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북한에서 온 거지까지 먹여살리는 건 아니다"
안보 비용 대폭 축소…北 노동력 활용땐 경제 高성장 가능
"독일 통일은 너무 갑작스레 진행돼 정책 실수가 많았다. 북한 경제의 자립성을 해치는 정책을 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통일 후 북한지역에 있는 규모가 큰 국영기업은 장기 융자 형태의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인수·경영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 경제도 자생력을 갖춰 통일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독일 할레 경제연구소의 거시경제 연구실장인 우도 루드비히(Udo Ludwig)박사는 "한국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북한 경제의 자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를린시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할레시에 있는 이 연구소는 통독 관련 경제정책을 연구·평가하는 국립 연구기관이다.
아무리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이라도 60년 이상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재결합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타났던 경제적 격차로 인한 갈등,서독 주민들의 동독 지원에 대한 반감,동독 주민들의 사회주의 향수,동 · 서독 간 지역 갈등과 적대감 등은 우리나라의 통일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갑작스럽게 닥쳐올 통일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제대로 대비한다면 민족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가끔 얘기하듯이 "통일되면 우리가 북한에서 온 거지들을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골드만삭스의 낙관적인 통일한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21일 '통일한국(a United Korea),북한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남북한이 통일하면 30~40년 안에 프랑스 · 독일을 앞지르는 경제 규모(GDP)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쟁력으로,1970년대 남한처럼 젊은 농촌인력이 있고 인구가 증가하며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2008년 기준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700~2248달러(구매력평가 · PPP기준)로 베트남과 인도와 엇비슷하며 중국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비교 국가보다 떨어지는 것은 경제의 약 4분의 1을 군사분야가 차지하는 왜곡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한 인구의 3분의 1 이상(약 37%)이 농촌에 거주하며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이들을 산업화로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1970년대 한국이 이룩한 고속성장을 따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인구 증가 속도도 빠르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은 향후 10년간 근로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평균 0.7%씩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증가 속도는 0일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 노동자들은 강한 근로 윤리를 갖고 있어 생산성 향상의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부존자원이 많다.
마그네사이트,석탄,우라늄,철광괴 등 광물자원은 GDP의 140배에 해당한다(2008년 기준).
채굴비용과 감가상각을 고려해도 최소 GDP의 18배 수준.
이론적으로는 광물자원의 채굴권만 내다팔아도 향후 20년은 북한이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1990년대 중반 대통령 자문기구 정책기획위원회(옛 21세기 위원회)와 고려대 황의각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남북한 통일비용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최소 1조2000억달러로,통일 직후부터 일정 기간 매년 남한 GDP의 10% 정도가 북한에 지원돼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경제가 감당했던 것(4%)에 비하면 2.5배의 부담이다.
독일의 경우 서독사람 4명이 당시 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잘 살던 동독인 1명을 먹여 살리면 됐지만,우리의 경우 남한 주민 2명이 세계 최빈국 주민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통일에 따른 비용만 따졌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착오는 통일비용만 계산했을 뿐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분단시대에 불가피하게 지불해야 했던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안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독일의 상비군은 1991년 서독 49만명,동독 17만명에서 통일독일 2008년 2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개성공단처럼 북한에 대한 투자로 값싼 북한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07년 한우리연구원 신창민 이사장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이 통일의 비용과 편익을 함께 계산해서 산출한 통일비용은 10년간 8600억~1조3200억달러 수준으로 남한은 매년 GDP의 6.6~6.9%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에 따른 편익은 10년 동안 연평균 GDP의 8.2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후 10년간 북한의 자본재 조달 과정에서 남한의 GDP가 연평균 5.6% 늘고,현역 병력 감축에 따른 생산인력 확대로 GDP가 2.65% 증가한다는 것이다.
