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가치 인위적으로 낮춰 美 무역적자 커져
[Cover Story] 중국이 환율 자유화(위안화 절상)하면 자연스럽게 세계무역 불균형 해소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란 칭호까지 얻으며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는 달러와 위안화 간 환율 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환율이 뭐기에 두 강대국이 이렇게 으르렁거리는 걸까.

환율제도는 어떻게 바뀌어 왔고 왜 미국은 중국에 계속 위안화 가치를 절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까.

환율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복잡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보자.

⊙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환율은 각 국가 통화 간 교환 비율이다.

원 · 달러 환율이라고 하면 1달러를 원화 얼마로 바꿀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원 · 달러 환율이 현재 달러당 1150원이라고 하면 1달러는 원화 1150원으로 교환된다.

환율은 국가 간 무역이나 여행 등 나라경제와 개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 · 달러 환율이 1150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하면 1달러의 가치는 원화로 볼 때 150원 떨어지는 것이다.

이를 달러화의 평가절하라고 한다.

원화 쪽에서 보면 정반대가 된다. 1000원은 0.86달러(1000/1150)에서 1달러로 높아진다.

이를 원화의 평가절상이라고 한다.

1150원을 주어야 1달러를 바꾸던 것을 1000원만 주어도 되는 만큼 원화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환율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면 환율은 원화와 달러화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거나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면(자본수지 흑자) 한국 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늘어난다.

원화의 통화량이 그대로라면 달러화가 공급 초과가 된다.

달러화가 공급 초과가 되면 달러화의 가치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떨어진다.

달러화가 평가절하되는 것이다.

달러화가 115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원 · 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지면 1만원짜리 한국 상품의 가격은 국제시장에서 8.6달러에서 10달러로 높아진다.

반면 1만달러짜리 미국 제품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경우에 11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한국 상품은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고 미국 제품은 한국에서 더 잘 팔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를 할 때도 원 · 달러 환율이 1150원일 때는 1억달러를 투자할 때 1150억원으로 바꿀 수 있지만 원 · 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는 1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다.

즉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자본수지 흑자가 줄어들게 된다.

이론적으로 각국의 경상수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균형을 찾아간다.

⊙ 세계 무역 불균형 심화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환율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데 한 나라만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시켜 놓으면 세계 무역이 균형을 이룰 수 없다.

중국은 2005년 7월까지 고정환율제를 유지했고 환율제도를 통화바스켓 제도로 바꾼 후에도 사실상 고정환율제처럼 운영하고 있다.

무역수지가 아무리 흑자를 기록해도 정부가 무역수지 흑자로 국내에 들어오는 달러화를 모두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위안화와 달러화의 수요 공급이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게(위안 · 달러화 환율을 높게) 유지하면서 자국의 수출이 계속 잘 되도록 하고,수입을 억제할 수 있었으며,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의 한국 경우를 예로 들면 원 · 달러 환율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달러당 1000원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1150원으로 고정시키는 것과 같다.

중국의 이 같은 환율조작으로 나타난 게 세계 무역 불균형(Global Imbalance · 글로벌 임밸런스)이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를,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수지 흑자로 쌓아놓은 달러화를 가지고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계속 매입해 주고 있다.

중국은 열심히 생산하고 수출해 열심히 저축했고,미국은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소비를 했다는 말도 된다.

⊙ 미국 등 중국에 대한 불만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 삼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규모의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을 하나도 쓰지 않고 살자면 한 달도 버티기 힘들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가정주부는 '중국 제품 안 쓰고 1년간 버티기'라는 체험담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중국산 제품을 쇼핑리스트에서 제외했더니 아들 생일파티에 사용할 양초와 폭죽마저 구하기 힘들어 애를 태웠다. 장난감 · 신발 구입,서랍장 수리 등 지극히 단순한 일상생활도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고달픈 일이 되는지 뼈저리게 체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값싼 중국 제품이 넘쳐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없는 각국 제조업체는 초토화됐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 간 환율 싸움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측은 중국 정부가 고의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확대했고,그것이 미국 경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작년 2268억달러로 2000년(838억달러)의 세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미국의 수출이 늘고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수출이 늘면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져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수출국도 중국에 대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는데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바람에 위안화도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 통화가치가 하락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이 악화됐다.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시킬 경우 중국 경제가 수출 경쟁력 약화와 금융시장 혼란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