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미사,조사,의존명사 넘나드는 ‘들'

띄어쓰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문장 안에서 어떤 말이 접미사로 쓰였는지 의존명사로 쓰였는지를 구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접미사일 때는 붙여 쓰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복수(複數)임을 나타내는 말 '들'은 접미사로도,의존명사로도,조사로도 쓰이기 때문에 헷갈리기 십상이다.

가)쌀,보리,콩,조,기장 들(등)을 오곡(五穀)이라 한다.

나)이 회사가 지난 10일 개최한 설명회에는 무려 3000여 명의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

다)나가지 말고 방에서 텔레비전 보고들 있어라.

가)에 쓰인 '들'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란 뜻을 나타내는 데 쓰인 말이다.

'책상 위에 놓인 공책,신문,지갑 들을 가방에 넣다.'

'과일에는 사과,배,감 들이 있다.'

이때의 '들'은 의존명사로서 항상 띄어 써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윗말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등' '따위'도 의존명사로서, 뜻이 비슷한 말이라 서로 바꿔 쓸 수 있다.

물론 이들도 당연히 윗말과 띄어 쓴다.

다만 '들'이 문맥에 따라 의존명사로도,접미사로도 쓰이는 데 비해 '등'은 언제나 의존명사로만 쓰인다는 게 다른 점이다.

따라서 '등'은 열거하는 구조나 한 단어 뒤에서나 항상 띄어 쓰면 된다.

가령 '과일에는 사과,배,감 등이 있다 / 전시회를 관람한 학생 등은 자리를 옮겨…' 식으로 띄어 쓰는 것이다.

'들/등'을 비롯해 단음절로 된 의존명사는 시각적으로 자칫 잘못하면 윗말에 붙여 쓰기 십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등'에는 앞에 열거된 것 외에 다른 것이 더 있음을 암시하는 기능도 있다.

즉 '삼성,현대 등 5대 그룹은…'과 같이 해당되는 것을 모두 나열하지 않고 줄여서 일부만 표시할 때 쓸 수 있다.

물론 이때도 윗말과 띄어 써야 한다.

나)에서 보이는 '들'은 가)의 '들'과는 다른 것이다.

이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람들/그들/너희들/사건들' 식으로 말할 때의 그 '들'이다.

따라서 이때는 항상 붙여 쓴다.

다)에 쓰인 '들'은 조사로서,항상 윗말에 붙여 쓴다.

이때의 '들'은 체언이나 부사어,연결어미 '-아,-게,-지,-고',문장의 끝 따위의 뒤에 붙어 그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다들 떠나갔구나 /다 떠나들 갔구나/안녕들 하세요? /빨리들 오거라' 식으로 여러 형태의 말에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