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돈의 가격'…자원을 배분하고 경기를 조절하는 기능

저금리 오래가면 거품 생기지만 고금리는 경기 회복에 걸림돌
[Cover Story] 낮아도 걱정, 높아도 걱정 ‘금리 딜레마’
생활을 하다보면 여유자금이 생길 때가 있는가 하면 돈이 부족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유자금이 생길 때 이 돈을 맡길 만한 곳을 찾게 되고 자금이 부족할 때면 빌릴 곳을 찾는다.

돈 맡길 곳을 찾는 자금 공급자와 빌릴 곳을 찾는 자금 수요자가 모여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금융시장이다.

이처럼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자금 수요자가 자금 공급자에게 돈을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율이 바로 금리다.

금리는 돈의 값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에서 돈 빌리는 사람과 돈을 꾸어주는 사람 간에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금리는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도 큰 틀에서 관여하는 게 보통이다.

⊙ 금리는 자원배분 및 경기조절 기능 수행

금리는 가계의 저축이나 기업의 투자 활동에 영향을 준다.

사업자금이나 집 살 돈을 빌릴 때 이자가 높으면 당연히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자가 낮으면 사람들은 보다 과감하게 돈을 빌려 경제활동을 벌인다.

예를 들어 집값만 하더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집값이 올라가는데 금리가 낮아 돈을 빌리기 쉬워지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집값도 올라간다.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할부로 사려는데 이자가 싸지면 그만큼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차값은 올라간다.

좀 어렵게 표현하면 소비자에게 금리는 현재와 미래 사이의 소비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금리가 현재 소비의 대가,다시 말해 현재 소비의 기회비용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현재와 미래 가치를 비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1000원은 1년 후에 1000원×(1+금리)가 된다.

따라서 현재 더 많이 소비한다면 그 소비량에 금리를 곱한 만큼의 미래의 소비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이는 곧 금리가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시간 사이의 자원배분 문제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는 기업의 투자 결정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금리보다 커야 투자를 하게 된다.

만약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아서 예전엔 시행될 수 없었던 투자도 할 수 있게 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일반적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금리가 오르면 투자는 줄어든다.

따라서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 금리 수준이 너무 높으면 투자나 소비 수요가 억제돼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반대로 경기가 과열돼 있는데도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거품이 생기기 쉽다.

금리는 또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게 만들어 나라 전체적으로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자금을 필요한 부문에 적절히 배분해주는 자금배분 기능도 하는 것이다.

금리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자본거래가 자유화돼 있을 경우 고금리 국가의 통화 가치는 높아지는 게(환율은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고금리를 노린 해외 자본이 몰려 들어 그 나라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 어떻게 결정되나

기본적으로 돈(자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쌀 농사가 풍작이면 쌀값이 떨어지고 흉작이면 오르듯 시중에 돈을 빌려줄 사람이 많고 쓸 사람은 적으면 금리가 떨어지고 반대로 빌려줄 사람은 적고 쓸 사람은 많으면 금리는 오른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의 금리가 바로 균형 금리다.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계는 저축을 늘린다.

반면 기업은 이자비용이 커져 투자를 위한 자금수요를 줄이게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수급만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까닭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그 나라의 경기동향이나 경제 실정에 맞춰 금리 수준 결정에 직 ·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변동시키는 수단으로는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조정하거나 지급준비율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공부해보자.

⊙ 금리 논쟁의 초점

최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 금리 수준이 적정한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금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기준금리를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9년 2월 연 2.0%로 낮춘 이후 14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사실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지면 이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으로 볼 때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가 필요하며 따라서 지금의 금리 수준은 적정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으며 △세계 경제도 아직 위태롭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취한 각종 비정상적 정책에서 빠져나오는 출구전략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점도 꼽는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의 표가 떨어질까 우려해 내심 저금리 기조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은 또다른 버블(거품) 형성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비전통적이고 이례적인 통화 및 재정 확대정책을 실시해 빠른 경제회복을 이뤘다"며 "이제 남은 주요 과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선진국보다 회복이 빠른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세계 지역보다 정책의 정상화를 빨리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금리 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의 조기 시행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저금리가 초래한 폐해는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서민들도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서브 프라임 제도를 운영하고 장기간에 걸쳐 금리를 아주 낮게 운영했다.

그러나 이런 저금리는 거품을 만들었고 이 거품이 터지면서 지금의 위기가 생긴 것이다.

금리는 낮아도 문제, 높아도 문제인 것이다.

너무 높으면 돈 빌리기가 어렵고 경제가 나빠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경기 활성화와 거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