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민주주의의 원초적 비극…다수결은 약점도 많다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을 뽑는 지방선거가 내달 2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선 각 시 · 도 지사,시장 · 군수 · 구청장, 시 · 도의회 의원, 구 · 시 · 군의회 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교육감, 교육의원 등을 선출하게 된다.

선출되는 인원수만 해도 906개 기초 선거구에서 2888명에 달한다.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 한 사람이 찍어야 하는 후보는 무려 8명이다.

유권자로서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누군가를 찍어야 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의 민주주의와 선거란 이런 것인가.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을 이끌어갈 후보가 누구인지,공약은 무엇인지에 대해 유권자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 와중에 저마다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해서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대표적 장치인 선거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1864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밝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특징인 민주주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왕이나 귀족 등 특정 계층이 독점했던 정치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신분에 의한 차별도 사라지게 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고양시킨 민주주의는 그렇지만 많은 결함도 동시에 갖고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유능한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길 꺼리고 부적격 후보들이 대거 난립,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쫓아내는 현상과도 관련이 깊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에 의해 자기의 이해와는 다른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기에 승복하는 것은 사실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의 계몽사상가인 콩도르세는 일찍이 다수결 원칙으로 사회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했다.

유권자가 투표로 2개 이상의 선택을 해야 할 때 의제를 어떤 순서로 정할 것인가가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곧 다수결 투표에 의한 결정이 반드시 그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선호(선택)를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민주주의가 전제로 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애로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려면 △구성원들이 독립적이고 가치판단에 일관성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뭉개고자 하는 독선적인 사람이 없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민주적 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는 주인과 대리인 간 문제를 야기한다.

선거는 국민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할까?

선거 제도의 단점은 무엇이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떤 것들이 요구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