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북한은 왜 테러 국가가 되었나
독재 국가가 체제 유지를 위해 흔히 동원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는 외부의 적을 만들고 국민들을 적개심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1차 대전 후 독일의 히틀러가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처럼 이 같은 방식은 종종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집단적 광신에 빠져들게 한다.

북한이 천안함을 기습 공격해 격침시킨 것도 사는 걸 고달프게 하는 적은 '내부(북한 지도부)'가 아니라 '외부(대한민국과 미국)'에 있다는 걸 주민에게 주입시킴으로써 공포를 조장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수법이다.

북한은 아웅산 테러사건(1983년),KAL기 폭파사건(1987년) 등 대한민국을 상대로 크고작은 테러를 자행했다.

KAL기 폭파사건은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의 권력 승계 작업이 진행되던 때 일어났다. 천안함 사태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이 이양되는 와중에 터졌다.

북한은 왜 테러 국가가 되었을까.

그건 테러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국가 체제,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일성 일가의 지배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외 개방과 정상적인 경제 개발을 추진할 수 없으니 한탕주의에 입각한 테러에 기대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중국마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북한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도 다른 '별종'이다.

2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한 것도 모자라 3대까지 권력을 이양하려 한다. 국민의 삶의 질보다는 김일성 가문이 최고의 가치다.

이처럼 봉건 왕조의 특징을 갖고 있는 까닭에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외부 적'의 존재를 환기시킨다.

김일성 사망 1년 전인 1993년 국방위원장에 오른 김정일은 1990년대 말 아예 선군정치(先軍政治)를 내세웠다.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노동계급이 아니라 군대를 국가의 근간으로 해야 한다며 군이 곧 국가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선군정치 이데올로기에 따라 북한은 역사의 주역은 프롤레타리아(노동계급)라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도 완전히 결별했으며,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아니라 통제경제 체제의 파시즘이라는 특이한 체제를 이루게 됐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핵폭탄을 제조했다.

또 지난 4월 남측 소유 금강산 부동산에 대해 일방적으로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진보를 표방하는 남한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 측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종북(從北)주의와 진보는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갖는 함정과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지적한 사회주의의 치명적 자만 등에 대해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