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교과서의 왜곡된 경제관… 反시장·反기업 정서 심어줘
[Cover Story] 시장경제 의존하면 빈부 격차 벌어진다? …기업이 경제·사회 문제 일으키는 주범?
중·고등학교 경제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한국사회경제학회 등이 "경제교과서가 담고 있는 왜곡된 내용이 책임있는 경제주체를 길러내느데 걸림돌"이라고 비판해 온 것이다.

기존 경제교과서의 문제점은 △편향된 이념에 기반한 반(反)자본주의·반시장적인 설명 △기업을 폄하하는 표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인 경해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사례를 알아보자.

⊙ 반자본주의 · 반시장적 설명

'시장경제에 의존하면 소득 분배의 빈부 차이는 심화된다. 왜냐하면 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 자원을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하에서 정부의 간섭이 없다면 경기변동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고교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학생들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와 강점을 이해하는 데 지장을 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장경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해 잘못된 경제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교과서엔 '일반적으로 경제 안정 면에서 계획경제가 시장경제 보다 우위라고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계획경제는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식생활도 해결하지 못하므로 안정 · 불안정을 따질 수 없는 경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공평성에서는 계획경제 체제가 장점을 갖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에서는 한계를 지닌다'는 경제교과서의 설명도 비판 대상이다.

"모두가 가난한 상태에서 공평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모든 공산국가에서 국민이 굶주리는 공평성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가격 기구를 통한 자원 배분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시장 기능에는 한계가 있어서 가격 기구에 의한 자원 배분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여 자원의 배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하는데 그 주요 수단은 시장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과 조세를 부과하는 것,그리고 여러 정책 수단을 시행하는 것 등이 있다.'

이 내용은 "정부 개입은 가격 기구의 효율적 자원 배분 기능을 오히려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기본적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균형을 잡아 가고 있다.

정부의 개입은 매우 부분적이며 우리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이 많은 나라들일수록 경제는 나빠진다는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설명도 적지 않다.

'경제적 무질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이다. (중략) 자발적인 질서 유지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과 개인들은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구성원 간의 신뢰를 저해하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경제는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엄정한 상벌 원칙에 입각해 운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는 무질서한 것이 아니다. 또한 법을 위반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언제나 있다. 이를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로 부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 기업을 폄하하는 표현

경제교과서엔 학생들이 반기업정서를 갖게 하는 표현도 많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일시적인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가격을 터무니없이 내려 약한 경쟁상대를 쓰러뜨린다.'

'어떤 기업들은 상업적 이익을 위하여 유전자 조작 등 위험한 일을 서슴지 않고 벌이기도 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횡포를 일삼고 있다.'

이런 표현들은 기업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일부 문제를 과장되게 기술한 것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한 기업의 공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을 각종 경제 ·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이런 나쁜 기업이라면 결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대부분 성공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상품을 더 싼 가격에 공급한 기업들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좋은 상품들은 모두 기업이 열심히 생산활동을 편 결과이다.

'기업은 도로나 파출소 등 공공시설의 증설과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들게 하고 지역사회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는 내용은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그릇된 기업관을 갖게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은 다른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행동은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경제교과서의 이런 설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에서의 거래는 쌍방적인 것으로 어느 누구도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자유 시장에서 이른바 시장 지배적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의미할 뿐이며, 이런 기업도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고 오해를 경계했다.

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는 기업가정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과서들은 오히려 '기업가는 지나친 이윤 추구로 사회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인 견해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교과서 집필자의 주관적 견해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유자 중심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를 꾀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사업 영역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유자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에 의한 관리 체제로의 과감한 구조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기업 비리는 대부분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식량은 비교우위론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절대적인 양을 확보해야 하는 재화이다''산업이 발달하면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삶의 질까지 향상된 것은 아니다. 편리한 생활을 얻은 대신에 사람들은 단순한 일을 반복함으로써 일하는 성취감을 맛보기 어려워졌다' 등도 근거없는 일방적 주장이란 비판을 받는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 증대 정책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었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중간제품을 공급하므로 대기업의 발전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이끈다"는 반론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 제일주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법과 황금 만능주의, 그리고 과시적 소비 풍조를 확산시켜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켰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극히 일부의 사항을 일반화함으로써 학생들이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는 경제가 충분히 성장한 나라만이 민주주의를 할 수 있고 관용적이며 소위 선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목격하는 그대로다.

가난하면서 민주주의를 잘하거나 안정된 사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회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