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나팔수 ‘우마오당’ 앞세워 여론 장악 나서
네티즌, 검열 프로그램·인터넷 통제에 집단 항거
중국엔 '우마오당(五毛黨)'이란 게 있다.
인터넷에 댓글을 올리거나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쓰고 그때마다 우마오(0.5위안)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돈을 지급하는 주체는 정부다.
홍콩의 한 연구기관은 우마오당의 숫자를 28만명으로 추산했다.
중국 정부는 28만명의 우마오당으로도 모자라 인터넷에 만리장성을 쌓으려다가 실패했다.
소위 '그린댐(green dam)'이라 불리는 특정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중국 내 모든 컴퓨터에 강제로 탑재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외국기업은 물론 중국 내에서조차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린댐은 설치가 되기도 전에 구멍이 나버렸고,중국 정부의 권위와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 '점령당하지 않은' 영토 인터넷
우마오당은 창과 같은 존재다.
특정 이슈가 생기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여론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귀저우성 윙안현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이들이 긴급 투입돼 정부를 옹호하는 게시물과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해 그린댐은 방패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사안들이 인터넷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창과 방패를 두 손에 들고 통제 불가능의 공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왜 인터넷 공간에 오성홍기를 꽂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그린댐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검열 소프트웨어 강제 설치에 반대하는 모임이 인터넷에 결성되고,집단행동이 발생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올림픽 주경기장을 공동 설계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 등 500여명은 지난 1일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인터넷 사용을 중단했다.
이들은 '그린 댐은 꺼져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임을 갖기도 했다.
짧은 문장 송수신 프로그램인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뒤 전격적으로 모임을 결성했다.
⊙ 필사적인 '빅 브라더'
지난해 7월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한 남자를 위한 모금운동이 일어났다.
자전거를 빌려 타다 절도혐의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생식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는 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경찰 7명을 죽게 했다.
네티즌은 '홀로 폭정에 맞서 싸운 영웅'으로 묘사하며 인터넷에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 공간은 이처럼 더 이상 방임할 수 없는 시한폭탄과 같다.
사회적 불만세력들이 인터넷을 통해 항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래서 빅 브러더가 되는 데 필사적이다.
올초 국무원 신문판공실 문화부 등 7개 기관이 나서 '인터넷 풍기 문란' 단속에 들어갔다.
포르노 사이트 등 3000여개에 달하는 웹사이트와 270여개의 블로그가 폐쇄됐다.
풍기문란의 대상엔 뉴보왕 파톈샤 등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사이트들이 포함됐다.
유튜브를 통해 중국 경찰의 티베트 시위자 폭행 동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중국 정부는 아예 유튜브 접속을 차단시켜 버렸다.
구글에 대해선 특정 사이트에 대한 링크를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야후나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수용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사이트 개설이 이뤄졌었다.
톈안먼 사태,티베트 등의 단어를 통한 인터넷 검색은 중국판 구글에서 불가능하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사의 웹사이트도 간헐적으로 차단된다.
⊙ 3억 vs 7500만의 싸움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3억명이 넘는다.
인터넷 특성상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문사나 방송국이 될 수 있다.
이는 관영매체를 통해 국민을 교육하고 당을 선전하며 통제하던 중국의 통치시스템에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공산당원은 인터넷 인구의 25% 선인 7500만명에 그친다.
인터넷에 만들어지는 '해방구'를 원천 봉쇄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로선 사회불만 세력의 결집을 막아낼 재간이 없어지게 된다.
그린댐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웨이웨이는 "잠시의 승리에 방심했다간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결속을 강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뒤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공업정보화부 대변인이 "컴퓨터 검열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한 데서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국내외의 저항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린댐은 중국 내 50여만대의 PC에 설치됐다.
일부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이를 깔아 팔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장악 작전은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펼쳐질 게 분명하다.
국민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와 자유로운 공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국 네티즌 간 싸움은 이제 본게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 중국 인육수색의 두 얼굴
중국에서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인육수색(人肉搜索)'이다.
