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
공산주의 사회를 끌어가는 사람은 공산당 간부들이다.

조선시대 같은 전통사회에서는 선비라고 불렸던 지식 계급이 사회를 이끌었다.

시장경제 시대를 끌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연히 시장 사람들, 그중에서도 기업가들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것들 중에 기업가가 만들어내지 않은 것은 없다.

전자제품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등 우리에게 현대인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변의 좋은 물건들이 모두 그렇다.

발명왕 에디슨도 세계 최대 기업인 GE 같은 회사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기억하고 있다.

콜럼버스도 기업가이며 빌 게이츠도 발명가 이전에 기업가다.

이름이 크게 알려졌건 아니건 기업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즐길 수 있다.

여성을 해방시킨 대표적인 계기는 세탁기였다.

여성 해방은 탁상 위의 공론이나 거리에서의 주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세탁기를 만들어 여성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을 때부터 비로소 가능해졌다.

노예를 해방한 것은 링컨이지만 링컨을 노예해방으로 이끈 것은 미국의 산업을 일으키고 노예 아닌 자유노동자를 원했던 미국 북부의 사업가들이었다.

한국을 해방 이후 극도의 빈곤국에서 동계올림픽 금을 무더기로 따내는 큰 국가로 성장시킨 것은 기업가 덕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같이 땀을 흘리고 일했기 때문이지만 실업자를 작업장으로 불러내 조직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부를 만들어낸 사람은 정주영 이병철 같은 기업가들이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가들은 더욱 많다.

우리 부모님들 중에도 밤을 새워 고민하고 일하는 기업가들이 많다.

기업가란 어떤 사람들이며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우리 돈을 보여주면서 선진국 사람들로부터 배 만드는 일감을 따낸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기업가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배를 만드는 도크조차 없이 무모하게도 조선사업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명예회장도 그랬다.

쌀 도매상을 했던 이병철 회장은 다른 사람들이 그 일에 만족하고 있을 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오늘의 삼성그룹을 키워냈다.

이들은 리스크(위험)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했다.

경제학자나 행정 관료들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긴 사업들을 만들어내고 키워왔다.

이처럼 기업을 창업하고 혁신하는 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아이폰을 발명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에서 졸업생들에게 평생 '헝그리 정신을 가져라(stay hungry)'고 주문했다.

취직보다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일구라는 뜻이었다.

빌 게이츠도 조그만 창고에서 기업을 일구어냈다.

다른 사람들이 쓸 만한 사업은 이미 다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기업가가 될 수 없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아내고 자신의 운명을 던지는 사람이 기업가다.

기업가는 모든 위험을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무모한 선택을 열정적으로 키워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합리적이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합목적적인 열정을 가진 사람이 바로 기업가다.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 같은 이는 월급쟁이를 하다 나이 50세에 기업가로 변신했고 KFC의 커넬 샌더스는 그의 나이 65세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젊은이들 중에 기업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바쁘며 직장도 안정성 위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관련 자료를 분석해 매년 발표하고 있는 '기업가 정신 지표'도 1977년 72.3(100점 기준)을 기록한 뒤 최근에는 5.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가 정신은 세상을 바꾸는 영혼이요 힘이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는 희망이 없다. 발전도 없다.

기업가 정신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살펴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