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 지급준비율 · 재할인율 조정…어휴 어려워!
지난 17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채권가격 원화가치가 모두 상승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하루 전날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새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데 따른 '김중수 효과'라고 분석했다.
김 내정자의 경제철학이나 성향을 봤을 때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을 많이 풀어놓는 금융완화 정책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경기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새 한은 총재가 임명된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은 어떻게 일을 하며 한은 총재는 어떤 자리인지 알아보자.
⊙ 기준금리 등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
한국은행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은 기준금리 조절,지급준비율 조정,재할인율 조정의 3가지 방법이 있다.
지급준비율이나 재할인율은 한은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되는 것이고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한은이 공개된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 팔면서(open market operation) 시중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금융회사 간 거래되는 초단기 금리다.
예전에는 은행 간에 거래되는 하루짜리 콜금리를 기준으로 했는데 2008년 3월부터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이 초단기 금리가 변동하면서 장기금리도 변하고,일반 국민들의 예금이나 대출 금리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금리에 대해서는 생글생글에서도 이미 많이 다루었다.
한은이 기준금리 목표치를 변화시키면서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면 우리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시중의 금리가 일제히 오르거나 떨어지면서 경기에 변화가 오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하고 기업들도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서 더 많은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돈 빌리기도 어렵고 이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든다.
자연히 경기가 냉각되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자가 낮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돈 값이 싸지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부동산 값이 치솟고 우리의 생활에도 주름살이 깊어진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시기마다 다르고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경기나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률과 환율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은 국가 간 금리차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으면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노린 달러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와 원화 가치는 상승(환율 하락)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한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한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지급준비율은 은행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예금을 받는 은행들이 한은에 맡겨두어야 하는 돈의 비율이다. 예금액의 몇%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평균 지급준비율은 현재 3% 선이다.
은행들은 예금액의 3%를 한국은행에 예탁하고 나머지는 대출하는데 결국 대출금의 크기는 지급준비금에 의해 제약된다.
지급준비율이 5%로 올라가면 2%포인트만큼 대출재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실제 줄어드는 대출액은 지급준비율의 승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같은 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대신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재할인율은 은행들이 한은으로부터 단기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다. 현행 재할인율은 1.25%다.
그러나 한은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리면 은행의 평판이 나빠지기 때문에 실제 재할인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이 3가지 방법이 전부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 독립성 논란속 '금융안정' 기능강화 추세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맡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대립할 경우 캐스팅보트(찬반 의견이 같을 때 결정하는 권한)를 행사한다.
예를 들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과 인하를 주장하는 의견이 3 대 3으로 같다면 총재의 의사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이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총재도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은 총재에 대해서는 늘 '독립성' 논란이 있어왔다.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하는 정부로서는 한은이 정책에 협조해 주기를 바라지만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은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독립성을 강조하는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은이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던 시기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지만 경기부양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상 최저인 연 2.0%의 기준금리를 1년 넘게 유지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해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올바른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는 의미이지 정부 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법에는 한은이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자주성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설립 목적에는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 성장률 제고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안정'만 규정돼 있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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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주조 이익,‘시뇨리지’(seigniorage)란…
화폐주조 권한을 독점하면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지폐를 찍는 데 드는 비용은 몇 백원에 지나지 않는다.
몇 백원이 지나지 않는 비용으로 만든 1만원짜리 지폐로 1만원짜리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금화나 은화가 유통되던 시대에는 금화를 실제 화폐가치에 맞는 만큼의 금 무게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화폐 주조를 독점하면서 값싼 구리 등 금속을 섞어 화폐를 주조했다.
중세 영주나 국가는 권력을 통해 자신이 주조한 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이렇게 화폐 주조를 독점한 세력이 화폐 발행을 통해 얻는 이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고 한다.
시뇨리지는 영주를 뜻하는 프랑스의 시뇨르(seigneur)에서 유래했다.
중세의 영주는 금화나 은화를 주조하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민들은 금이나 은의 함량이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영주가 제작한 주화를 사용해야 했다.
봉건제도는 사라졌지만 화폐 발행권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뇨리지를 누리고 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미국 달러화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00억달러를 찍어내 이를 외국상품 수입에 쓸 경우 화폐인쇄 비용에 해당하는 푼돈으로 100억달러 가치의 실물 상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지난 17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채권가격 원화가치가 모두 상승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하루 전날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새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데 따른 '김중수 효과'라고 분석했다.
