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 …‘통일 한국’ 미래는?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사람 키보다 높은 2.3m의 도미노 1000개가 차례차례 넘어졌다.

세계 각국의 예술인이 만든 도미노 장벽은 20년 전 무너졌던 베를린 장벽을 상징한 것이다.

당시 냉전 해체를 이끈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첫 도미노 장벽을 무너뜨린 후 도미노 행렬은 1.5㎞에 걸쳐 40분 동안 이어졌다.

부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행사장 주변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베를린 시민들은 20년 전 장벽이 무너지던 그 순간을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0년 전 동독의 사회주의는 관료주의적 혼란 속에서 종말을 고했다.

당시 동독 정부 대변인인 귀터 샤보브스키는 "일반인들의 여행 제한을 해제할 방침"이라는 정치국의 결정을 놓고 기자들에게 "(이 방침을) 즉시 시행한다"고 잘못 설명했다.

그 결과 이날 밤 동독인들이 대거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몰려들었다.

장벽 위에서 해머(큰 망치)를 들고 장벽을 내리치던 독일인들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후 혁명적 변화들이 잇따랐다.

소련이 조용히 사라지며 냉전 체제가 무너졌다.

독일은 재통일됐고,동유럽과 소련의 위성국들이 차례로 독립했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냉전의 종식일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화의 시작이었다.

세계화를 통해 기존 공산권에까지도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중국 인도 등 신흥 강대국이 급부상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동서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1991년 서독의 33% 수준에 불과했던 동독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70%로 증가했다.

평균 수명도 늘었다.

새로운 건물과 사회간접자본(SOC)이 들어서면서 고속도로나 초고속 인터넷망 등 인프라는 오히려 서독 지역을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

독일 통일로 유럽연합(EU)과 유로화의 탄생이 이뤄졌고 독일은 여기에서 유럽 강대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나라,동서 분단의 나라에서 평화와 통합을 주도하는 나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통일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