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이 GDP의 110%… 무리한 국가부채의 종말 ‘교훈’
두바이는 아랍어로 '작은 메뚜기'란 뜻이다.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메뚜기처럼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아니 중동 국가들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고성장을 이뤄냈었다.
하지만 지금 두바이는 점프해 날아오를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과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으로 상징되는 두바이의 신화 뒤엔 막대한 규모의 빚이 있었다.
두바이의 국가부채는 총 8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10%에 달한다.
엄청난 부채와 부동산경기 부진 등 각종 악재들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 평균 15% 이상에 달했던 두바이 경제성장률은 올해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추락'에 가깝지만,이마저도 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때 두바이 인구의 90%를 차지했던 해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두바이를 떠나고 있다.
UBS에 따르면 지난해 말 146만4000명이었던 두바이 인구는 올해 말까지 8% 줄고 2010년에 추가로 2%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해외 근로자의 유출은 소비와 부동산 수요의 위축을 불러 두바이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두바이의 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제기되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10월 두바이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거나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두바이가 경제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 UAE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 3월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두바이 주요 국영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시켰다.
두바이 GDP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부동산업이 금융위기 충격으로 무너지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가 나올 당시만 해도 두바이 경제가 실제로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세계가 두바이의 급작스러운 경제 몰락에 유난히 깜짝 놀란 이유는 두바이가 '중동의 진주' 자리에 오르기까지 보여줬던 행보가 워낙 남달랐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UAE에 속한 국가중 가장 가난했고 인구 3000명 규모의 조그만 어촌 국가였다.
국토 면적은 제주도의 두 배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데다 그마저 90%는 사막이 차지하는 낙후지역이었다.
여름이면 섭씨 5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도 개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다른 중동지역과 달리 석유도 거의 나지 않아 오일머니 창출도 기대할 수 없었다.
두바이를 통치해 온 알 막툼 가문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나라 발전의 방향을 석유와 어업 대신 관광과 물류 · 금융허브로 잡았다.
두바이는 1960년 두바이공항과 1972년 라시드항을 개항하면서 일찌감치 중동의 물류 허브 지위를 선점했다.
또 1985년엔 "너무 규모가 크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벨알리 항과 경제자유구역을 건설했다.
특히 현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60)은 두바이에 앞선 인프라와 관광 자원,자유롭고 선진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세계의 기업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비전을 갖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각종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 핵심이 바로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다.
DIFC는 100% 외국인 소유권을 허용하는 데다 입주한 기업과 투자자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생겨난 자본과 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에 송금할 수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818m) 공사를 시작하는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두바이가 부동산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분양받으려는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이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2008년 두바이의 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할 정도로 그는 두바이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경제발전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제조업 기반 육성이나 국내수요 활성화를 외면했던 것은 두바이의 크나큰 실수였다.
금융과 실물을 균형있게 키워나가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외국자본과 외부 수요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세계 경기가 좋아서 아랍권 오일머니와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풍부한 유동성이 밀려들었을 땐 이런 취약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닥쳐온 금융위기는 두바이의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마비로 글로벌 유동성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막대한 부채를 들여 진행되던 두바이의 건설공사가 무더기로 중지된 것이다.
이번 '두바이 쇼크'는 우리 사회에도 매우 큰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두바이를 배우자'는 열풍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고 기초를 다지거나 내실을 중시하는 것보다 외형을 중시하고 계산 없는 무모성을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한 두바이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두바이는 아랍어로 '작은 메뚜기'란 뜻이다.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메뚜기처럼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아니 중동 국가들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고성장을 이뤄냈었다.
하지만 지금 두바이는 점프해 날아오를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
7성급 호텔 버즈알아랍과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으로 상징되는 두바이의 신화 뒤엔 막대한 규모의 빚이 있었다.
두바이의 국가부채는 총 8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10%에 달한다.
엄청난 부채와 부동산경기 부진 등 각종 악재들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 평균 15% 이상에 달했던 두바이 경제성장률은 올해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추락'에 가깝지만,이마저도 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때 두바이 인구의 90%를 차지했던 해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두바이를 떠나고 있다.
UBS에 따르면 지난해 말 146만4000명이었던 두바이 인구는 올해 말까지 8% 줄고 2010년에 추가로 2%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해외 근로자의 유출은 소비와 부동산 수요의 위축을 불러 두바이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두바이의 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제기되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10월 두바이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거나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두바이가 경제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 UAE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 3월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두바이 주요 국영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시켰다.
두바이 GDP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부동산업이 금융위기 충격으로 무너지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가 나올 당시만 해도 두바이 경제가 실제로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세계가 두바이의 급작스러운 경제 몰락에 유난히 깜짝 놀란 이유는 두바이가 '중동의 진주' 자리에 오르기까지 보여줬던 행보가 워낙 남달랐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UAE에 속한 국가중 가장 가난했고 인구 3000명 규모의 조그만 어촌 국가였다.
국토 면적은 제주도의 두 배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데다 그마저 90%는 사막이 차지하는 낙후지역이었다.
여름이면 섭씨 5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도 개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다른 중동지역과 달리 석유도 거의 나지 않아 오일머니 창출도 기대할 수 없었다.
두바이를 통치해 온 알 막툼 가문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나라 발전의 방향을 석유와 어업 대신 관광과 물류 · 금융허브로 잡았다.
두바이는 1960년 두바이공항과 1972년 라시드항을 개항하면서 일찌감치 중동의 물류 허브 지위를 선점했다.
또 1985년엔 "너무 규모가 크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벨알리 항과 경제자유구역을 건설했다.
특히 현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60)은 두바이에 앞선 인프라와 관광 자원,자유롭고 선진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세계의 기업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비전을 갖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각종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 핵심이 바로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다.
DIFC는 100% 외국인 소유권을 허용하는 데다 입주한 기업과 투자자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생겨난 자본과 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에 송금할 수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818m) 공사를 시작하는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두바이가 부동산 개발계획을 발표하면 분양받으려는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이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2008년 두바이의 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할 정도로 그는 두바이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경제발전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제조업 기반 육성이나 국내수요 활성화를 외면했던 것은 두바이의 크나큰 실수였다.
금융과 실물을 균형있게 키워나가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외국자본과 외부 수요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세계 경기가 좋아서 아랍권 오일머니와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풍부한 유동성이 밀려들었을 땐 이런 취약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닥쳐온 금융위기는 두바이의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마비로 글로벌 유동성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막대한 부채를 들여 진행되던 두바이의 건설공사가 무더기로 중지된 것이다.
이번 '두바이 쇼크'는 우리 사회에도 매우 큰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두바이를 배우자'는 열풍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고 기초를 다지거나 내실을 중시하는 것보다 외형을 중시하고 계산 없는 무모성을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한 두바이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