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영화속 ‘사이버 전쟁’ 현실로 다가오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7월7일 저녁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과 기업 홈페이지 26곳이 동시에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백악관 등 웹사이트는 한동안 다운되거나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DDoS)'라는 이름이 붙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얼굴 없는 해커의 동시다발적 테러 공격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영화 '다이하드4'를 연상케 하는 사이버 테러였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공격이 얼마나 심각한 혼란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해커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요 기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사이버 전쟁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누구나 사이버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

또 국가 기밀이든,기업 기밀이든 언제든지 탈취당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정부 전산망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 시도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바이러스,웜,트로이목마 등 악성코드 유포도 급증하는 추세다.

각국 정부는 '사이버 세작(細作 · 스파이)'들과 IT기술을 무기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은 사이버 공격과 방어를 위해 따로 해커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나라 전산망에 침투해 기밀정보를 빼오거나 자국의 정보를 빼가는 해외 인터넷 서버를 무력화시키는 등의 임무를 한다.

미국 국방부는 사이버 사령부 창설을 공식화했고,대규모 사이버 테러 대응 훈련인 '사이버 스톰'도 실시하고 있다.

7 · 7사이버 테러는 IT 강국을 자처해 온 한국의 사이버 보안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잘 보여줬다.

정부 기관은 전쟁 상태가 지속되는 데도 컨트롤타워도 없이 허둥거렸다.

민간 기업보다 대응이 늦었다.

백신만 깔아놓고 검사를 하지 않거나,무료 백신조차도 내려받지 않는 등 PC 이용자들의 안일한 보안 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사태가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누가 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변종 악성코드의 출연으로 사이버 공격이 재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사이버 전쟁은 이제 막이 올랐다.

양준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