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침없는 상승… 월드컵·올림픽 유치 등 외교 파워도 세져
[Global Issue] ‘삼바 경제’ 룰루라라… 브라질, 휴식접고 다시 성장 페달
브라질 '삼바 경제'의 파워가 거침없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앞서 탈출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증시는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정부는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국제적으로 '왕따'인 이란에 경제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의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까지 성공시키며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바 경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 증시 · 성장 모두 쾌청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5일 0.22% 오른 71,289.6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2008년 5월(71,451) 이후 23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도 브라질의 대국화(大國化)를 뒷받침하고 있다.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0.2%였으나 올해는 4.8%(OECD)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5.51%에서 5.52%로 소폭 올렸으며 내년은 4.5%로 예상했다.

최근 수년간 브라질의 성장률은 2003년 1.1%, 2004년 5.7%, 2005년 3.2%, 2006년 4%, 2007년 5.7%,2008년 5.1%, 2009년 -0.2% 등이었다.

자원의 블랙홀인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으로 원자재 수출 수요가 덩달아 회복되고 있는 것도 삼바경제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

브라질 내 대규모 투자사업도 줄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까지 고속성장을 목표로 8860억달러(약 994조원)를 에너지 개발, 식수 및 전력 공급 확대 등 사회기반 시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는 "2011~2014년 사이 연평균 경제성장률 5.5% 달성을 목표로 한 것"이며 "월드컵과 올림픽을 계기로 브라질 경제가 고성장 주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브라질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끄는 주요국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중남미 경제가 성장세를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나영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내수 회복과 원자재 가격 강세 전환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7월 이후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한국 기업 유치에도 열성

한국을 비롯한 3개 외국 업체들이 브라질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최근 현지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반도체 패키징 전문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을 포함해 3개 외국 업체가 올해 안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마이크론은 남부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며 다른 2개 공장은 아직 건설 부지와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각종 면세 혜택을 내걸고 3년여 전부터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를 추진해 왔으며 이를 통해 자국 내 반도체 판매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들 3개 업체 외에도 10여개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외국 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200억달러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사업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도 수주를 노리는 사업이다.

⊙ 목소리 커지는 '룰라노믹스'

브라질이 최근 경제력을 발판으로 외교적 발언권을 확대하며 보폭을 넓힌다는 분석은 근래 외신의 단골 메뉴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데 상파울루는 내달 룰라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미겔 조르제 통상산업개발부 장관을 비롯해 재계 인사 80여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보내 광업과 에너지 협력 체결을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핵개발 계획으로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란과도 과감히 경제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우리는 이란 추가 제재에 반대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오는 14~17일 브라질리아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브라질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개도국을 포함시켜야 하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의 지분도 신흥국 국가에 대폭 할애돼야 한다고 선진국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브라질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1월 아이티 강진 참사 때 브라질은 1979만달러를 구호금으로 내놨다.

1억달러를 지원한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 일본 한국 등이 1000만달러 이하를 보낸 것과 비교할 때 브라질의 구호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브라질이 아이티 강진을 통해 '큰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 높은 대통령 지지율…고물가 부작용도

룰라 대통령의 광폭 외교는 월드컵과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데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으며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상파울루대 경영연구소는 올림픽 개최로 2027년까지 511억달러의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도 2016년까지 12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룰라의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의 조사 결과 76%로 1990년 이후 역대 브라질 대통령 중 최고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룰라는 좌파 노동자 출신이지만 분배보다는 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전임 우파 정권의 정책을 강화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브라질 경제를 위기에서 건져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브라질의 질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를 앞둔 대규모 시설투자는 임금과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자금이 일부 도시에만 몰리며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룰라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대선을 앞둔 룰라에게 진퇴양난의 고민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은 브라질 경제에 위험은 높지만 보상은 적은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