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글로벌·다문화 시대 발맞춰 국적도 개방해야”

반 “병역 특혜와 특례 입학 수단으로 악용 될것”

법무부가 국적법 개정안을 오는 10월 중 국회에 제출키로 하면서 그 핵심 내용인 외국 인재와 해외 입양인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우수 외국인재의 경우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해외 입양인의 경우 정체성 확인과 국민화합 차원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더라도 원국적 포기의무를 강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현행 국적법상 복수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없게 돼 있을 뿐 아니라 복수국적자도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국내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도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수국적은 이제 더 이상 특권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복수국적 허용은 기득권층의 병역회피 수단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적 부여는 경제성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복수국적 허용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논의가 이뤄졌지만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연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할 만한 당위성이 있는 걸까.

복수국적 문제의 해법을 살펴본다.

⊙ 찬성 측,"글로벌 경쟁과 다문화 시대 맞아 국적도 개방해야"

복수국적 허용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가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대와 다문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이제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박탈하고,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도 6개월 이내에 출신 국적 포기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법 규정으로 인해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여명에 불과한 반면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여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거주 한국인의 능력을 결집하고,한국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자유로운 사업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국적에 대한 개방적 사고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적법은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법"이라며 "국적 문제를 마치 징벌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일부 특권층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막으려고 대다수 국민의 국적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 반대 측,"병역회피와 특례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복수국적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자녀들의 병역회피와 특례 입학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국민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복수국적자가 납세 등 국민의 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출입국 및 체류관리,참정권 부여 등 갖가지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복수국적 허용 대상인 우수한 외국 인재의 기준을 정하는 일도 간단치 않은 것은 물론 애써 유치한 외국 인재가 사회적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고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는다.

우리나라 우수 인재를 역차별하게 되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나 외국인과 혼인하여 다문화 가정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세계화 추세에 맞게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라며 비판한다.

⊙ 국적문제는 글로벌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미국 등 주요국들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가피하게 복수국적이 된 한국인이나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놓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재가 국적이란 장애물로 인해 국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는다면 이는 엄청난 국익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가 엄격한 단일 국적주의를 완화하는 동시에 국적법상 '이중 국적자'라는 용어를 '복수 국적자'로 바꾸는 등 국적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우리도 이제는 국적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병역 의무나 그에 상응하는 특정한 의무 이행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복수 국적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대폭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복수 국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정서가 여전한 만큼 복수 국적이 병역이나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외국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적

국민으로서의 신분 또는 국민이 되는 자격을 말한다.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의 국적 법정주의에 따라 국적법이 제정 · 시행되고 있다. 현행 국적법은 단일 국적주의,부모양계 혈통에 의한 속인주의,부부개별 국적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복수국적

한사람이 2개국 이상의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으로,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올 8월 과학 · 경제 · 문화 · 체육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고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외국인에게 귀화시험이나 의무 거주기간(5년) 없이 특별귀화 자격을 부여하고, 이렇게 귀화한 외국인재와 해외입양인에겐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중국적자는 3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자를 포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어 복수국적자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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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8월 24일자 보도 기사

외국 인재와 해외 입양아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10월 국회에 제출된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25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하고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마련한 개정안을 10월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법무부는 엄격한 단일 국적주의를 완화하는 동시에 국적법상 '이중국적자'라는 용어를 '복수국적자'로 바꾸는 등 복수 국적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 · 경제 · 문화 · 체육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고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외국인은 귀화시험이나 의무 거주기간(5년) 없이 특별귀화 자격이 주어진다.

또 이렇게 귀화한 외국인재와 해외입양인에겐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복수국적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외국인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복수 국적제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키로 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하거나 외국인으로 등록하고 거주할 수 있었던 복수국적자들이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없게 돼 원정출산으로 외국국적을 얻었어도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개정안은 복수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적대적 행위를 했거나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등에는 강제로 국적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을 처음 포함시켰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