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거룩한 창녀,비천한 성녀’라는 역설적인 수식어가 붙는 에바 페론은 한때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추앙받았고 아직도 그의 뜻을 기리는 사람이 많다.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이었던 그는 의료 장비를 실은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무료 진료를 실시했고,기업가로부터 빼앗다시피 자선기금을 조성해 가난한 대중을 위해 썼다.

또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전국에 학교 병원 고아원 등 자선 구호시설을 세웠다.

뜨거운 사람의 열풍이었다.

에바 페론은 자신이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노동자와 빈민층,고아,미혼모 등을 위해 노력했다.

노동자의 복지를 추구하고… 빈민층에게 무료 진료와 교육을 실시하고… 고아와 미혼모들을 돕고……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초기에는 부유층과 귀부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의료사업에 참여한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은 앞다퉈 무료봉사를 자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에바 페론의 열정적인 활동들은 당시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 경제를 결과적으로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시혜성 복지정책을 펴는 데 필요한 돈은 자선기금과 국가 재정으로 메웠다.

이는 엄청난 재정적자로 이어졌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됐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에바 페론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에바 페론의 선의(善意)와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다.

그는 진정으로 국민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뜻에서 한 일들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오히려 의도와 다르게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에도 이같은 사례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용산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시위사태 사망자를 거액의 보상금으로 해결한 것이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이에 따른 등록금 상한제,은행에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을 돕는다는 미소 금융, 법무부의 개인회생제도 개선안 등도 그런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선심정책은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는 점 때문에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

또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경제는 어렵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선한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다보니 경제는 마치 냉정한 사람의 전유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장차 수 많은 청년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리고 등록금 상한제가 소위 1류 대학생들에게만 유리하게 된다면 이는 아무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달콤하지만 나중에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정책을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경제를 공부하고 합리적이며 비판적인 지성을 갈고닦는 이유도 과연 무엇이 진정 좋은 정책인지를 구분하는 눈을 갖기 위해서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