김 내정자의 경제철학이나 성향을 봤을 때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을 많이 풀어놓는 금융완화 정책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경기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새 한은 총재가 임명된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은 어떻게 일을 하며 한은 총재는 어떤 자리인지 알아보자.
⊙ 기준금리 등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
한국은행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은 기준금리 조절,지급준비율 조정,재할인율 조정의 3가지 방법이 있다.
지급준비율이나 재할인율은 한은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되는 것이고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한은이 공개된 시장에서 채권을 사고 팔면서(open market operation) 시중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금융회사 간 거래되는 초단기 금리다.
예전에는 은행 간에 거래되는 하루짜리 콜금리를 기준으로 했는데 2008년 3월부터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이 초단기 금리가 변동하면서 장기금리도 변하고,일반 국민들의 예금이나 대출 금리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금리에 대해서는 생글생글에서도 이미 많이 다루었다.
한은이 기준금리 목표치를 변화시키면서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면 우리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시중의 금리가 일제히 오르거나 떨어지면서 경기에 변화가 오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하고 기업들도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서 더 많은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돈 빌리기도 어렵고 이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든다.
자연히 경기가 냉각되지만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자가 낮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돈 값이 싸지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부동산 값이 치솟고 우리의 생활에도 주름살이 깊어진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시기마다 다르고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경기나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률과 환율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은 국가 간 금리차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으면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노린 달러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와 원화 가치는 상승(환율 하락)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한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한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지급준비율은 은행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예금을 받는 은행들이 한은에 맡겨두어야 하는 돈의 비율이다. 예금액의 몇%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평균 지급준비율은 현재 3% 선이다.
은행들은 예금액의 3%를 한국은행에 예탁하고 나머지는 대출하는데 결국 대출금의 크기는 지급준비금에 의해 제약된다.
지급준비율이 5%로 올라가면 2%포인트만큼 대출재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실제 줄어드는 대출액은 지급준비율의 승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같은 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대신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재할인율은 은행들이 한은으로부터 단기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다. 현행 재할인율은 1.25%다.
그러나 한은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리면 은행의 평판이 나빠지기 때문에 실제 재할인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이 3가지 방법이 전부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 독립성 논란속 '금융안정' 기능강화 추세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맡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대립할 경우 캐스팅보트(찬반 의견이 같을 때 결정하는 권한)를 행사한다.
예를 들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과 인하를 주장하는 의견이 3 대 3으로 같다면 총재의 의사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이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총재도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은 총재에 대해서는 늘 '독립성' 논란이 있어왔다.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하는 정부로서는 한은이 정책에 협조해 주기를 바라지만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은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독립성을 강조하는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은이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던 시기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지만 경기부양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상 최저인 연 2.0%의 기준금리를 1년 넘게 유지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해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올바른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는 의미이지 정부 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법에는 한은이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자주성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설립 목적에는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 성장률 제고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안정'만 규정돼 있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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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주조 이익,‘시뇨리지’(seigniorage)란…
화폐주조 권한을 독점하면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지폐를 찍는 데 드는 비용은 몇 백원에 지나지 않는다.
몇 백원이 지나지 않는 비용으로 만든 1만원짜리 지폐로 1만원짜리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금화나 은화가 유통되던 시대에는 금화를 실제 화폐가치에 맞는 만큼의 금 무게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화폐 주조를 독점하면서 값싼 구리 등 금속을 섞어 화폐를 주조했다.
중세 영주나 국가는 권력을 통해 자신이 주조한 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이렇게 화폐 주조를 독점한 세력이 화폐 발행을 통해 얻는 이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고 한다.
시뇨리지는 영주를 뜻하는 프랑스의 시뇨르(seigneur)에서 유래했다.
중세의 영주는 금화나 은화를 주조하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민들은 금이나 은의 함량이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영주가 제작한 주화를 사용해야 했다.
봉건제도는 사라졌지만 화폐 발행권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뇨리지를 누리고 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미국 달러화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00억달러를 찍어내 이를 외국상품 수입에 쓸 경우 화폐인쇄 비용에 해당하는 푼돈으로 100억달러 가치의 실물 상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