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행동 부추기는 확성기"
[Cover Story] 독립적 개인의 선택이 모여진 게 '집단지성'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집단 지성'이 발현될 수 있는 물리적 토대가 됐다.

집단 지성의 도구를 제공했고 그 결과물이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정치에서도 인터넷과 정보통신이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사모나 2002년 대선 당일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80만건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거 때 활용했던 동영상이나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정치가 있었다.

2001년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동전화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나흘간 대중적인 항의운동을 벌여 부패혐의를 받고 있던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사임시킨 일도 있었다.

에스트라다의 부패와 관련해서는 200개의 웹사이트와 100개 이상의 이메일 토론그룹이 운영됐다.

그러나 인터넷이 신중한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토대라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에서 정치논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민주적인 토론을 하더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당파적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에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면 인터넷이 민주주의에 꼭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주장을 단순 증폭시키는 장소일 뿐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인터넷은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행동에 나서게 하는 강력한 확성기라는 것이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