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라이 라마 만날것” vs 中 “美국채 팔수도”

[Global Issue] 대만에 무기판매 놓고 美·中 팽팽한 힘겨루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환율과 관세 등 일반적인 경제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중국에서 거듭된 해킹 시도를 받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 국무부가 직접 나서 미국 기업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접견을 추진하고 있다.

급기야 양국 간에 서로 덮어두었던 대만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국이 대만에 대해 지난달 29일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PAC)-3,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오스프리급 소해정, 하푼 대함 미사일, 다기능정보배분시스템 등 대만이 67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국방부의 발표 당일 미국과의 군사 교류를 중단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놨다.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은 같은 날 존 헌츠먼 주중 미 대사를 불러 “양국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4개 부처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방침을 발표한 뒤 ‘배신’‘냉전의 사고’ 등의 용어를 써가며 릴레이 비난 성명을 냈다.

미국은 대만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해 단교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는 것 까지 중단하지 않았다.

방위산업체들의 경제적 이득 외에도 대만과 중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유지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면서 미 의회는 동시에 ‘대만 관계법’을 제정해 필요시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과 함께 무기 판매를 보장했다.

이번 무기 판매도 미국 정부가 지난 1년간 중국의 힘에 끌려다닌 데 대한 반격의 일환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취임 때부터 “중국이 없으면 세계 경영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1월 중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우루무치 유혈사태 관련자를 사형에 처하는 ‘도발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담에서도 미국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과 연계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 조치를 요구하는 중국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베트과 대만 문제를 계속 건드릴 심산으로 보고 있다.

무기판매 발표 당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접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중국 군부는 대만에 64억달러 규모의 첨단무기를 팔기로 결정한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보유중인 미 국채 일부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 최신호(2월8일자) 인터뷰를 통해서다.

중국은 미 국채를 7896억달러(2009년 11월말 기준) 어치 가진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환당국이 미 국채 매각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군부의 이례적인 요구는 대만 무기수출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받고 있는 내부적인 압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랴오왕이 인터뷰한 인사들은 중국 군부 싱크탱크인 국방대학과 군사과학원 소속 현역 장성 등으로 매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미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분쟁에 개입하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국방대의 주청후 소장을 비롯,군사과학원의 뤄위안 소장과 커춘챠오 대교(대령) 등 3명이다.

군사과학원의 뤄소장은 “우리의 보복이 단지 군사문제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면서 “군사와 정치는 물론 외교와 경제까지 포괄하는 패키지 전략을 취해야할 것”이라고 (당국에) 건의했다고 랴오왕은 전했다.

그는 “지금의 미·중 관계가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얘기한 대로 두 사람이 한 배를 탄 것과 같은 형국”이라면서 “미국이 먼저 노를 저어 물살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뤄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은밀하게 측면을 공격할 수 있다”며 “한 예로 우리가 미 국채 일부를 매각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보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춘챠오 대교도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과 국제적인 지위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우리 손에는 많은 패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위협은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를 통해서도 나왔다.

환구시보는 미 정치·경제전문 정보지 닐슨리서치와 대만의 연합보를 인용,지난 5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왕치산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3월말까지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4월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부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이에 대해 왕 부총리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내다 팔고 미국의 중국 수출을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맞받아쳤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하지만 대만 중앙통신사인 중앙사(CNA)는 닐슨리서치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민 결속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언론 보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년 이상 매년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 지난해엔 4807억위안(약 81조719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군비 증강과 첨단무기 개발은 일본 한국 베트남 등 주변국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