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뭐, 경제학이 죽었다고?
경제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문적인 가치를 상실했으며 심지어 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조차 "지난 30년간 거시경제학은 놀랄만치 쓸모가 없었고 잘못된 경우 명백히 해악을 끼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이제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경제학이 대중화돼 이제 별 전문적 영역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미네르바가 전문가들의 단어를 조립하고 합성하는 것만으로도 그럴듯한 경제 전문가로 자처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경제학은 설 땅이 없어진다.

경제학이 이처럼 홀대받게 된 것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낸 지 230년 만의 일이다.

그가 이 사실을 알면 정말 섭섭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미국발 경제위기 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도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을 키운 것이 사실이다.

일부 학자들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경제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심어줬다.

미국 경제기반(펀더멘털)은 언제나 탄탄하며 공황 같은 것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닥치자 이들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이 일제히 경기하강의 원인을 비판하고 이 경기하강이 대공황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등의 과장된 언어를 내놓고 있다.

어떤 학자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상황에 따라 바꿔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이 경제학에 대한 비판론이 높아진 배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경제학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 경제적 인간)적 본성이 있고 이 본성이 있는 한 경제학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인간관은 근대 계몽주의적 인간관의 결과다.

세상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힘도 바로 이런 경제학적 사고에서 나온다.

그래서 경제학자 맨큐가 역설하듯이 경제학은 여전히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학문으로 평가된다.

경제학에는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논리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이를 두고 호모 에코노미쿠스에게 영혼을 심어주는 마법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