를 마련했으며, 다시 김정일의 3남 김정은으로 권력세습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절대 왕권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독재 왕권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북한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한 채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택하고 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개혁 · 개방 정책을 펴며 시장경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잘 살도록 하고 있으나 북한만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전환 과정에서 겪은 지도 체제 붕괴를 보면서 김정일과 그의 추종자들이 절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군대를 활용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등 경제도 체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자본을 유치한다고 하지만,김정일 체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가차없이 차단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이 두 사업을 벌였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남한 사람들에게 돈 좀 벌게 해주기 위해 특별히 허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북한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북한 말을 잘 안 듣고 국제질서에 맞추려고 하니까,그동안 베풀었던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외부 세력이 방해하니까 격렬하게 대항한다는 것으로 포장돼 있다.

북한 내에서는 우리와 같은 민족들이 바깥 세상을 모른 채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독재 왕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하고 타협할 수 없지만,북한 주민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막무가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어려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