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좋은 일자리 갉아먹는 ‘士’자 돌림·강성 노조의 기득권
제조업 설비가 고도화,자동화되면서 제조업에서는 일자리를 크게 늘리기 어렵게 됐다.

설비 투자로 새로운 공장이 건설되면 일자리가 늘지만 새로운 설비가 기존 설비를 대체하게 되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다.

일례로 삼성 아산 LCD공장은 대부분 생산라인 작업을 기계로 한다.

사람은 기계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하거나 최종 불량점검을 하는 정도다.

도요타는 자동차까지 자동 기계화 설비로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업 일자리가 중요해졌다.

서비스업은 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 영세하거나 임금이 낮은 전통서비스업도 있지만 변호사 컨설팅 등 사업서비스업,복지 행정 등 사회서비스업,교육서비스업,의료서비스업 등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식서비스업도 있다.

그러나 지식서비스업은 각종 규제와 전문자격사 제도 등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2007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터키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었다.

OECD 평균은 1000명당 3.1명이었다.

변호사 1명당 인구도 5891명으로 미국(268명) 영국(394명)에 비해 변호사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에 비해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등 분야에서도 경쟁이 심해지긴 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특권이 여전하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1990년대 초반 300명에서 현재 1000명으로,회계사 시험(CPA) 합격자 수는 같은 기간 2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변호사, 회계사 수는 여전히 적다.

세무사는 세금 납부에 대한 대리업무로 대부분 나라에서 면허 없이 가능하고,관세사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는 나라도 없다.

의사와 약사도 대학 정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장벽을 만들어 놓고 있다.

병원과 약국은 각각 의사와 약사만 개업할 수 있어 영리법인 설립이 불가능하다.

의사와 약사를 고용하면 개업할 수 있는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소화제,연고,반창고 등 일반의약품을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하는 문제도 약사들의 반발 때문에 시행을 못하고 있다.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고 그만큼 소비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높은 비용을 매기고 서비스의 질도 낮다.

⊙ 기득권 폐지 없이 일자리 안 늘어

강성노조나 '士'자 돌림들의 특권이나 진입 장벽을 없애는 건 쉽지 않다.

특권이 있을수록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들은 특권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자의 권익 악화나 변호사 의사의 수준 저하,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 등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면서 반발한다.

쌍용차처럼 기업이 노동자와 공멸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강성노조는 후퇴하지 않는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특권계층들은 여러가지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대중을 현혹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올바른 길로 가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