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 금융위기 1년… 인간의 탐욕, 계속 되고 있나
자본주의에서 경제는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가며 성장해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주기적으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의 근저에는 대부분 투기가 있었고,인간의 탐욕이 깔려 있었다.

멀게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부터 1930년대 대공황,그리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모든 위기는 인간의 탐욕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1년 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강달러 정책으로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소비했다.

미 정부도 거둬들이는 세금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는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적자(2008년 6771억달러,GDP의 6% 수준)와 재정 적자(2008년 10월~2009년 9월 1조2000억달러,GDP의 8.3%)로 나타났다.

이런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가 매년 후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90년대 IT 버블 붕괴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기 보다는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펴며 경기를 떠받쳤다.

최근의 서브 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억지로 지탱하고 있는 경기를 두고 골디락스(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완만한 성장 상태) 시대가 도래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제조업은 독일 일본 중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들만 달러의 힘을 등지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금융 경제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이다.

금융산업에 대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고 남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가로채는 것이므로 기업인이 해서는 안될 사업"이라고 비난했을 정도이다.

정 회장의 말이 지금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물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산업기반은 나라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영국 아일랜드 경제의 붕괴는 제조업이 약한 나라들이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금융산업의 기술자들은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면서 거품을 마음껏 키웠다.

새로운 파생상품은 무엇으로부터 파생됐는지도 모를 만큼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설계되고 그래서 리스크를 평가할 수도 없었으며 신용등급은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졌다.

금융회사는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단계마다 이익을 누렸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일하기보다 소비하고 싶고, 일을 하더라도 편하게 하면서 많이 벌고 싶어한다.

선거로 뽑히는 정권은 항상 높은 경제 성장을 원한다.

그러나 이런 욕구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인간의 탐욕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지금 미국 월가에서는 그 탐욕이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