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⑬ 논술은 답을 먼저 찾고,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루에 들어오는 이메일의 양이 점점 늘고 있네요.

하지만 의외로 아직 논술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고 조금 놀라고 있습니다.

기초수준의 문제유형이 다 끝나면 점차 복잡하게 만들어진 기출문제를 가지고 풀 예정이니,그때까지 어느 정도 기반은 닦여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면 관계상 해설을 길게 하지 못하므로,242호에 실린 <2008학년도 숙명여대 모의논술 문제>의 예시답안만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시문 (가)의 '지식격차 가설'에 의하면 사회에 매스미디어 정보가 유입되면 사람들의 지식이 증가하기는 하나 그들이 가진 사회경제적 지위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계층 간의 지식격차는 오히려 벌어진다.

이 가설의 관점으로 볼 때 빈곤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하여 정보격차를 없애겠다는 제시문 (나)의 계획은 정보화에서 소외되었던 그들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지만,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정보 습득률은 나아지지 않으므로 정보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

⊙ 학생첨삭 1

제시문 (가)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에 따라 정보를 습득하는 비율이 다르다고 예측하는 지식격차 가설을 언급하며 매스커뮤니케이션이 실제로는 사회계층 구성원들간의 정보격차를 오히려 더욱 증가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볼 때 제시문 (나)에서 디지털 시대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OLPC'프로젝트와 같은 정보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는 해결책은 정보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격차를 초래하는 것은 단지 정보에 대한 접근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의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광주 문성고 공창인)

우선, <언급하며->가 어색합니다.

물론 정색을 할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내용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것은 언급의 수준이 아니죠.

제시문 (가)는 지식격차 가설 자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첫 문장의 후반부에 나오는 그 내용(핵심-내연)이 지식격차 가설 그 자체인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이 글은 외연-내연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현재 글은 와 같은 2번 요약 형태를 띠고 있지만,여기서 a와 b가 사실은 외연과 내연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즉 라고 서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시문을 이해할 때 정확한 논리적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면 의미가 다소 굴절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럴 경우에는 차라리 <에 의하면>과 같은 3번 요약 형태를 선택하고,지식격차가설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답니다.

특정한 이론을 설명하는 경우 무리하게 <제시문>을 주어로 내세우지 말고 <제시문 (가)에 의하면>과 같이 처리하고,제시문 내 실질주어를 내세우는 것이지요.

두 번째 문장에서 <해결책>에 대한 수식이 너무 길죠?

이런 경우에는 복문 처리를 하는 게 읽기에 좋습니다.

가령 <'OLPC'프로젝트를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 디지털 시대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나)의 관점은>과 같이요.

더군다나 프로젝트의 내용 자체("컴퓨터를 보급하겠다. ")를 적지 않고,목적만을 적은 것은 다소 아쉽군요.

내연은 있지만 외연이 등장하지 않은 셈이죠.

이런 쉬운 제시문이야 별 상관이 없겠지만,독해를 변별요소로 내놓는 수준의 문제라면 큰일 날 일이죠.

마지막 문장의 내용은 정확합니다.

<아니라>로 연결되어 비교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주어와 동사의 호응도 매끄럽습니다.

⊙ 학생첨삭 2

(가)는 '지식 격차 가설'을 내세워 매스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정보와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매스미디어가 실제로는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한편 제시문 (나)에 따르면 빈곤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내용을 개선할 수 있고,결국 정보격차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의 관점으로 볼 때 단순히 정보가 증가한다고 해서 집단 사이의 사회적 격차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적 우위에 있는 계층은 더 빠른 비율로 정보를 습득하는 경향을 보이므로,(나)에서 드러난 컴퓨터를 보급하는 프로젝트가 정보 격차 감소에 기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전외고 정재은)

(가)가 지식격차가설을 내세우진 않습니다.

(가)는 그 내용을 설명할 뿐이죠.

결국 글 속에 지식격차가설의 정확한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네요.

정보가 유입되더라도 사회적 계급에 따라 그 습득량이 다르므로 지식격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의 주장을 공격할 무기가 생기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매스미디어가 혼란을 일으킨다는 내용도 본문에는 없습니다.

매스미디어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적도 없지요.

평가 유형의 문제에서는 이렇듯 제시문의 내용 자체를 요약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제시문 (가)를 바로 보고 요약한 후에 답을 찾으려고 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논술 문제는 답을 먼저 찾고,원고지에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 답에 맞게 제시문이 재구성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평가 문제이므로 (나)를 바로 요약하기보다는 결론을 먼저 던져주는 구조가 더 선명하게 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지요.

제한된 분량에 글을 쓰는 논술문의 경우 대부분의 문장들은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과 같이 화제를 돌리는 식의 서술이 쓰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헷갈리기 쉬운 것이지만 <따르면>과 같은 3번 요약 형태에서는 <보여준다>와 같은 동사가 필요 없습니다.

실질주어를 쓰는 것이므로 <가져온다>가 동사가 되지요.

그리고 이 경우 (나)라기보다는 네그로폰테 교수를 지칭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재은양의 경우 아직 정형화된 자기만의 쓰기 패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반복적으로 문장을 쓰는 훈련을 계속 하시면 좋겠네요.

⊙ 실전문제

이번 주에 풀어주셔야 하는 문제는 기출문제풀이 코너에 나간 <2010 성균관대 2-2수시 인문계열 1교시 기출문제> 1번 문제입니다.

제시문 4개가 주어지고 그에 따라 같은 의견을 2개씩 나누는 문제였죠?

문제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비교하기 문제 유형인 만큼 제시문 4개를 구조에 맞게 깔끔하게 핵심 전개하는 것이 쉽지 않겠네요.

실제 시험장에서의 분량은 700~800자 내외가 되겠지만,우리는 현재 훈련 중이므로 적당하게 500자 내외로 해보겠습니다.

기출문제풀이에 해설도 있으니 답을 틀릴 일은 없겠네요.

현재까지는 실수로 인해 첨삭을 못해드린 분을 빼고는 모든 분들에게 첨삭을 해드렸습니다.

물론 첨삭이 더 꼼꼼하지 못해서 죄송스런 맘도 있지만,점점 글을 써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네요.



이번 문제는 5월25일(화)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실 때는 학교 / 이름 / 연락처 / 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연재되는 생글첨삭노트를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보고 싶으신 선생님이나 학생분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주세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