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 위태… 그리스 등은 국가 부채 위험수위
[Cover Story] 두바이 쇼크 확산되나? 떨고있는 영국·그리스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 여파는 어디까지 확산될까.

모라토리엄 일주일이 지난 현재 세계 각국의 주가가 회복하는 등 국제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제2,제3의 두바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리스,루마니아 등 국가 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연쇄적인 국가부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주요 20개국(G20국) 가운데 유일하게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두바이에 빌려준 많은 돈이 물리는 바람에 경제 전체가 위태위태한 모습이다.

⊙ 두바이쇼크 전염될까?

두바이월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호국가(일종의 부족국가)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의 국영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국전력 철도공사 등 우리나라의 공기업처럼 정부의 건축 · 개발 사업을 대행하는 준정부 기관이다.

따라서 두바이월드가 지고 있는 부채는 사실상 두바이 정부의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바이월드는 해외에서 빌린 590억달러의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채상환 시기를 6개월간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사실상 두바이 정부가 부도에 직면한 것이다.

문제는 두바이와 같은 국가들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경제위기 탓에 몇몇 정부는 막대한 돈을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으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그리스(12%) 미국(10%) 영국(12%) 아일랜드(14%) 등으로 수두룩하다.

루마니아는 최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130만명의 공무원들에게 8일간의 강제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 두바이 다음은 어디?

두바이 쇼크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외국 언론들은 지난 2일 두바이 뒤를 이을 다음 국가에 대한 전망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2일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세계 경제를 불안에 떨게 했던 '두바이 쇼크'가 진정된다고 해도 위기를 불러온 요인은 전세계 곳곳에 있기 때문에 제2의 두바이는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그리스와 루마니아 · 소규모 유럽국가 등이 위험지역"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발틱 국가부터 선진국까지 부채 만기가 연이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이나 은행권에서 대출상환을 요구할 경우 제2의 두바이 사태가 다른 채무국들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두바이 사태로 투자자들이나 은행권에서 다른 채무국들에 대출상환을 요구할 경우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도미노 쓰러지듯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들 국가 중 '요주의 국가'는 그리스로 지적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지난 2일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테네가 두바이만큼 위험하다"며 그리스의 재정상태를 우려했다.

그리스 재무장관이 이에 앞서 내년 재정 적자를 GDP의 9.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융커 총리는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GDP의 3%대로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올해 그리스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12.7%,부채비율이 113.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외에도 루마니아,헝가리,라트비아 등 재정적자가 높거나 IMF 지원을 받고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도 '제2의 두바이'로 꼽히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경기가 차츰 회복되는 추세지만 단기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 영국,두바이 쇼크 최대 피해자

영국도 국가 재정이 악화되면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영국이 G10 중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채무위기에 직면할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올해 영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1.6%와 68.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영국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다수당을 내지 못하면 정책 혼선으로 현재의 'AAA'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덩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투자자들의 투매로 국채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수익률 급등)한다.

이는 곧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다시 수렁에 빠트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초라한 올 3분기 성장률도 영국 경제의 한파를 실감케 한다.

영국 국가통계국(ONS)에 따르면 영국의 3분기 성장률은 -0.3%(전분기 대비)로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3분기(-0.7%) 이래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독일(0.7%) 프랑스(0.3%) 미국(0.9%) 등 대부분 선진국들이 3분기에 플러스 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영국은 아직도 침체 상태다.

두바이 쇼크도 영국 경제의 뇌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지난달 말 채무유예 신청을 한 두바이월드에 물린 영국 은행들의 채권 규모가 총 50억달러로 해외 채권단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정부로부터 336억파운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국유화(정부지분 70%)된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채권 규모는 10억~2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최악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이 추산한 RBS의 아랍에미리트 채권 규모는 22억달러에 달한다.

로이즈뱅킹그룹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다른 영국계 금융사들도 약 10억달러씩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차 금융위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금융사들이 정부 구제금융을 되갚는 등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국은 최근 RBS 등에 2차 구제금융을 지원했었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