불특정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공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인육수색을 모아놓은 사이트(www.ren-rou.cn)까지 있다.
후베이성 이청시의 저우선펑 시장은 요즘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
무대는 인터넷.
인육수색에 나선 네티즌들의 공격이 밤낮없이 이어진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시장에 발탁됐다는 게 그가 '피고'가 된 이유다.
네티즌들은 부모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부친 직업에 대한 수색작업을 했지만 가난한 도자기공임이 밝혀지자 다시 칭화대 석사시절 논문표절 논란을 제기했다.
최근엔 한 공무원이 그를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 사진과 자기 손으로 우산을 든 원자바오 총리 사진이 QQ닷컴에 나란히 올라왔다.
청두에 사는 네티즌 원빈은 "공무원의 나쁜 습관을 아주 빨리 배웠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마녀사냥'으로도 불리는 인육수색의 파워는 대단하다.
2006년 초 한 여성이 하이힐로 고양이를 짓밟는 동영상이 오르면서 화가 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은 게 인육수색의 시초로 통한다.
헤이룽장성 몽베이현에 사는 이혼한 중년 간호사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밝혀졌고 그녀는 결국 병원을 떠나야 했다.
인육수색은 부패라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난징시의 부동산국장 저우주겅은 "원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분양하는 업체는 조사해 처벌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육수색의 희생자가 됐다.
그가 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사흘 만에 7만명의 네티즌이 달려들어 왼손에 찬 시계가 10만위안짜리 '바셰론 콘스탄틴' 명품시계라는 것을 밝혀냈다.
고급 캐딜락을 몰고 그의 친척이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것도 확인됐으며 결국 그는 해임됐다.
미국 LA타임스는 "중국 네티즌의 정보수집 능력은 FBI(미 연방수사국)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일종의 반(反)부패 운동으로서 사회 발전의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불러 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삭제해주는 신종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는 인육수색의 그늘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만든 해방구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문화혁명 때 거리의 폭력을 행사했던 홍위병이 될지,송나라 시절 부패관리를 엄벌한 포청천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
네티즌, 검열 프로그램·인터넷 통제에 집단 항거
중국엔 '우마오당(五毛黨)'이란 게 있다.
인터넷에 댓글을 올리거나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쓰고 그때마다 우마오(0.5위안)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돈을 지급하는 주체는 정부다.
홍콩의 한 연구기관은 우마오당의 숫자를 28만명으로 추산했다.
중국 정부는 28만명의 우마오당으로도 모자라 인터넷에 만리장성을 쌓으려다가 실패했다.
소위 '그린댐(green dam)'이라 불리는 특정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중국 내 모든 컴퓨터에 강제로 탑재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와 외국기업은 물론 중국 내에서조차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린댐은 설치가 되기도 전에 구멍이 나버렸고,중국 정부의 권위와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 '점령당하지 않은' 영토 인터넷
우마오당은 창과 같은 존재다.
특정 이슈가 생기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여론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귀저우성 윙안현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이들이 긴급 투입돼 정부를 옹호하는 게시물과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해 그린댐은 방패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사안들이 인터넷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창과 방패를 두 손에 들고 통제 불가능의 공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왜 인터넷 공간에 오성홍기를 꽂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그린댐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검열 소프트웨어 강제 설치에 반대하는 모임이 인터넷에 결성되고,집단행동이 발생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올림픽 주경기장을 공동 설계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 등 500여명은 지난 1일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인터넷 사용을 중단했다.
이들은 '그린 댐은 꺼져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임을 갖기도 했다.
짧은 문장 송수신 프로그램인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뒤 전격적으로 모임을 결성했다.
⊙ 필사적인 '빅 브라더'
지난해 7월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한 남자를 위한 모금운동이 일어났다.
자전거를 빌려 타다 절도혐의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생식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는 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경찰 7명을 죽게 했다.
네티즌은 '홀로 폭정에 맞서 싸운 영웅'으로 묘사하며 인터넷에서 모금운동을 벌였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 공간은 이처럼 더 이상 방임할 수 없는 시한폭탄과 같다.
