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에서는 나무들이 연결돼 있다. 나무 뿌리가 전기화학적으로 소통하면서 데이터와 메모리를 주고 받는다. 인간의 신경세포와 같고 인간의 두뇌보다 촘촘하다." (그레이스 박사)
"우트라야 모크리(소리의 나무)에서는 조상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그들은 모두 에이와님 안에 살아있어." (네이티리)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야. 언젠가는 돌려줘야 해." (네이티리)
"당신을 봅니다. 형제여. 그리고 고마워. 에이와가 영혼을 거둬가고 몸은 남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제이크가 사냥을 할 때 동물을 죽이면서)
"샤헤일루(교감). 홀트민(말처럼 타는 동물)의 심장박동과 숨결을 느끼고 마음 속으로 명령을 내려." (네이티리가 제이크에게 말타는 법을 가르쳐 주며)
판도라 행성은 아름답다.
하늘은 푸르고 땅은 녹색의 나무와 풀이 가득하다.
식물과 동물들은 현란한 색상을 띠며 밤이 되면 형광색으로 변한다.
나무를 밟으면 밟은 자리가 빛난다.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 있고 그 섬에서 폭포가 떨어진다. (말이 안되지만 영화니까~!)
강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나무 열매며 잎사귀에 고인 물을 그대로 먹고 마신다.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3미터가 넘는 큰 키에 군살 없는 날렵한 몸매다.
큰 키에 홀쭉한 허리,긴 팔다리는 사람들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체형이다.
판도라에서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현실화된다.
동물과 식물들은 '영혼의 나무'를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으로 소통한다.
이 신성한 나무의 형광빛 씨앗들은 나비족의 육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준다.
정말 아름답다. 오죽하면 '아바타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아바타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 현실세계와 인간은 더럽고 추악하게 보인다.
판도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으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 관람객이 나올 정도다.
아바타 팬 사이트인 '아바타 포럼'에는 '판도라를 꿈꾸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대처법'이라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팬사이트 '나비블루'의 회원인 마이크씨는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과 눈물,전율을 잊을 수 없다"며 "판도라와 같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썼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17세 소녀 아이바 힐 양은 "영화를 본 뒤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삶 자체가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죽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인류가 만든 세상에 염증을 느낀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고백했다.
⊙ 인간 vs 자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아바타는 '인류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우리는 지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말했지만 일부 관람객이 느끼는 것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은 단절이며 추악한 존재이고 나비족이 완전한 인간성을 갖고있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아바타의 중심 주제는 '인간 vs 자연'이다.
나비족은 모든 자연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반면 인간과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원주민을 학살한다.
인간의 나비족에 대한 첫 번째 공격에서 거대한 나무인 홈트리가 로켓 공격에 쓰러진다.
그때부터 한동안 화면은 잿빛으로 변한다.
영화에서 지구는 너무 오염돼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으로 가정된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무절제한 개발을 일삼아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 똑같다.
종말론적 환경론이 영화 아바타를 지배하는 구도요 배경이다.
⊙ 종말론적 환경론
인간은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은 삶의 원천이며 무대이며 고향이다.
그러나 문명과 산업과 생활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주장은 여러가지 문제도 일으킨다.
최근에는 '이대로 가면 인간과 지구는 망한다'는 식의 과도한 종말론적 환경론을 둘러싼 과학계 내부의 논란도 적지 않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만 해도 확실한 것인지를 입증할 증거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 과학자들은 현대 과학이 아직 빙하기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기후변화의 원인을 전적으로 인간의 활동에 돌리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맹신이며 종교적 오만이라고 본다.
과학자들 간에 분쟁도 잇따른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환경주의들의 주장을 의심하게 만든다.
작년 11월에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센터(UEA)의 서버가 해킹돼,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반대파 학자들을 학계에서 밀어내려고 공모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 이메일에는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위협이 급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나 보고서에 게재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내용들이 많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펴낸 4차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2035년까지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 예측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IPCC는 성명문에서 "지난 4차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빙하의 소멸에 대한 비율과 시기를 언급한 것은 증거가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문제의 구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IPCC 절차가 요구하는 명백하고 잘 확립된 증거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TV매체 등은 위험을 과장되게 보도하고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환경론이 대중에 대한 공포 산업이라고까지 폄훼한다.
사실 기업이나 경제 활동을 하찮은 것으로 보는 사회에서 결코 환경은 보호될 수 없다.
가난한 나라나 북한 같은 지역에서 산에 나무가 없고 깨끗한 강물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산업 활동이나 인간의 생산활동 자체를 적대시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로 본다면 진정한 환경보호는 더 멀어질 수도 있다.
판도라에서처럼 채집이나 수렵만으로 인간의 고귀한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닥치는 기아와 극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면서 생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수렵 채취인의 삶이다.
그래서 인류는 농업을 발전시켰고 과학을 발전시켜 왔다.
⊙ 교황이 환경주의 위험 경고한 이유
극단적인 환경주의는 '이대로 가면 지구가 멸망한다'→'그것은 인간이 잘못했기 때문이다'→'잘못을 깨닫고 생활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죄인이다'→'하느님을 믿고 구원을 받아야 한다'→'구원을 받으려면 회개해야 한다'는 종교의 도식과 거의 비슷하다.
