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문화 콘텐츠 상품 마케팅의 생명"
"한국은 경직된 유교적 풍토로 이야기 자산 못키워"
"첫째도 스토리,둘째도 스토리다. 영화 기술과 제작 · 배급방식이 아무리 변해도 열쇠는 스토리다."
영화 '킬 빌'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말이다.
스토리는 이제 이야기산업이라고 할만큼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핵심적인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스토리가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스토리는 문화산업의 핵심
영화나 애니메이션 방송드라마 컴퓨터 게임 등 모든 문화산업 분야에서 스토리는 핵심적인 요소다.
최근 영화산업보다 큰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 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도외시한 콘텐츠산업은 이른바 '앙코 없는 찐빵'인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 소재는 또 다양한 분야로 발전돼 나갈 수 있다.
OSMU(원소스 멀티 유즈)라는 것으로 하나의 스토리 소재를 영화 음반 드라마 소설 공연 뮤지컬 등 여러 장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킬 박사나 하이드와 같은 소설은 공연 및 영화 등을 통해 히트를 쳤고 뮤지컬로도 나오고 있다.
영화나 게임이 히트를 치면 이에 대한 시나리오가 소설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방송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겨울연가는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아예 창작 단계에서부터 작가와 영화제작자 게임제작자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
괜찮은 스토리가 있으면 이를 영화나 방송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다음 소설 등으로 전환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RPG게임(게이머가 주인공이 돼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게임)이나 MMORPG게임(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접속해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게임)같은 온라인 게임은 게임 주체가 직접 이야기를 꾸미고 진행해나가는 점에서 독특하다.
⊙ 상품 판매 마케팅에 필수
최근 많은 기업들은 스토리 기법을 이용해 자사 상품의 마케팅과 브랜드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파악해 상품의 기능적 특성만 설명하는 광고를 넘어 감성적이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과 브랜드의 교감을 유도하는 일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인 것이다.
경제학자 데어도르 맥클로스키는 미국 국민총생산의 28%가 상업적인 목적의 설득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설득에서 스토리텔링이 차지하는 비중을 액수로 환산하면 3조달러 이상 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감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가전회사 GE는 상상력 돌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스토리를 꾸며내고 이 스토리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 자유와 모험을 선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등 유명기업들도 잘 짜인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함평군은 나비에 착안해 나비이야기를 많이 만들면서 함평 나비축제를 꾸며 대성공했다.
독일의 로렐라이 지역은 바위하나만 있어도 로렐라이의 전설이라는 이야기를 꾸며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백제시대 3000명의 궁녀가 빠져죽었다는 낙화암도 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사람들은 쓸모있는 상품보다 자신의 꿈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상품을 사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상품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상품에 깃들여 있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 경직적 문화 풍토도 문제
스토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형 스토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우선 국내 스토리 작가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와 콘텐츠 관련 영화사나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상금을 내걸고 스토리 공모를 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토리 작가 인력도 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작가 아카데미 등을 통해 전업 작가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언어 장벽이 국산 스토리의 해외진출을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좋은 스토리라면 관객들은 반응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소설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쳤고 베트남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해외에서도 공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적 풍토가 스토리를 만들어낼 만큼 다양하지 못하고, 지어낸 이야기에 배타적인 유교적 태도가 여전히 강고하고, 역사를 옳고 그른 것으로만 보는 경직된 세계관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얘깃거리가 풍부하고 옛날의 신화나 고전 기담 민화 등에서 발굴되는 얘기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의 지식재산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는 분위기도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와 창조 상상력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쓰는 문화에 더해 기발한 상상력을 즐기는 그런 사회에서 비로소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것이다.
우리들이 논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한국은 경직된 유교적 풍토로 이야기 자산 못키워"
"첫째도 스토리,둘째도 스토리다. 영화 기술과 제작 · 배급방식이 아무리 변해도 열쇠는 스토리다."
영화 '킬 빌'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말이다.
스토리는 이제 이야기산업이라고 할만큼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핵심적인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스토리가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스토리는 문화산업의 핵심
영화나 애니메이션 방송드라마 컴퓨터 게임 등 모든 문화산업 분야에서 스토리는 핵심적인 요소다.
최근 영화산업보다 큰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 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도외시한 콘텐츠산업은 이른바 '앙코 없는 찐빵'인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 소재는 또 다양한 분야로 발전돼 나갈 수 있다.
OSMU(원소스 멀티 유즈)라는 것으로 하나의 스토리 소재를 영화 음반 드라마 소설 공연 뮤지컬 등 여러 장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킬 박사나 하이드와 같은 소설은 공연 및 영화 등을 통해 히트를 쳤고 뮤지컬로도 나오고 있다.
영화나 게임이 히트를 치면 이에 대한 시나리오가 소설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방송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겨울연가는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아예 창작 단계에서부터 작가와 영화제작자 게임제작자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
괜찮은 스토리가 있으면 이를 영화나 방송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다음 소설 등으로 전환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RPG게임(게이머가 주인공이 돼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게임)이나 MMORPG게임(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접속해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게임)같은 온라인 게임은 게임 주체가 직접 이야기를 꾸미고 진행해나가는 점에서 독특하다.
⊙ 상품 판매 마케팅에 필수
최근 많은 기업들은 스토리 기법을 이용해 자사 상품의 마케팅과 브랜드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파악해 상품의 기능적 특성만 설명하는 광고를 넘어 감성적이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과 브랜드의 교감을 유도하는 일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인 것이다.
경제학자 데어도르 맥클로스키는 미국 국민총생산의 28%가 상업적인 목적의 설득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설득에서 스토리텔링이 차지하는 비중을 액수로 환산하면 3조달러 이상 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감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가전회사 GE는 상상력 돌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스토리를 꾸며내고 이 스토리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 자유와 모험을 선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등 유명기업들도 잘 짜인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함평군은 나비에 착안해 나비이야기를 많이 만들면서 함평 나비축제를 꾸며 대성공했다.
독일의 로렐라이 지역은 바위하나만 있어도 로렐라이의 전설이라는 이야기를 꾸며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백제시대 3000명의 궁녀가 빠져죽었다는 낙화암도 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사람들은 쓸모있는 상품보다 자신의 꿈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상품을 사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상품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상품에 깃들여 있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 경직적 문화 풍토도 문제
스토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형 스토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우선 국내 스토리 작가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와 콘텐츠 관련 영화사나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상금을 내걸고 스토리 공모를 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토리 작가 인력도 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작가 아카데미 등을 통해 전업 작가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언어 장벽이 국산 스토리의 해외진출을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좋은 스토리라면 관객들은 반응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소설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쳤고 베트남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해외에서도 공감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적 풍토가 스토리를 만들어낼 만큼 다양하지 못하고, 지어낸 이야기에 배타적인 유교적 태도가 여전히 강고하고, 역사를 옳고 그른 것으로만 보는 경직된 세계관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얘깃거리가 풍부하고 옛날의 신화나 고전 기담 민화 등에서 발굴되는 얘기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의 지식재산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는 분위기도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와 창조 상상력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쓰는 문화에 더해 기발한 상상력을 즐기는 그런 사회에서 비로소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것이다.
우리들이 논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