사회적 불만세력들이 인터넷을 통해 항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래서 빅 브러더가 되는 데 필사적이다.
올초 국무원 신문판공실 문화부 등 7개 기관이 나서 '인터넷 풍기 문란' 단속에 들어갔다.
포르노 사이트 등 3000여개에 달하는 웹사이트와 270여개의 블로그가 폐쇄됐다.
풍기문란의 대상엔 뉴보왕 파톈샤 등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사이트들이 포함됐다.
유튜브를 통해 중국 경찰의 티베트 시위자 폭행 동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중국 정부는 아예 유튜브 접속을 차단시켜 버렸다.
구글에 대해선 특정 사이트에 대한 링크를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야후나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수용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사이트 개설이 이뤄졌었다.
톈안먼 사태,티베트 등의 단어를 통한 인터넷 검색은 중국판 구글에서 불가능하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사의 웹사이트도 간헐적으로 차단된다.
⊙ 3억 vs 7500만의 싸움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3억명이 넘는다.
인터넷 특성상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문사나 방송국이 될 수 있다.
이는 관영매체를 통해 국민을 교육하고 당을 선전하며 통제하던 중국의 통치시스템에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공산당원은 인터넷 인구의 25% 선인 7500만명에 그친다.
인터넷에 만들어지는 '해방구'를 원천 봉쇄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로선 사회불만 세력의 결집을 막아낼 재간이 없어지게 된다.
그린댐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웨이웨이는 "잠시의 승리에 방심했다간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결속을 강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뒤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공업정보화부 대변인이 "컴퓨터 검열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한 데서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국내외의 저항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린댐은 중국 내 50여만대의 PC에 설치됐다.
일부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이를 깔아 팔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장악 작전은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펼쳐질 게 분명하다.
국민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와 자유로운 공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국 네티즌 간 싸움은 이제 본게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 중국 인육수색의 두 얼굴
중국에서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인육수색(人肉搜索)'이다.
불특정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공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인육수색을 모아놓은 사이트(www.ren-rou.cn)까지 있다.
후베이성 이청시의 저우선펑 시장은 요즘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
무대는 인터넷.
인육수색에 나선 네티즌들의 공격이 밤낮없이 이어진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시장에 발탁됐다는 게 그가 '피고'가 된 이유다.
네티즌들은 부모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부친 직업에 대한 수색작업을 했지만 가난한 도자기공임이 밝혀지자 다시 칭화대 석사시절 논문표절 논란을 제기했다.
최근엔 한 공무원이 그를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 사진과 자기 손으로 우산을 든 원자바오 총리 사진이 QQ닷컴에 나란히 올라왔다.
청두에 사는 네티즌 원빈은 "공무원의 나쁜 습관을 아주 빨리 배웠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마녀사냥'으로도 불리는 인육수색의 파워는 대단하다.
2006년 초 한 여성이 하이힐로 고양이를 짓밟는 동영상이 오르면서 화가 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은 게 인육수색의 시초로 통한다.
헤이룽장성 몽베이현에 사는 이혼한 중년 간호사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밝혀졌고 그녀는 결국 병원을 떠나야 했다.
인육수색은 부패라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난징시의 부동산국장 저우주겅은 "원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분양하는 업체는 조사해 처벌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육수색의 희생자가 됐다.
그가 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사흘 만에 7만명의 네티즌이 달려들어 왼손에 찬 시계가 10만위안짜리 '바셰론 콘스탄틴' 명품시계라는 것을 밝혀냈다.
고급 캐딜락을 몰고 그의 친척이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것도 확인됐으며 결국 그는 해임됐다.
미국 LA타임스는 "중국 네티즌의 정보수집 능력은 FBI(미 연방수사국)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일종의 반(反)부패 운동으로서 사회 발전의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불러 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삭제해주는 신종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는 인육수색의 그늘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만든 해방구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문화혁명 때 거리의 폭력을 행사했던 홍위병이 될지,송나라 시절 부패관리를 엄벌한 포청천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