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중의 지혜’는 市場에 있다
시청 광장이 자기 주장을 외치며 시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다른 구석엔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

인터넷 세상에는 과장된 사실과 음모가 판을 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타살설에서 보듯이 확인되지도 않은 거짓 사실을 올려놓고 의혹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흑백논리와 극단적인 목소리에 흥분하며 서로 편을 가른다.

'대중'이라는 말은 대중의 광기 또는 대중의 열광,대중 심리,대중의 우매함 등처럼 부정적인 단어와 쉽게 연결된다.

스코틀랜드 출신 저널리스트인 찰스 맥케이는 1841년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는 책에서 "군중은 집단적으로 미쳤다가 나중에야 천천히 지각을 되찾게 된다"고 표현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광기 어린 개인은 드물지만 집단에는 그런 분위기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대중'은 최근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고 있다.

'집단 지성'이라는 말도 나왔다.

집단 지성은 보통 사람들도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며 집단은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합이나 똑똑한 소수의 전문가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회원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해 주는 네이버의 '지식iN'이나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올리고 이후 다른 사람이 틀린 점을 교정해 주는 식으로 백과사전을 만들어가는 '위키피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인터넷상에서 널리 퍼진 광우병 이야기,또는 시청 광장에서의 시위를 두고 '집단 지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는 집단 또는 대중이라는 단어를 집합 혹은 종합이라는 단어와 착각하거나 혼동한 데서 비롯된 오류다.

「대중의 지혜」를 쓴 제임스 서로위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결정되는 과정이나 스포츠토토와 같은 스포츠 도박 등 여러 사례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조건이다.

대중의 지혜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권한이 분산돼야 하며 △구성원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

또 구성원의 의견이 정리되고 모아져 하나의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밀투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상품의 적정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도 그렇다.

대중들이 각자 독립적이며 분산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릴 경우에 그 결과는 지혜로워진다는 것이다.

광장에 모여 확성기를 동원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오히려 반대다.

이때는 어리석은 대중이 되기 쉽다.

집단 구성이 다양하지도 않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하나의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도 없다.

광장에 나가지 않은,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전체의 의견을 가장 잘 결집하는 것은 선거 과정이다.

대중의 지혜는 시장의 힘을 말하는 것이지 광장의 고함소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대중의 지혜'가 어떤 것인지,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