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아바타, 자연숭배를 부추긴다?
영화가 중요한 대중 선전 수단이라는 사실은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가 마오쩌둥의 주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강력한 영상 이미지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나 TV 같은 문화산업이 대중을 마취시키고 정신을 지배한다는 데 주목한 학자는 프랑크푸르트학파였던 데오도르 아도르노였다.

아도르노는 대중의 건전한 정치의식을 무력화하는 데 대중문화 산업이 봉사하고 있다며 공격의 칼날을 세웠다.

특정 영화가 큰 인기를 얻을 때마다 이 영화가 지향하는 가치나 이념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게 마련이다.

타이타닉을 능가하는 흥행을 보이고 있는 아바타 역시 인기만큼이나 논쟁도 치열하다.

미국 보수진영은 아바타가 이라크 전쟁을 빗대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지나치게 반(反)애국적이라고 주장한다.

아바타에 나오는 광물자원 언옵타늄은 석유를 의미하며,언옵타늄을 채취하기 위해 나비족을 공격한 것은 미국이 석유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는 좌파의 주장을 영화 속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전략과 "공포에는 공포로 대응한다"(fighting terror with terror)는 대사도 이라크전 당시에 등장했던 구호와 똑같다는 것이다.

좌파진영도 아바타를 비판한다.

죄책감을 느끼는 백인 남자가 원주민들을 통솔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백인 남성 우월주의'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또 나비족은 미개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는 문맹인으로,스스로는 제대로 싸우지 못해 통솔을 받아야 하는 종족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도 차별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아바타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 정치를 둘러싼 논쟁을 떠나 최근에는 철학과 종교의 영역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최근 아바타를 보고 나온 사람이 우울증에 빠졌다든가, 영화를 보고 난 다음 현실이 싫어지고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는 등의 증언들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안고 있는 메시지와 지향하는 가치관 자체에 대한 비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로마 교황청의 시각을 대변하는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아바타가 자연숭배와 연결된 정령주의에 빠져 생태학을 21세기 신흥 종교처럼 믿게 호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황홀한 이미지와 기술은 많지만 진정성 있는 감정은 없고 어떤 심오한 탐구도 없이 스토리를 얘기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물론 관객들은 재미를 위해 영화를 보지만 영화는 이처럼 많은 논쟁도 담고 있다.

영화 연극 소설 그림은 물론 음악까지 대부분의 문학과 예술은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전달한다.

이번 호에서는 아바타를 둘러싼 자연숭배 논란에 대해 공부해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