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이 뛴다
금(金)은 인류가 생긴 이래 줄곧 가치 있는 금속으로 선호돼왔다.

수천년 전 무덤에서 발견되는 인골 곁에는 항상 금붙이가 따라다닌다.

찬란한 금빛은 고귀한 지위를 상징했으며 마력을 지닌 광물로 일부 민족에서는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중세시대에 연금술을 발달시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 연금술은 역설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엄청난 촉매제로 기능했다.

금은 화폐로도 가장 높은 가치를 간직해왔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로마 중세에 이르기까지 서양역사에서 금은 가장 훌륭한 거래수단이었으며 부의 상징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금을 찾으러 나섰던 결과였다.

금은 희소성이 있기도 했지만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과 달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금속이면서 부동의 화폐로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최근 들어 금값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급상승했다.

일부에서는 금 값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금 값이 올라간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정도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많이 찍어낸 탓으로 달러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예외 없이 돈을 많이 풀었다.

이렇게 풀린 돈이 금값을 올려 놓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당연히 돈 가치가 떨어진다.

이럴 때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상품과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 실물 자산을 보유하려 한다.

특히 금은 표준화돼 있으며 적은 부피로도 높은 가치를 가지고 환금성도 뛰어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실물 자산이다.

유가가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중국이 달러를 팔고 금을 사들인다는 소문도 시장에 나돌고 있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 보더라도 1980년 2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을 때 금 가격은 온스당 85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동일한 수준으로 금 값이 오르는 것이다.

금값이 오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