통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이 30년간 부담해야 분단비용은 △2016~2045년 30년간 1조3123억달러 △2021~2050년 1조4931억달러 △2026~2055년 1조6837억달러 △2031~2060년 1조8886억달러 등으로 추정됐다.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통일된 독일에서는 20% 정도의 사람들이 왜 우리가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80%의 사람들은 군비 축소 등 독일 통일의 긍정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주최할 정도로 발전한 한국이 통일에 관한 여러 도전들을 잘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통일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의 정치 · 경제 · 외교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안보 비용 대폭 축소…北 노동력 활용땐 경제 高성장 가능
"독일 통일은 너무 갑작스레 진행돼 정책 실수가 많았다. 북한 경제의 자립성을 해치는 정책을 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통일 후 북한지역에 있는 규모가 큰 국영기업은 장기 융자 형태의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인수·경영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 경제도 자생력을 갖춰 통일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독일 할레 경제연구소의 거시경제 연구실장인 우도 루드비히(Udo Ludwig)박사는 "한국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북한 경제의 자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를린시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남짓 떨어진 할레시에 있는 이 연구소는 통독 관련 경제정책을 연구·평가하는 국립 연구기관이다.
아무리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이라도 60년 이상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재결합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타났던 경제적 격차로 인한 갈등,서독 주민들의 동독 지원에 대한 반감,동독 주민들의 사회주의 향수,동 · 서독 간 지역 갈등과 적대감 등은 우리나라의 통일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갑작스럽게 닥쳐올 통일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제대로 대비한다면 민족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가끔 얘기하듯이 "통일되면 우리가 북한에서 온 거지들을 모두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골드만삭스의 낙관적인 통일한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21일 '통일한국(a United Korea),북한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남북한이 통일하면 30~40년 안에 프랑스 · 독일을 앞지르는 경제 규모(GDP)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쟁력으로,1970년대 남한처럼 젊은 농촌인력이 있고 인구가 증가하며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2008년 기준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700~2248달러(구매력평가 · PPP기준)로 베트남과 인도와 엇비슷하며 중국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비교 국가보다 떨어지는 것은 경제의 약 4분의 1을 군사분야가 차지하는 왜곡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한 인구의 3분의 1 이상(약 37%)이 농촌에 거주하며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이들을 산업화로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1970년대 한국이 이룩한 고속성장을 따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인구 증가 속도도 빠르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은 향후 10년간 근로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평균 0.7%씩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증가 속도는 0일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 노동자들은 강한 근로 윤리를 갖고 있어 생산성 향상의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부존자원이 많다.
마그네사이트,석탄,우라늄,철광괴 등 광물자원은 GDP의 140배에 해당한다(2008년 기준).
채굴비용과 감가상각을 고려해도 최소 GDP의 18배 수준.
이론적으로는 광물자원의 채굴권만 내다팔아도 향후 20년은 북한이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1990년대 중반 대통령 자문기구 정책기획위원회(옛 21세기 위원회)와 고려대 황의각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남북한 통일비용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최소 1조2000억달러로,통일 직후부터 일정 기간 매년 남한 GDP의 10% 정도가 북한에 지원돼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 경제가 감당했던 것(4%)에 비하면 2.5배의 부담이다.
독일의 경우 서독사람 4명이 당시 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잘 살던 동독인 1명을 먹여 살리면 됐지만,우리의 경우 남한 주민 2명이 세계 최빈국 주민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통일에 따른 비용만 따졌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착오는 통일비용만 계산했을 뿐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분단시대에 불가피하게 지불해야 했던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안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독일의 상비군은 1991년 서독 49만명,동독 17만명에서 통일독일 2008년 2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개성공단처럼 북한에 대한 투자로 값싼 북한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07년 한우리연구원 신창민 이사장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이 통일의 비용과 편익을 함께 계산해서 산출한 통일비용은 10년간 8600억~1조3200억달러 수준으로 남한은 매년 GDP의 6.6~6.9%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에 따른 편익은 10년 동안 연평균 GDP의 8.2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후 10년간 북한의 자본재 조달 과정에서 남한의 GDP가 연평균 5.6% 늘고,현역 병력 감축에 따른 생산인력 확대로 GDP가 2.65% 증가한다는 것이다.
통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이 30년간 부담해야 분단비용은 △2016~2045년 30년간 1조3123억달러 △2021~2050년 1조4931억달러 △2026~2055년 1조6837억달러 △2031~2060년 1조8886억달러 등으로 추정됐다.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통일된 독일에서는 20% 정도의 사람들이 왜 우리가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80%의 사람들은 군비 축소 등 독일 통일의 긍정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주최할 정도로 발전한 한국이 통일에 관한 여러 도전들을 잘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통일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의 정치 · 경제 · 외교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