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서 최상위권 휩쓸어… '사교육비 키운 주범' 비판도
[Cover Story] 일류 고교 없앤 뒤 30여년 만에 특목고 시대부활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74년 도입됐다.

2009년으로 35년째를 맞았다.

평준화 아닌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어졌다.

평준화 이전에는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지금 우리가 대학에 들어가듯이 시험을 쳤다.

당시에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도 시험을 쳤다고 한다.

그랬으니 초등생(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들도 밤샘 공부를 해야 하고 중학생들도 잠을 못자고 공부했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치열한 논란 끝에 시험을 치지 않고 자기 집 주변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시험이 아닌 배정 방식으로 진학하는 평준화 입시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그때와 비슷한 논쟁이 지금 다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특목고의 선두주자 격인 대원외고가 현직 판사 숫자에서 비평준화 시절 명문고의 대표주자 격인 경기고를 넘어서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외고 등 특목고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에 또 다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평준화 35년 만에 다시 소위 명문고등학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생들은 당시보다 더 밤잠 안자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평준화 VS 비평준화 35년간 지속된 논쟁

60년대 초반만해도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중학교 진학생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입시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어린아이들이 과도하게 입시경쟁에 밀려들었다.

이런 현상을 막기위해 69년부터 중학교 무시험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몇년 지나지 않아 이제는 고등학교 입시과열이 문제가 되었다.

이제는 중학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고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만큼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고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열심히 과외 공부를 시켰다.

소위 1류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들은 치열한 밤샘 공부를 해야했다.

또 이들 1류 고교를 나온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높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 사회문제로 지적되면서 1류 고교를 없애고 입시경쟁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결국 1974년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작됐다.

당시 소위 1류 고교생들은 목욕탕에 들어갈 때도 학교 뱃지를 달고 들어간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평준화'라는 이름은 학교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평준화 도입 지역은 해마다 늘어나 지금은 학교 수 기준으로 인문계 고교의 60%,학생 수 기준 74%가 평준화 제도 아래에 있다.

요는 입시지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1류 고교를 없애 사회적인 위화감도 줄이자는 목표로 평준화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학생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을 시키며 실력차이를 무시한 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더 낮춘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평준화 때문에 학력이 하향 평준화 됐다','경쟁을 없애면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을 받아왔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정부는 80년대 이후 다양한 특수목적고 설립으로 평준화를 보완하고자 했다.

1983년 경기과학고의 개교를 시작으로 현재 21개(신설예정 1곳 포함)의 과학고가 설립 · 운영 중이며 1992년에는 외국어고가 외국어계열 특수목적고로 지정된 후 전국에 33개(신설예정 3곳)의 학교가 생겨났다.

외고는 특히 학생선발권을 활용,성적우수자 확보에 힘쓴 결과 명문대 진학실적이 좋은 학교라는 평판을 얻었으며 1998년 설립된 국제고와 함께 명문대 진학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특목고와 자사고가 과거의 명문 고교로 부활하게 된 것이다.

⊙ 비평준화 시절 명문고를 넘어선 특목고

현재 과학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는 학업성취,대학진학,사회진출 등의 부문에서 모두 비평준화 당시 이름을 날렸던 고등학교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학년도 수능시험 3개(언어 · 수리 · 외국어) 영역 점수 상위 100위권 내 고교를 살펴본 결과 전체 고교의 3%에 불과한 과학고,외고,국제고가 합산점수 100위권 내 순위에서 절반에 가까운 40%를 차지했다.

특목고 독식 현상은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커져 50위 내의 경우 평균 합산에서는 33곳,언어 36곳,수리 35곳,외국어에선 35곳이 특목고다.

이에 따라 서울대의 '특목고 출신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대 학생 중 특목고 출신자 비율은 2005년도 15.3%였던 것이 2009년도에는 24.3%로 늘어났다.

학생 4명 중 1명이 특목고 출신이다.

최근 5년간 지역별 서울대 합격자 현황에서도 특목고가 초강세를 보였다.

최근엔 특목고 출신이 사회 진출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현재 현직 판사 2386명 가운데 대원외고 출신이 58명으로 경기고 출신(38명)을 앞지른 것이다.

⊙ 사교육비 증가 주범은 특목고?

최근 정부가 특목고 입시안을 고치고 외고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 것은 우선은 사교육을 줄이자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꼽히는 외고는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91.9%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우선 과학고의 경우 내년 하반기 치러지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부터 각종 경시대회 입상자 및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학교,심지어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올림피아드 입상,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고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구술면접에서 지필형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내년부터는 중학교 내신 성적에서 수학,과목에 가중치를 과도하게 주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부 학교가 여전히 중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수준의 지필형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선행학습 등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시켰다는 지적 때문이다.

시험 없이 뽑아 인재로 길러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할까.

입학사정관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객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 선발할 수 있을까.

이것이 논란의 촛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교육정책을 고친다는 것은 부작용이 두려워 본업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글 독자 여러분들은 외고 폐지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일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