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오류 많은 경제교과서 바로 잡는다
"지나친 경제활동의 자유는 계급 간의 대립을 격화시켰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횡포를 일삼고 있다."

"독과점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규제보다는 시민의 단결된 힘과 고발정신이 더 효과적 대응이 될 수 있다."

지금 전국의 고등학생이 보는 경제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그러나 엄격한 경제학적 의미로 오류들이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데 특정한 도덕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주장을 편 데 불과하다.

'사실과 가치'를 혼동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2012년부터는 이런 내용을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새 교육과정에 맞춰 등장하는 교과서는 편향된 이념에 기반한 설명, 근거 없이 기업을 폄하하는 표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인 견해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교과서 집필 기준'에 따라 민간이 만든 교과서를 정부가 검정해준다.

정부 검정에서 '합격'해야만 정식 교과서로 일선 학교에서 쓰일 수 있다. 현재 검정을 통과한 고교 경제교과서는 5개다.

그동안 이 교과서들은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와 강점을 왜곡하고, 기업의 역할과 기여 내용을 잘못 설명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지적을 수용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새로운 '경제교과서 집필 기준'을 내놨다.

집필자의 경제관과 이념 및 학설에 따라 사실관계나 내용 구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 기준에 따라 쓰여지는 새 교과서는 내년 상반기 검정을 거쳐 2012년부터 학교에서 활용된다.

교과서는 실제 세계와 그것을 설명하는 지식을 전달해 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교과서에 실제 세계의 어떤 모습을 넣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교과서 바이블(Bible)론'에 이르면 그 중요성은 더 커진다.

교과서는 오류가 없고 교과서의 모든 내용은 빠짐없이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교과서도 여러 교육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교과서대로 하자" "교과서에 있다"는 등의 표현들이 보여주듯이 교과서 바이블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경제교과서는 우리 경제의 미래 주역인 중 · 고생들이 바람직한 경제관과 기업관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정부도 윤리와 역사에 이어 경제에 대한 교과서 집필 기준을 마련했다.

민간에서도 경제교과서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지난 7일 '좋은 경제교과서 만들기'란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선 전문가들이 편향적인 이념 등으로 왜곡돼 있는 경제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07년 초 차세대 경제교과서의 모형을 제시했다.

전경련이 한국경제교육학회와 공동으로 펴낸 고교 경제교과서는 검정을 받진 않았지만, '인정 교과서'로 일선 고교에서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교과서 집필 기준은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기존 경제교과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