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 만드는 첫걸음”

반 “교육 현장에 혼란 부추기고 정치 집회장化 우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올 3월 새 학기부터 경기도 내 모든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두발과 복장의 개성이 존중되며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등 교과외 학습에서 학생선택권과 수업시간외 집회가 보장되고 체벌과 집단 괴롭힘이 금지되는 것 등을 담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 초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이 인권 주체로 학교에서 존중받음으로써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며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는 길 그 자체가 인권을 매개로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도교육청 관계자 또한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존중되고 보장돼야 할 핵심적인 현장과제로,여기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론도 드세다.

어느 경기도교육위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교육할 수 있나.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먼저다.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반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위원은 "교육감이 너무 도드라져 보인다"고 꼬집는다.

"인권 존중도 좋지만 학생들의 무절제를 방치해선 안된다"거나 "학생 집회허용과 자율학습 선택권보장 등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조례 제정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초 · 중 · 고교생들을 통제와 규제의 대상이 아닌 인격체와 인권 주체로 존중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문제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갑자기 학생들을 풀어놓을 경우 자칫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학생의 인권은 너무도 쉽게 무시당하고 있다"며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경기도의 조례 제정은 학생인권 보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인권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보편적 인권을 얘기하면서도 그동안 아이들의 인권을 사각지대에 방치해온데 대해 기성세대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한마디로 학생들을 인권 주체로서 존중하는 일은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이번 초안에 명시된 인권교육,구제기구 등은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정인 만큼 도교육위원회가 논란을 우려해 이를 누락시키거나 모호한 말로 바꿔서는 안되며, 특히 학생인권조례 통과 이후에도 교육청과 학교 등에서 이 조례를 적극 집행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 반대 측, "교육현장에 혼란 부추기고 학교를 정치 집회장화할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초안에는 표현과 자치활동의 자유, 학습권과 사생활 보호, 교육복지 등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대부분이 학부모의 생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허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마저 없다"며 교육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한다.

수업시간만 아니면 사실상 언제든지 어떤 명분으로든 교내 집회를 허용하고, 학생들이 학교와 교육청의 정책 결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학생 생활지도의 포기로 볼 수밖에 없는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비판한다.

가뜩이나 교육감 선거에 불법으로 정당이 끼어들면서 교육의 정치화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교내 집회 자유까지 주어진다면 자칫 학교를 정치 집회장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례안은 철회돼야 하며 체벌금지 등 순수한 학생 인권신장은 기존 조례를 보완함으로써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교육 현장이 포퓰리즘적 정책무대의 시연장 돼선 안 돼

인권의 소중함은 학생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만큼 교육과정에서 학생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조례제정 취지는 이해할만하다.

문제는 이번 조례에 학교 현실을 외면하거나 비교육적인 조항들이 적잖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체벌과 두발 길이 제한을 금지한다고 못 박은 게 바로 그러한 사례다.

갈수록 학생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체벌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헌법재판소 또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한정된 범위 안에서 교육적 목적의 처벌은 허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발이나 복장 규제를 금지한 것도 근시안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의 개성 실현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외에는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대목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 현장이 포퓰리즘적 정책 무대의 시연장이 되는 사태가 빚어져선 결코 안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에 내놓은 학생인권조례 안을 원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학생인권조례안

학생들이 인권주체로 학교에서 존중받도록 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17일 내놓은 것으로,총 5장 48조와 관련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 부터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 사생활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내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대한 권리, 징계절차에서의 권리 등 9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교육 및 실천계획,상담 및 구제 장치도 담겨있다.

학생 체벌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 법령 및 학칙에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체벌을 간접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면서도 교육상 불가피한 체벌의 경우 학교구성원의 합의절차를 거쳐 사회통념상 합당한 범위 안에서 학교규정에 명시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한정된 범위 안에서 교육적 목적의 체벌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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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1월6일자 보도기사

경기도교육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초안 중 '집회의 자유'처럼 첨예하게 논란이 됐던 조항들이 상당 부분 수정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 핵심 관계자는 5일 "아직 수정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초안에서 보장한 '집회 · 결사의 자유'는 수정안에서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년을 맞은 대학생이 아니라 미성년인 초 ·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례인 만큼 집회 · 결사의 자유를 언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신 초안에서 언급했던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 구성과 자율적인 자치활동 보장' 규정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학생회장을 학생 손으로 뽑는 정도의 자유는 보장해 주는 쪽이 옳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초안에 등장하는 '학생은 사상 · 양심의 자유를 가지며'란 문장 중 '사상'이란 단어는 삭제될 확률이 높다.

"굳이 '사상'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양심의 자유'란 문구만으로 포괄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체벌금지,복장 · 두발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선택권 등은 초안의 기조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학생인권 실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란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대한 일반의 의견을 13일까지 수렴한 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수정안을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