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터넷 언어는 '텍스트의 파괴'인가
"ㅎㅎ, ㅋㅋ, 붸, 아해해."

말과 글이 춤을 춘다.

글도 아닌 글이 휴대폰과 인터넷에 떠돌아 다닌다.

존대 어법은 방향타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구어체와 문어체의 구별도 사라져간다.

그림이나 상징이 오히려 글을 대신한다.

말과 글의 규범은 아예 실종 상태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노트와 필기장을 대신하면서 연필 대신 자판이 필기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10대들은 대부분이 자판에서 글자를 두드린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이한 글을 쏟아낸다.

하하와 같은 의성어를 ㅎㅎ, 알았다는 의미의 '응응'을 ㅇㅇ, 웃음의 표시를 ㅅㅅ 등으로 표시하는 것은 보통이다.

아무 의미없는 아해해와 같은 단어가 출현하는가 하면 외계인의 언어라고 하는 $%&*### 등도 나오고 있다.

컴퓨터 내의 문자들은 컴퓨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말로 바뀌어 언중(言衆)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컴퓨터에서 쓰는 인사말인 방가방가와 하이루는 이제 거의 일상화한 말로 바뀐 지 오래다.

미디어 학자 빌렘 플루서는 "문자 기호를 나열하는 글쓰기는 이제 미래가 없다"며 고전적인 텍스트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언을 하고 있다.

인쇄술을 발명한 고려시대의 장인들과 구텐베르크가 이 사실을 알면 까무러칠 일이다.

물론 미디어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이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자들도 많다.

사회가 다원화한 데 따른 말과 글의 다원화 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고들 이해한다.

언어의 경제성이나 간편함을 이들은 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자들이 결국 한글 파괴,문자 파괴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대간의 소통을 막고 단절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역설한다.

문자의 타락이니 문자의 반란이라는 극한 표현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 행여 글쓰기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도 나오지 않을까 이들은 우려한다.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언어철학자는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문자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통해 우리는 생각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글이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과연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은 문자와 미디어의 확장인가 아니면 소통의 장애물인가.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