물론 자연의 모든 생명체나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원시적 정령신앙을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을 신성시하거나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연은 결코 숭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영혼이 있는 존재로 의인화하면 일부 잘못된 극단적 환경주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환경 운동에 누구보다 열심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아바타가 만들어낸 세계관을 경고한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물론 영화는 그냥 재미로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영상의 강렬한 인상은 은연 중에 인간의 삶을 범죄시하는 착각과 오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우트라야 모크리(소리의 나무)에서는 조상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그들은 모두 에이와님 안에 살아있어." (네이티리)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야. 언젠가는 돌려줘야 해." (네이티리)
"당신을 봅니다. 형제여. 그리고 고마워. 에이와가 영혼을 거둬가고 몸은 남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제이크가 사냥을 할 때 동물을 죽이면서)
"샤헤일루(교감). 홀트민(말처럼 타는 동물)의 심장박동과 숨결을 느끼고 마음 속으로 명령을 내려." (네이티리가 제이크에게 말타는 법을 가르쳐 주며)
판도라 행성은 아름답다.
하늘은 푸르고 땅은 녹색의 나무와 풀이 가득하다.
식물과 동물들은 현란한 색상을 띠며 밤이 되면 형광색으로 변한다.
나무를 밟으면 밟은 자리가 빛난다.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 있고 그 섬에서 폭포가 떨어진다. (말이 안되지만 영화니까~!)
강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나무 열매며 잎사귀에 고인 물을 그대로 먹고 마신다.
판도라에 사는 나비족은 3미터가 넘는 큰 키에 군살 없는 날렵한 몸매다.
큰 키에 홀쭉한 허리,긴 팔다리는 사람들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체형이다.
판도라에서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현실화된다.
동물과 식물들은 '영혼의 나무'를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으로 소통한다.
이 신성한 나무의 형광빛 씨앗들은 나비족의 육체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준다.
정말 아름답다. 오죽하면 '아바타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아바타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 현실세계와 인간은 더럽고 추악하게 보인다.
판도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으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끼는 관람객이 나올 정도다.
아바타 팬 사이트인 '아바타 포럼'에는 '판도라를 꿈꾸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대처법'이라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팬사이트 '나비블루'의 회원인 마이크씨는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과 눈물,전율을 잊을 수 없다"며 "판도라와 같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썼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17세 소녀 아이바 힐 양은 "영화를 본 뒤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삶 자체가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죽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인류가 만든 세상에 염증을 느낀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고백했다.
⊙ 인간 vs 자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아바타는 '인류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우리는 지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말했지만 일부 관람객이 느끼는 것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은 단절이며 추악한 존재이고 나비족이 완전한 인간성을 갖고있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아바타의 중심 주제는 '인간 vs 자연'이다.
나비족은 모든 자연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반면 인간과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원주민을 학살한다.
인간의 나비족에 대한 첫 번째 공격에서 거대한 나무인 홈트리가 로켓 공격에 쓰러진다.
그때부터 한동안 화면은 잿빛으로 변한다.
영화에서 지구는 너무 오염돼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으로 가정된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무절제한 개발을 일삼아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 똑같다.
종말론적 환경론이 영화 아바타를 지배하는 구도요 배경이다.
⊙ 종말론적 환경론
인간은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은 삶의 원천이며 무대이며 고향이다.
그러나 문명과 산업과 생활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주장은 여러가지 문제도 일으킨다.
최근에는 '이대로 가면 인간과 지구는 망한다'는 식의 과도한 종말론적 환경론을 둘러싼 과학계 내부의 논란도 적지 않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만 해도 확실한 것인지를 입증할 증거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 과학자들은 현대 과학이 아직 빙하기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기후변화의 원인을 전적으로 인간의 활동에 돌리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맹신이며 종교적 오만이라고 본다.
과학자들 간에 분쟁도 잇따른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환경주의들의 주장을 의심하게 만든다.
작년 11월에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센터(UEA)의 서버가 해킹돼,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반대파 학자들을 학계에서 밀어내려고 공모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 이메일에는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위협이 급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나 보고서에 게재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내용들이 많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7년 펴낸 4차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2035년까지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 예측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IPCC는 성명문에서 "지난 4차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빙하의 소멸에 대한 비율과 시기를 언급한 것은 증거가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문제의 구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IPCC 절차가 요구하는 명백하고 잘 확립된 증거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TV매체 등은 위험을 과장되게 보도하고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환경론이 대중에 대한 공포 산업이라고까지 폄훼한다.
사실 기업이나 경제 활동을 하찮은 것으로 보는 사회에서 결코 환경은 보호될 수 없다.
가난한 나라나 북한 같은 지역에서 산에 나무가 없고 깨끗한 강물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산업 활동이나 인간의 생산활동 자체를 적대시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로 본다면 진정한 환경보호는 더 멀어질 수도 있다.
판도라에서처럼 채집이나 수렵만으로 인간의 고귀한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닥치는 기아와 극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면서 생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수렵 채취인의 삶이다.
그래서 인류는 농업을 발전시켰고 과학을 발전시켜 왔다.
⊙ 교황이 환경주의 위험 경고한 이유
극단적인 환경주의는 '이대로 가면 지구가 멸망한다'→'그것은 인간이 잘못했기 때문이다'→'잘못을 깨닫고 생활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죄인이다'→'하느님을 믿고 구원을 받아야 한다'→'구원을 받으려면 회개해야 한다'는 종교의 도식과 거의 비슷하다.
물론 자연의 모든 생명체나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원시적 정령신앙을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을 신성시하거나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연은 결코 숭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영혼이 있는 존재로 의인화하면 일부 잘못된 극단적 환경주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환경 운동에 누구보다 열심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아바타가 만들어낸 세계관을 경고한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물론 영화는 그냥 재미로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영상의 강렬한 인상은 은연 중에 인간의 삶을 범죄시하는 착각과 오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