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 교수가 전하는 경제학적 進路 멘토링
[Cover Story] 스타 '신기루' 좇지 마라… 노력한 만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길이 공부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유명 가수,또는 화려한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꾸어보지 않은 청소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운동선수나 가수,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대뜸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하라!”고 혼을 내며 자녀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반면 스포츠나 노래,연기 등에 재능이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천편일률적으로 공부 타령이다.

왜 그럴까? 부모들은 자녀가 스포츠 선수나 유명 연예인이 되어 부와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가?혹시 자녀가 잘 되는 것에 질투심이 생겨 성공을 방해하는 것인가? 물론 당연히 아니다.

2006년 한국 프로야구 선수를 살펴보면 82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고액 연봉자인 심정수 선수는 연 7억50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승엽 선수처럼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거나 박찬호 선수처럼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면 연봉으로 몇십 억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들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공부도 어렵다.

서울대학교 등 명문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후 졸업해서 미국 유학도 하고 현재 하버드, 예일,스탠퍼드,MIT 등의 명문대에서 교수를 하고 계시는 한국 학자들도 있는데,이런 분들의 노력이 박찬호 선수나 이승엽 선수보다 덜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공부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부의 메이저리그 진출자들,즉 한국 출신 하버드,예일,스탠퍼드,MIT 교수들의 이름을 아는 한국 사람은 극소수다.

따라서 그들의 명예는 박찬호,박지성,이승엽에 비해 미미하며 이런 교수들이 평생 버는 수입을 모두 합쳐도 박찬호 선수의 1년 수입 근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공부로 한국의 대표선수가 되어도 스포츠로 한국의 대표선수가 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는데,왜 부모들은 그 어려운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스포츠 선수라는 직업의 위험성에 있다.

만약 공부를 잘 하는 어떤 학생이 능력이 조금 모자라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되지 못했다면 미국의 다른 대학 교수가 되거나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연구소 등에 취직할 수도 있다.

아예 학문을 택하지 않고 사법시험 등의 시험을 택할 수도 있다.고시에 실패하더라도 여러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다.

즉 공부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1등을 하면 좋지만 1등을 못해도 상당히 괜찮은 삶의 길이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의 1군 선수 숫자는 2006년 현재 207명이다. 8개 팀이 각각 25~26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207명 안에 들거나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면 더 바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야구로 207명안에 든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야구선수로서의 수명이 10년 정도라고 할 때,해마다 평균 20명 정도의 선수만 프로에 진출하는 셈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해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서 30번째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면 어떻게 될까?

어떤 해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30번째로 야구를 잘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는 현재 58개의 고교야구팀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학교 야구부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라 해도 전국에서 30등 안에 들어갈 확률은 50%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전국에서 30번째로 야구를 잘 하는 뛰어난 당신도 프로야구 1군 선수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언젠가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훈련받는 2군 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2군 선수인 당신의 연봉은 2000만원 정도다.따라서 2군 선수들은 돈이나 명예와 거리가 멀다.

가수나 배우도 마찬가지이다.자신이 태어난 해의 사람들 가운데 10번째로 노래를 잘 하거나 연기를 잘 하더라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 무명 가수 또는 무명 배우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더구나 직업 연령이 매우 낮다.한번 선택되지 않으면 대부분 그날로 끝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얘기는 그나마 야구나 노래에 소질이 많은 사람의 경우다.

만약 당신이 100번째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면 야구선수로 치면 2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수로 치면 밥벌이도 힘겨운 신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잘 알려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 중 세 명이 학생시절 야구선수,가수,화가 지망생으로 나온다.

나머지 한 사람은 ‘한 놈만 골라서 패는’ 가장 무식한 역할을 맡은 유오성이란 배우인데,그는 특별한 직업은 없었다.

어쨌거나 사회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이 영화는 야구선수,가수 그리고 화가를 지망했다가 잘 안 풀리면 주유소를 습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그렇다면 자신이 태어난 해의 사람들 가운데 50번째로 공부를 잘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큰 어려움 없이 입학해서 의사나 법관 또는 교수가 될 수 있다.

5000번째로 공부를 잘 한다 해도 연세대나 고려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고 서울대에 입학할 수도 있다.

그들은 명문대학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각 대학마다 매년 평균 3000~4000명 정도의 신입생을 뽑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5000번째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만약 5만 번째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서울에 소재한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30번째로 야구를 잘해 프로야구 2군에 속해 있는 선수보다는 훨씬 높은 연봉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프로야구 2군에서는 기껏 10년 있기도 힘들지만,공부를 하면 30년 가까이 일할 수 있다.

어떤 투자를 할 때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이 기대 이익과 위험이다.

스포츠나 연예계에 인생을 투자하면 높은 명성과 돈을 벌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기대 이익이 높은 투자라고 볼 수 있지만,조금 운이 없거나 능력이 떨어지면 최저 생계도 잘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므로 위험이 높은 투자다.

반면 공부에 투자하면 아무리 크게 성공하더라도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만큼 벌기는 어렵지만,혹시 조금 운이 나쁘거나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나름 괜찮은 직장을 찾아서 살 길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위험이 낮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마침 달리기를 잘 해서 반 대표로 시합에 나간 초등학생 아들놈이 꼴등을 해서 돌아왔다.

혹시나 운동에 취미를 붙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소심한 경제학자 아버지에게는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자리를 빌려 태어나서 한 번도 달리기 꼴등을 놓치지 않도록 내 신체를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 「경제학 비타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