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생각하는 힘 키워주는 글쓰기가 '知力의 원천'
글쓰기는 생각하는 순서를 익히는 작업이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올바른 순서가 필요하다. 문장이 뒤죽박죽되고 논리가 없으면 글이 아니다.

논술은 특히 더 그러하다. 귀납적이고 연역적인 방식으로 추리를 하고 논증을 해야 한다.

전체가 짜임새가 있어야 하며 문법에 맞고 오탈자도 물론 없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고 논술이 어렵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대학 수시 입시에서 논술을 중시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이러한 논리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객관식 중심의 내신이나 수학능력 시험으로는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지력(知力)의 바로미터인 글쓰기

주어진 지식을 단순히 외우는 것은 지력이 아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단어와 단어 간의 질서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문장의 질서가 생긴다.

이러한 질서 의식을 찾는 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가 대학에 진학하는 하나의 이유도 정체성을 찾아내려는 데 있다.

대학에서는 자신의 지식 정도를 글로 표현하도록 요구한다.

특정 내용에 대해 리포터나 텀 페이퍼 등을 통해 지식이 올바로 정리돼 있는지 측정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학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지성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형식에 맞춰 논리적으로 글을 서술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되지 않으면 진정 대학생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문을 작성하거나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 등을 하려면 글을 잘 써야 한다.

자신의 지력이 총동원돼 차별화된 글을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지적 가치와 상품 가치가 바로 글쓰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글쓰기 수업이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돼 있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예술가 스포츠 선수,수학자에도 글쓰기 훈련을 시킨다.

펜실베이니아 공대를 비롯한 미국의 각 대학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서적이 바로 글 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이다.

⊙ 디지털 시대에도 글쓰기는 중요

인류 역사에서 온갖 지혜와 지식은 언어나 문자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도 역시 문자의 위력은 강력하다.

일부 학자들은 문자 혹은 텍스트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디지털이 가지는 강력한 영상 이미지가 텍스트와 문장을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디지털과 인터넷이 보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글과 문장은 20년 전과 별반 다름없이 쓰이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일컬어지는 현재의 '생글이'들이 오히려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글과 문장에 친숙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디지털도 인터넷도 따지고 보면 글과 문장을 통해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블로그나 포털사이트도 뛰어난 글이 담겨 있는 곳이 인기이다.

이런 점에서 영상이나 그래픽 이미지는 문장의 보완재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를 논리적으로 가공하고 구성하는 파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 논술 고득점을 받으려면

대학 논술 시험에서 채점 교수들은 '수험생들이 얼핏 다양한 답을 낼 것 같지만 의외로 흡사한 논술을 써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한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매년 2회 개최하는 논술경시대회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답을 적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논술을 암기 과목처럼 공부했기 때문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여러 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문학작품을 인용한다면 채점자들은 금방 이 사실을 발견하고 감점한다.

논술에 대한 최고의 대비책은 물론 독서와 토론,평소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논술 고득점의 지름길은 바로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상당수 수험생은 시중에 나와 있는 고전을 짧게 요약한 논술교재 등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논술은 내용을 아느냐를 재보는 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만큼,책 한 권이라도 전체를 다 읽는 것이 좋다.

읽은 책의 주제와 내용을 암기하는 대신 독서하는 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비판해보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라는 주문이다.

평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토론을 자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분한 지식이 담겨 있어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술이 많기 때문이다.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가 관건인 셈이다.

생글생글을 열심히 읽고 논술에서 다뤄지고 있는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처럼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필요하다면 타인의 경험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도 글을 한 편 쓰기 위해 탈고하고 또 탈고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방에 갇혀 두문불출한다고 한다. 그만큼 말과 글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