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중금리 사상 최저… 경제에 藥일까 毒일까
시중 이자율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등 시중 은행들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주는 이자율은 연 3% 수준으로 사상 최저인 2%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4~5% 정도의 이자를 제시하던 은행들이 이제 이자를 더 달라는 고객에게 "다른 은행으로 가봐라"는 핀잔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예금 이자율과 함께 대출 이자율도 하락 추세다.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연 3%대로 떨어졌다.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돈이 남아 돌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사실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자 자금 수요도 함께 감소해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적으로 저금리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한 몫을 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은 물론 고용과 성장률도 중시하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김 총재의 이러한 취임사가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자율은 흔히 돈의 값으로 불린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율은 높아지고 빌려주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율은 낮아진다.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다.

경기침체로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자금 수요가 줄어들고 이자율은 내린다.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조절함으로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거나 과열된 경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열어 7일물 환매 조건부 채권이라는 채권의 수익률목표를 정한 후 이 채권의 수익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도록 채권(통화안정증권)을 시장에서 사고 팔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만일 이자율을 높이고 싶다면(채권의 가격을 하락시키고 싶다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통화량을 공급한다.

이자율을 언제 올릴 것인가는 성장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최근 통계청은 1분기 국내총소득이 지난해 1분기보다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제가 이제 회복기에 접어들었으니 이자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1분기 7.8%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높아 보이는 착시에 불과하다면서 아직까지 이자율을 높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낮은 이자율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지만 과도할 경우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킨다.

시장에서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는지,또 이자율의 역할은 무엇인지, 최근의 이자율 논쟁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